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 미국 지원 단체의 식량 배급에 수천 명 몰려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논란의 구호단체가 가자 지구에 설치한 배급소에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영상을 통해 수많은 주민들이 무너진 울타리와 흙 제방을 넘어 라파 소재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의 배급소로 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단체는 배급을 원하는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 일시적으로 철수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인근 병력이 경고 사격을 가했다고 했다.
미국의 무장 경비 업체를 고용해 운영하는 GHF는 가자 지구 내 주요 구호물자 공급처로서 UN을 통하지 않고 가자 지구에 직접 구호를 전달하고자 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11주간 이어졌던 이스라엘 봉쇄가 최근 완화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가자 지구에 기근이 임박했다고 경고한다.
UN은 남부 라파에서 촬영된 이 같은 영상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며 자신들은 "절박한" 상황에 놓인 주민 210만 명에게 구호 물자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UN 및 다수의 구호 단체들은 그 방식이 인도주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구호 물자를 "무기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GHF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나섰다.
GHF의 배급 방식이 거동이 힘든 이들은 배제하고, 주민들의 강제 이주를 강요하며, 수천 명을 위험에 노출시킬 뿐만 아니라, 구호품을 정치적 혹은 군사적 목표하에 조건부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구호 활동 역사의 용납할 수 없는 선례를 만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구호품 탈취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배급 시스템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마스는 탈취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다.
GHF는 지난 26일 "가자 지구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면서, 배급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물자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27일 오후, 이스라엘 군 당국은 남부 라파의 탈 알-술탄과 모라그 회랑(남부 라파와 가자 지구의 나머지 지역을 분리하는 동서로 뻗은 군사 지역)에 위치한 배급소 2곳에서 주민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거의 같은 시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매체들은 일제히 탈 알-술탄 지역에 길게 줄을 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약 1시간 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천 명이 배급소 쪽으로 몰려드는 영상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한 영상에서는 총성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일부 사람들이 달아나고 몸을 숙이기도 한다.
현지 목격자들은 사람들이 식량 및 기타 구호품을 쟁탈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인근에 있던 이스라엘군이 발포했다고도 설명했다.
한 남성은 BBC 아랍어 서비스의 중동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 번에 50명만 통과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결국 무척 혼란스러워졌고, 사람들은 문을 넘어 타거나, 다른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훔쳐 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매우 굴욕적인 경험이었다"는 이 남성은 "우리는 심각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그저 차 한잔을 만들기 위한 설탕과 빵 한 조각을 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 여성은 굶주림과 빈곤에 "모두가 압도당했다"고 표현했다.
"다들 지친 상태입니다.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목숨을 걸면서까지 먹을 것을 찾으려 합니다."
한편 GHF 또한 성명을 통해 "현지 수요가 매우 크다"고 인정하면서 비정부기구와의 협력으로 식량 상자 약 8000개(46만2000끼 분량)를 나누어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의 봉쇄 탓에" 주민들이 몇 시간 동안 구호품에 접근할 수 없던 곳도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GHF는 "한 SBS(안전 배급 장소)에서는 늦은 오후쯤 인파가 지나치게 몰리면서 가자 지구 주민 일부가 안전하게 구호품을 받고 돌아갈 수 있도록 팀원들이 철수해야 했다"면서 "이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자사의 프로토콜에 따른 결정으로, 이후에는 운영이 정상적으로 재개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군이 "배급소 외곽 지역에서 경고 사격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통제되었으며, 식량 배급 작전 또한 계획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IDF 군인들도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운영하는 '정부 언론 사무소'는 이스라엘의 구호품 배급은 "비참하게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울러 하마스가 민간인들의 GHF 배급소 접근을 막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테판 두자릭 UN 대변인은 "가자 지구에서 GHF 이 설치한 배급소에서 촬영된 영상을 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UN과 협력 단체들은 절박한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자 회원국들이 지지하는, 구체적이며 원칙에 기반한 실행 가능한 계획을 마련했다"면서 "기아를 방지하고 모든 민간인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인도주의 활동이 의미 있게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UN의 비판에 대해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위선의 극치"라며 반발했다. "가자 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방식이나 누가 하는지를 두고 불만 사항이 되어버려 유감스럽다"는 것이다.
GHF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BBC의 질문에는 지역 내 식량 및 구호품의 분배 방식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대부분이 이건 좋은 소식임에 동의할 것 … 핵심은 식량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Reuters
우선 GHF는 가자 지구 남부와 중앙 지역에 배급소 4곳을 설치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식량 및 기타 구호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GHF는 이번 주 안에 전체 인구 중 절반에 못 미치는 100만 명에게 식량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배급소는 이스라엘 군이 주변 지역을 순찰하고 미국 민간 업체가 보안을 담당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주민들이 배급소에 접근하려면 신원 확인과 하마스와의 연관성 여부를 묻는 조사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UN 및 다른 구호 기관들은 인간성, 공정성, 독립성, 중립성이라는 인도주의 핵심 원칙을 위반하는 구호 시스템이라면서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밤, 제이크 우드 GHF 이사는 GHF의 시스템은 이러한 원칙들을 충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작동할 수 없다면서 사임 의사를 표했다.
GHF 이사회는 이러한 비판을 일축하는 한편 "현 시스템에서 이익을 얻는 자들"은 "구호품 전달보다는 (자사의 시스템을) 방해하는데" 더 집중하는 모양새라고 비난했다.
GHF는 하마스가 26일에도 자사의 배급소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에 살해 협박을 가하고, 민간인들의 구호품 수령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GHF에 협조하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올해 3월 2일 가자 지구로 향하는 모든 인도주의적 지원과 상업용 물자 공급을 차단했다. 그리고 2주 뒤 군사 공격을 재개하며 하마스와 합의한 2개월간의 휴전을 끝냈다. 가자 지구에 억류된 인질 58명(생존자는 최대 23명으로 추정)의 석방을 위해 하마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지난 1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 지구의 "전 지역을 장악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스라엘 군은 공세를 확장했다. 이 계획에는 북부 지역에서 민간인을 완전히 몰아내어 남부로 강제로 이주시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의 압력이 이어지며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지구의 기근을 막고자 일시적으로 봉쇄를 완화하고 "기본적인" 규모의 식량 반입을 허용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이스라엘 당국은 밀가루, 유아식, 의료용품 등을 실은 트럭 최소 665대의 가자 지구 진입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COGAT(이스라엘 국방부의 팔레스타인 업무 조직)에 따르면 27일 저녁 기준 트럭 400대 이상이 케렘 샬롬 검문소를 넘어 가자 지구에 진입했으나, UN의 배분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COGAT 측은 UN에 "제 역할을 하라"며 촉구했다.
이에 대해 UN은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주 물품 수거 과정에서 불안한 치안, 약탈 위험, 이스라엘군과의 조정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기본적인 식량이 부족하고 물가가 치솟은 가운데 가자 지구의 굶주림 상태가 재앙 수준인 가운데 필요한 양에 비해 지원량은 "새 발의 피"라고 지적했다.
UN의 통합식량안보 단계(IPC) 평가에 따르면 앞으로 몇 달 내로 50만 명이 굶주림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경계선을 넘어 공격해오며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잡혔다.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전개했다.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에 따르면 그 이후로 최소 5만4056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3901명은 지난 10주 안에 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