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인터넷 차단...일시 조치인가 영원한 '디지털 고립'의 시작인가?

이란의 무장 특수부대 경찰관이 검은색 복장을 하고 무기를 든 채 장갑차 위에 서서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배경에는 통신탑과 이란 국기가 보인다. 이 사진은 테헤란 중심부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 중에 촬영되었다.

사진 출처, NurPhoto via Getty Images

    • 기자, 조 타이디
    • 기자, BBC 사이버 전문기자
    • 기자, 파르샤드 바얀
    • 기자,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

이란이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인터넷 차단 중 하나에 들어간 지 10일째다. 현재 9200만 명의 시민이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서 차단됐으며,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 서비스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란 정부는 반대 의견을 억누르고,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정부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를 막기 위해 지난 8일 인터넷을 차단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인터넷 차단이 자신이 외부에서 지시된 "테러 작전"이라고 표현한 사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인터넷 서비스가 언제 복구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뉴스 웹사이트 '이란와이어'는 파테메 모하제라니 정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적어도 3월 말 이란의 새해가 시작될 때까지 국제 인터넷 접속은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자유를 감시하는 단체 '필터워치'는 이란 정부가 이란을 국제 인터넷망에서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과 규정을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필터워치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국제 인터넷 접속 재개를 기대해서는 안 되며, 설령 이후에 재개되더라도 이용자들의 국제 인터넷 접근은 결코 이전과 같은 형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이 보도의 내용이나 시행 시점을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와 대화한 기자들 역시 인터넷 접속이 당분간 복구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일시적 차단에서 '소통의 블랙홀'로

이란은 수년간 인터넷에 대해 강력한 통제를 유지해 왔다. 대부분의 서방 소셜미디어 앱과 플랫폼이 차단돼 있으며, BBC 뉴스와 같은 해외 언론 웹사이트도 접속이 제한돼 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인스타그램과 같은 인기 앱에 접속해 왔다.

인터넷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 '액세스 나우'는 이란이 인터넷 차단을 대규모 폭력과 시위대에 대한 잔혹한 진압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일관되게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2019년 11월과 2022년 9월 전국적인 시위 당시 이뤄진 전면 인터넷 차단을 사례로 들었다.

켄틱의 트래픽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으로 유입되는 데이터 흐름의 증가(오른쪽 하단 점선으로 표시)는 현지시간 17일 오전 3시 42분에 시작됐다. 그런데 현재의 연결 수준은 여전히 극히 제한적인 상태로, 8일 인터넷 차단 이전에 기록됐던 트래픽 규모의 약 0.2% 수준에 불과하다.

사진 출처, Kentik

사진 설명, 켄틱의 트래픽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으로 유입되는 데이터 흐름의 증가(오른쪽 하단 점선으로 표시)는 현지시간 17일 오전 3시 42분에 시작됐다. 그런데 현재의 연결 수준은 여전히 극히 제한적인 상태로, 8일 인터넷 차단 이전에 기록됐던 트래픽 규모의 약 0.2% 수준에 불과하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있었던 지난해 6월에도 인터넷 차단이 시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인터넷 차단은 이전의 어떤 차단보다도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 '액세스 나우'는 공개 성명을 통해 인터넷 접속의 전면적인 복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뿐 아니라, 당국이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은폐하고 회피하도록 부추긴다"고 말했다.

이미 이번 차단으로 이란 내 생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특히 전자상거래 부문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인권활동가 뉴스통신(HRANA)'은 확인된 시위 참가자 사망자가 3300명을 넘었고, 4380건이 추가로 검토 중이라고 추산했다. 또 187개 도시에서 체포된 인원은 2만426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실제 사망자와 구금된 인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터넷 접근이 제한되면서 수치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감시 프로젝트 필터워치는 이번 인터넷 차단이 보다 극단적인 '디지털 고립'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며, 온라인에서 말하고, 보내고, 보는 모든 것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터워치를 운영하는 미안 그룹의 사이버 보안 및 디지털 권리 담당 국장 아미르 라시디는 BBC에 이란 당국이 글로벌 인터넷 접속을 자동으로 허용하지 않고 승인 대상으로 만드는 단계적 접근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과 심사를 거치는 절차를 통해서만 접속이 허용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러한 시스템을 위한 기술적 인프라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구축돼 왔다고 덧붙였다.

누가 인터넷을 통제하는가?

필터워치에 따르면 (인터넷 차단)계획은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주요 결정권은 민간 부처보다는 안보 기관 내에 점차 집중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 주목할 만하고 큰 혼란을 초래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 가운데, 이란을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 역시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의 또 다른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분석가들은 내부 권력 역학과 보다 광범위한 경제·기술적 압박으로 인해 이러한 계획이 완전히 실행되지 않거나, 적용 과정에서 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아미르 라시디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직면한 위험과 함께 이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에 적응하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시행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헤란 북부에서 밤길을 걷던 두 젊은 여성이 수제 도자기 작은 진열대 옆에 서 있다. 한 명은 고객의 휴대폰에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행인들이 지나가고, 가로등과 주변 나무들이 그 장면을 비추고 있다.

사진 출처, NurPhoto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이번 폐쇄 조치는 대부분의 이란인들의 생계와 일상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도된 계획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시행 중인 유사한 시스템을 따르게 된다.

중국은 온라인 토론에 대한 대규모 국가 검열뿐 아니라, 해외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정보까지 통제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통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해 왔다.

이른바 중국의 만리방화벽은 시민들을 글로벌 인터넷의 상당 부분에서 차단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모든 서방 앱은 VPN 없이는 접근할 수 없다. VPN 역시 사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러시아는 2019년 루넷으로 불리는 유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규모 계획의 시험에 착수했다.

다만 수십 년 전 인터넷 확산 초기부터 국가 통제를 구조에 포함시킨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복잡하게 얽힌 기존 시스템에 국가 통제를 사후적으로 덧붙여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위기 상황에서 사용될 것으로 알려진 '킬 스위치'를 통해 자국을 월드와이드웹에서 완전히 차단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국가 내부의 인터넷 트래픽은 허용해 온라인 활동을 유지하되, 외부와의 트래픽은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디지털 국경을 형성하게 된다. 다만 아직 완전히 시험되지는 않았다.

이란의 인터넷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식 인터넷 통제를 결합한 준영구적 통제 체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서리대학교의 컴퓨터 보안 전문가 앨런 우드워드 교수는 이란의 계획에 대한 보도를 검토한 뒤 BBC에 "이란에서는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는 한 모든 전자적인 접근으로부터 사람들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정권이 현재의 전면 차단을 계기로 모든 것이 끊긴 상황을 이용해 기술적 전환과 지시를 지금 실행하며 장기 계획을 앞당겨 추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미르 라시디는 이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라고 말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실제로 전면 시행될지는 결국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은행 밖에서 ATM을 사용하는 남성들, 그중 한 명이 휴대폰을 보며 지나가고 있다.

사진 출처, Mobina / Getty Images

스타링크를 비롯한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 이른바 저궤도 위성 인터넷(LEO)도 시위 기간 이란 정부의 통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LEO 인터넷 서비스는 위성을 통해 접속하기 때문에 모든 검열과 차단을 우회할 수 있다.

일부 스타링크 이용자에 대해 이란 정부가 전파 방해와 간섭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회사가 정부의 차단 시도를 우회하도록 펌웨어를 업데이트한 이후에 다른 단말기들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BBC에 확인됐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이 서비스는 이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구독 요금도 면제했다.

권위주의 정권들이 점점 더 많은 통제 수단을 동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드워드는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의외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는 LEO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터넷이 끊긴 상황에서도 위성을 이용해 SOS 메시지 등을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이 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한 메쉬 네트워크를 활용해 연결이 없는 곳에서도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앱들도 등장하고 있다.

우드워드는 "결국 인터넷 접근은 진정으로 보편화될 수밖에 없지만, 억압적인 정권들과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