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아이오와 코커스 '압도적 승리'가 다른 대선 경쟁 후보들에게 주는 의미는?

동영상 설명, 82초 안에 살펴보는 극적인 아이오와주 경선
    • 기자, 앤서니 저커
    • 기자, BBC 북미 특파원
    • Reporting from, 아이오와주 디모인

미국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역사상 가장 놀라운 승리였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공화당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나머지 후보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몇 달 전 여론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였다.

그러나 압도적인 득표율은 이날 지지자들이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한 표를 행사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축하할 여러 소식 중 하나일 뿐이었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경쟁자로 손꼽혔던 니키 헤일리, 론 드산티스 후보 모두 유력한 도전자로 떠오르지 않았다. 즉 공화당 내 비(非) 트럼프 표심은 여전히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트럼프와는 이념적으로 가장 유사한 경쟁자였던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는 이번 경선 직후 사퇴 의사를 밝히며 오는 16일로 예정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오와주 경선 결과가 왜 차기 백악관 주인 자리를 둔 이번 미 대선에서 이토록 중요한지 자세히 살펴봤다.

여전히 트럼프의 당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트럼프가 거둔 승리는 역사적으로도 엄청난 결과였다. 아이오와의 99개 카운티 중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최다 득표율을 자랑하며 압승했다(나머지 한 곳에선 1표 차이로 패했다).

아이오와주 경선 역사상 그 누구도 12%p 이상의 차이를 거두며 승리한 후보는 없었다. 트럼프와 2위 후보 간 득표율은 30%p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전당대회에 참석한 공화당원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는 셈이다.

개표 결과가 대부분 완료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 드산티스 후보는 21%, 헤일리 후보는 19%를 기록했다.

15일 밤 코커스에 들어가며 실시된 설문 조사를 통해 왜 또 한 번 백악관 입성을 노리는 트럼프의 노력이 지금껏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BBC의 미국 파트너인 ‘CBS 뉴스’에 따르면 공화당 코커스 참가자의 절반가량은 자신을 트럼프가 외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청년과 노년층, 남성과 여성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의 지지도 얻어냈다. 게다가 2016년에는 겨우겨우 얻어냈던 기독교 복음주의 신앙심이 강하고 강경한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도 얻어냈다.

일반적으로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자들은 패배의 오점을 절대 떨쳐버릴 수 없기에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곳 아이오와주는 물론 미 전역의 공화당원들에게 자신은 진 적이 없다고 설득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아이오와주 코커스 참가자 대다수가 CBS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대선의 실제 승자는 트럼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지지자 사이에선 무려 90%가 이렇게 답했다.

트럼프의 승리는 주목할만한 결과

사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우세는 반박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곳 아이오와주에서 그가 거둔 승리는 현대 미국 정치사라는 더 큰 맥락에서 보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년,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으로부터 22개월 25일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혼란한 논란 속 첫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쳤고, 선거 결과 패배에 도전하기 위한 그의 운동은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태로 끝이 났다. 게다가 이로 인해 트럼프는 현재 2차례나 형사 기소당한 상태다.

그리고 현재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승리하며 트럼프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물론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기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우선 다음주 뉴햄프셔주에서 펼쳐질 헤일리 후보와의 승부는 더욱더 강력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뉴햄프셔주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우세는 점점 떨어져 헤일리 후보와의 격차는 거의 한 자릿수대로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 정치적 드라마 등 이 모든 사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실제 공화당 유권자들의 첫 시험에서 승리자로 우뚝 서며 여전히 압도적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었던 아이오와주 코커스

15일 아이오와 코커스와 함께 대부분의 관심은 어느 후보가 트럼프에 이어 득표율 2위를 차지할지에 쏠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는 드산티스 후보로 드러났다.

그러나 3위인 헤일리 후보와는 근소한 차이를 보였는데, 플로리다 주지사 출신의 드산티스 후보가 아이오와주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았는지 생각해보면 그리 큰 성과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아이오와주 경선 결과를 미뤄볼 때 선거 운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약속한 드산티스 후보가 과연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 정면 대결을 펼칠 수 있을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환호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환호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모습

사실 공화당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마당에 트럼프 후보의 ‘나눠서 정복하는’ 전력은 여전히 강력히 작용하고 있기에 이번 아이오와주에서의 승리로 트럼프의 승리가 더욱 다져질 수도 있다.

게다가 이번에 사퇴한 라마스와미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를 더욱 다져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론 조사 결과 라마스와미 후보의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자신들의 2번째 선택지로 꼽았다.

물론 라마스와미 후보는 이번 코커스에서 고작 8%의 득표율을 기록하긴 했으나, 한 표 한 표가 중요하기에 라마스와미 후보의 트럼프 지지 선언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아이오와에서의 결과는, 15일 밤 승리 연설에서와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바이든 현 대통령을 더욱 집중 공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민주당 쪽에선 이번 결전 구도 및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공략할 기회를 환영하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아이오와에서 시작된 압도적인 우세의 흐름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추진력과 더불어 승자의 기운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그리고 올가을 대선 선거일이 가까워질 때쯤이면 트럼프는 민주당이 기대하거나 혹은 희망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적이 돼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