'교사로서 손발 잘린 기분…' 교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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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교사로서) 손발이 잘렸다는 생각이 들고… 학교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요.”
한낮 온도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 날씨에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서울 광화문에 모였다. 지난달, 약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3차 집회 현장에서 만난 경기도 6년차 초등교사 신현수(30·가명) 씨는 “더 이상 죽어가는 교사가 없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7월 22일 시작해 이날(2일)까지 거의 매 주말마다 이어진 교사 집회는 규모나 기간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특정 단체가 아닌, 전국 초등교사 약 80%가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집회의 기폭제가 된 것은 ‘서이초등학교 교사 자살 사건’이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한 젊은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에 많은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사망 원인으로 지목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경찰은 현재 해당 사안을 조사 중으로, 아직 학부모의 폭언 등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오는 4일 사망한 교사의 49재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많은 교사들과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이 모였다. 주최 측은 약 20만 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체벌과 경직된 수업 환경 등 교사의 지나친 ‘권위’가 종종 문제시됐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교실에서 정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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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고소와 민원' 스트레스
“열 살짜리 애가 화가 나서 플라스틱 바구니를 찢더라고요.”
서울 성북구 8년차 초등교사인 박영민(30·가명) 씨는 3학년 학급을 담당했을 때의 일을 회상했다.
박 씨는 평소 공격적인 행동을 종종 보이던 학생이 국어 시간에 가위와 쇠로 된 30cm 자를 꺼내 노는 모습을 보고 이를 집어넣으라 말했다. “세 번 말했는데도 넣지 않으면 가져가겠다”고 했지만 학생은 말을 듣지 않았고, 쇠 자를 빼앗으려 하자 큰 소동이 일어났다고 했다.
“제가 쇠 자를 잡는 순간, 아이가 책상을 집어 들어 던졌어요. 그리고 저한테 욕을 하고 제 손을 때리면서 쇠 자를 뺏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손이 패여서 피가 났죠.”
그는 다행히 옆 반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들이 소란을 듣고 건너와 아이를 진정시키고 다른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했다. 이후 아이의 학부모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상담을 위해 방문을 요청하자 처음으로 돌아온 답은 “왜 가위를 갖고 있으면 안 되냐”는 것이었다. 학부모는 선생님이 다쳤다고 하자 “죄송하다”고 했지만 “먹고 살기가 바빠서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박 씨는 이 사건으로 “학생이 난동을 부렸을 때 선생님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는 것을 제외하곤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고, 학부모를 학교로 소환할 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달 인디스쿨에서 2만13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생의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6.8%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학부모 민원 및 고소’였다.
신 씨는 자신에게 욕설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학부모와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3시간씩 전화 통화를 했지만, 결국 고소를 막진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소송이 1년을 넘지 않고 빨리 무혐의 종결됐다면서도, 당시 스트레스가 상당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생님으로서)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면 유죄 판결을 받든 받지 않든 간에, 그 사실이 뇌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고소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아동학대 범죄자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한테 옳고 그름에 대해서도 가르치지 못하면 ‘내가 왜 이 직업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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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는 최준혁(29) 씨는 “학생들이 잘못한 일에 대해 너는 어떤 부분을 잘못했고, 거기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학생들이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되는데 요즘 교육 현장에서 아예 그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학생들끼리 축구 시합을 하는데 제가 심판을 봤어요.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진 팀에 속한 학생 여섯 명이 제 앞에서 저한테 심한 욕을 하더라고요. 제가 불러세워서 방금 한 말을 다시 해보라고 하고, 저한테 한 얘기가 맞냐고 하니 ‘맞다’더라고요. ‘그게 선생님한테 할 수 있는 말이냐’라고 했더니 몇 명은 사과했지만 한 명은 ‘선생님이 심판 잘못 본 건 맞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그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욕을 한 몇 명을 계속 훈계하면, 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학대 당한 것 같다’면서 아동학대로 신고해버릴 수 있다. 그러면 나는 그냥 아동 학대자가 돼버리는 것”이라며 “그것까지 생각하다 보니까 더 이상 말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한숨만 쉬고 반으로 올려보냈다”고 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한 전국초등교사노조 조합원은 해당 조항이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제한한다며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경기도 성남시 8년차 초등교사 안진(40) 씨는 악성 민원이나 고소 건이 발생할 경우 관리자급인 교장이나 교감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교사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망 직업'이던 교사가 왜?
전문가들은 서이초 사건이 일종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겪고 있던 여러 문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는 설명이다.
안 씨는 “10년 전만 해도 (초등교사가 될 수 있는) 교육대학교 입시는 우수 학생들이 몰려드는 선망의 직업이었다”며 “하지만 저출생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 코로나로 인한 행정업무 과중, 교권 침해 사례 증가, 교사 복지 및 처우 하락 등으로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박남기 교수는 실제로 최근 교대 졸업생 중 직종을 바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파악했다.
지난 5월 발표된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 교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5년 미만 국공립 교사 589명이 교단을 떠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증가한 숫자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 업무 스트레스가 부쩍 늘었다고 느끼는 교사들이 많다.
박 씨는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번호나 메신저 등을 통해 학부모와 직접 소통할 일이 더 많아졌고, “학교인지 동사무소인지 병원인지 모를 정도로” 수업 이외에 신경 써야 할 업무가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문해력이나 감정 수용 능력이 떨어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를 학생과 학부모, 관리자의 교권 침해 행위로부터 보호할 방안이 전혀 없다시피 하다는 지적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는 “교권과 학생 인권이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학생 인권 (강화) 쪽으로 모든 정책이 치우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조례 차원을 넘어) 교권을 보장하는 법령이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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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 모두를 위한 방안은?
일각에서는 교권 강화가 학생 인권 퇴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권과 학생 인권이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결국 교사도 학생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안 씨는 “학생인권조례나 아동학대 관련 법 규정이 학생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이에 관련한 정당한 생활 지도를 할 수 있는 교사의 제재권은 없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외국에서는 학생 자유만큼이나 (학생들이) 지켜야 할 책임과 원칙을 중요시하지만, 아직 한국 교육 현실에서는 두 균형이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모두 침해하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교사가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대로 지도할 권한이 없으면 결국 교실의 다른 모든 학생들이 수업권을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인 문제행동 지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학부모들도 학교 관리자 재량에 의존하지 않고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교사들은 구체적으로 아동복지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민원 창구 일원화, 문제 행동 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교권 강화 방안을 마련하되, 이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이 차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과거 일부 교사의 과도한 체벌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모든 교사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대책이 마련됐고, 그 결과 교권이 침해되고 교육이 어려워졌다”며 “만약 이번에도 일부 학부모 및 학생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의 손발을 묶는다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장은 조례로 보장된 학부모회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 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회를 통해 민원 접수를 일원화하고, 그 과정에서 사소한 질문이나 민원 등은 학부모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사들도 학부모를 교육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일부 교사들은 현재 일부 학부모 모임이 교사를 비판하거나 학교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긍정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상호 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치권에서도 이달부터 교사의 수업권을 강화하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적용하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법안 개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 등을 사용해 오는 4일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추모하는 집회 등에 참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교육부는 이를 “위법”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항에서 서울까지 매 주말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올라가고 있다는 최 씨는 "솔직히 이게 바뀔까라는 의문도 든다"고 말한다.
"법례를 바꾸는 거는 굉장히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도 교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후회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