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100년 후 미래 관객 보고 영화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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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하세린, 정부경
- 기자, BBC Korea
"동시대 관객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관객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다른 것도 아니고 영화를 하는 것은, 오래 살아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거든요. 100년 후에도 시네마테크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미래의 관객도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게 실제로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그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헤어질 결심'의 영국 개봉을 앞두고 런던을 찾은 박찬욱 감독. 그는 최근 BBC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영국 관객들이 이번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헤어질 결심'은 지난 14일 시사회를 거쳐 21일부터 영국 관객들과 만났다. 이에 앞서 런던 지하철역 곳곳엔 '헤어질 결심' 포스터가 내걸렸고, 시사회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박 감독은 제66회 런던 국제영화제(5~17일) 이외에도 해외 영화제 초청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하지만 막상 그는 "영화를 만들 때 외국인 관객도 한국인 관객도 아닌, 국적을 특정하지 않은 보편적 관객"을 염두에 둔다고 했다.
전작과는 조금 다른 '헤어질 결심'

사진 출처, CJ ENM
'헤어질 결심'은 폭력성과 선정성이 희미해 박 감독의 전작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올드패션과는 다른 클래식하달까,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은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너무 자극적인 면은 줄이고,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솔직하게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배우들의 표정이나 눈빛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자막의 장벽은 상상력으로 극복 가능'
한줄 자막의 장벽에 대해선 "영화적 상상력"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답했다. '헤어질 결심'에선 특히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사는 중국인 서래가 구사하는 독특한 한국어 표현이 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마저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 출처, CJ ENM
"서래가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 있어서 그게 좀 재밌잖아요. 약간 어색할 때도 있고. 그런데 그 어색함이 어떻게 보면 더 정확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더 고상한 것 같기도 하고. 현대의 한국인보다 좀 더 흥미롭게 한국어를 구사하죠. 그런 것을 자막으로도 느낄 수 있느냐고 하면, 저는 상상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영어권이라면 이민자들이 구사하는 독특한 영어가 있겠죠. 이런 사람들이 약간 억양이 있고, 단어를 구사할 때 네이티브는 안 쓸 법한 좀 특이한 단어를 쓰고, 어떨 때는 책에서 배워서 터무니 없이 어려운 단어를 쓰기도 하고. 그런 말을 들어본 경험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능히 상상 가능하다고 봅니다."
초기 한국영화를 대표한 감독이 느끼는 변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개봉)와 '올드보이(2003년 개봉) 등으로 한국 영화를 국제 무대에 소개한 대표적인 감독으로 꼽히는 박찬욱.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가 국제무대에서 한국인 감독으로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달라졌을까.
"물론 그렇지만 또 특별히 다르게 느껴지는 건 없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할 때마다 질문이 하나 늘었죠.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케이팝 등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됐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이 꼭 들어오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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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질문에 박 감독은 어떻게 답할까? 그는 "한국 근현대사 격동의 세월이 한국 사람들의 감정의 폭과 기복을 다 깊고 넓은 상태로 만들었다"며 "고통과 기쁨을 다 같이 강렬하게 느꼈기 때문에, 결국에 인간의 감정을 다뤄야 하는 영화나 드라마, 대중음악에서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답한다고 했다.
박 감독이 여러 차례 영화화 의지를 밝혔던 인민혁명당 사건은 그가 시간을 끄는 사이, 동료인 허진호 감독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남북 문제와 관련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없다"면서도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분단문제에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찬욱의 포부
이미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오른 박찬욱이 밝히는 미래의 포부는 뭘까. 그가 설명하는 영화 속 주인공 형사 해준은 "경찰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 캐릭터"다. 박 감독도 감독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는지 물었다.
"경찰은 실제로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 직업의 자부심을 가질 만하죠. 그런데 영화감독, 예술가들은 어떤 자부심을 가질까. 실제 타인의 삶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자부심이 허용되는 직업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말하자면 좀 엉터리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는 자부심을 가지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런데 아주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정신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겠죠. 그런데 저 자신이 그런 작품을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선 회의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그저 그런 작품을 남기고자 노력한다고밖에, 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