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이스라엘 군과 함께 알-시파 병원 내부 접근

지난 15일 이스라엘 방위군의 작전이 벌어지던 와중 루시 윌리암슨 BBC 특파원이 가자시티 내 알-시파 병원 구내를 걷고 있는 모습
사진 설명,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제한으로 BBC 취재진은 알-시파 병원 내 의료진이나 환자와는 대화할 수 없었다
    • 기자, 루시 윌리암슨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알-시파 병원, 가자시티

어둠이 내려앉은 15일(현지시간) 밤, BBC 취재진은 무너진 벽을 통해 알-시파 병원 구내로 들어섰다. 이스라엘군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난 14일 군용 불도저로 뚫어놓은 구멍이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자신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것으로 보여주고자 BBC News를 포함한 몇몇 방송국 취재진을 알-시파 병원으로 처음 초대했다.

조금의 불빛이라도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에 취재진은 어둠 속에서 중무장한 호위대를 따라 임시 천막과 건물 잔해, 잠자고 있는 사람들을 더듬으며 병원 내부를 돌아다녔다.

이곳 알-시파 병원의 의료진에 따르면 이곳은 전력, 식량, 물도 없이 수일째 운영되고 있으며, 이에 신생아 등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가자 지구에서 벌어진 분쟁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이 병원으로 몰려와 구내 이곳저곳에서 지내고 있다.

조나단 콘리커스 중령(오른쪽)과 윌리암슨 특파원이 알-시파 병원 내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AFP

사진 설명, IDF 대변인인 조나단 콘리커스 중령은 BBC 취재진에게 알-시파 병원 일부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하 터널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알-시파 병원 지하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얼굴을 가린 특수부대원들이 부서진 잔해와 깨진 유리 위로 취재진을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이곳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한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장악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취재진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통해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 자신들이 왜 이 병원을 장악해야만 했는지 얼마나 말하고 싶어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취재진을 이끈 조나단 콘리커스 IDF 중령은 MRI 촬영실이 있는 환한 복도를 걸어가며 칼라시니코프 소총, 탄약, 방탄조끼 등으로 구성된 숨겨진 보따리 3개를 보여줬다. 이곳 주변에서 수류탄은 물론 총기 총 15정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콘리커스 중령은 지도, 군용 책자. 팸플릿 몇 개도 보여줬는데, 이 지도엔 병원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출입구일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표시돼 있다고 한다.

IDF 측이 알-시파 병원 내 MRI 스캐너 뒤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 소총들
사진 설명, IDF 측은 알-시파 병원 내 MRI 스캐너 뒤에서 숨겨져 있던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군수품’이라고 적힌 팸플렛과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이 발간한 다른 팸플렛
사진 설명, ‘군수품’이라고 적힌 팸플렛과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이 발간한 다른 팸플렛. IDF는 사진 속 이러한 팸플렛을 알-시파 병원 내부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콘리커스 중령은 이를 통해 하마스가 병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희는 수많은 컴퓨터와 (기기) 장비도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질들이 실제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콘리커스 중령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노트북에는 가자 지구로 끌려온 인질들을 찍은 사진과 영상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BBC 취재진은 노트북 속 영상이나 사진 등을 직접 볼 순 없었다.

또한 10월 공격 당시 체포된 하마스 대원들을 이스라엘 경찰이 심문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있었다고 한다. 해당 영상은 최근 이스라엘 경찰이 공개한 바 있다.

콘리커스 중령은 이는 하마스가 “지난 며칠 사이” 이곳 병원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콘리커스 중령은 “이 또한 크게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하마스는 현재 여기 없다. 우리가 오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발견된 물건들은 어쩔 수 없이 남겨둔 물건일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훨씬 더 많은 게 있으리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IDF 군인들이 작전 중인 알-시파 병원 건물

이스라엘 군대는 몇 주간 싸우며 병원 문 앞까지 진입했다. 병원 주변 거리에선 지난 며칠간 가자 지구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취재진의 방문은 철저히 통제된 상태로 이뤄졌다. 병원 현장엔 극히 제한적인 시간 내로만 머물 수 있었으며, 그곳의 환자나 의료진과는 대화할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취재진이 장갑차를 타고 가자 시티로 이동했던 경로는 이스라엘 군이 몇 주 전 처음으로 지상전을 전개했던 경로였다.

군용차 밖의 풍경은 농경지였다가 이내 커다란 잔해가 흩어진 망가진 거리로 변해갔으며, 파괴된 건물의 흐릿한 윤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자시티 바로 남쪽 지점에서 우리는 차량을 바꾸고자 잠시 멈추어 섰는데, 비틀린 금속 더미와 커다란 돌무더기, 콘크리트로 된 울퉁불퉁한 언덕 위를 기어갔다.

그곳엔 군인 몇몇이 작은 모닥불 주위로 웅크려 앉아 줄지어 늘어선 탱크 옆에서 간단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군인 한 명은 윙크하며 “조리법은 비밀이다”고 했다.

이들 위로는 기묘한 모양으로 무너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를 닫는 용도였을 금속 셔터는 구겨진 모양으로 반쯤 열려 있었다.

벽에는 붉은 스프레이로 다윗의 별 하나가 그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IDF’라고 적혀있었다. 다윗의 별 위에는 ‘다시는 안 된다’라는 문구도 있었다.

‘IDF’라는 글자와 함께 스프레이로 그려진 다윗의 별. 그 위에는 ‘다시는 안 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설명, 가자시티 남쪽의 어느 벽에서 발견된 ‘IDF’라는 글자와 함께 스프레이로 그려진 다윗의 별. 그 위에는 ‘다시는 안 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난달 7일에 발생한 공격은 하마스와의 분쟁에 대한 이스라엘의 계산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 및 정치 세력을 파괴해 수년간 지속됐던 불안한 대치 상태를 완전히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하마스는 영국,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테러 단체로 지정된 상태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약속을 실행하고자 알-시파 병원 내부를 포함한 가자 시티 중앙부에도 발을 디뎠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들이 일부 인질들과 함께 도망칠 때 사용했을 병원 지하의 터널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알-시파 병원 건물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전쟁의 중심지가 됐다. 이스라엘은 이곳이 하마스의 지휘통제소라는 주장과 함께 심지어 이곳이야말로 하마스의 “심장부”라고 표현한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시티 중심부에 자리한 이곳 병원에 들어오기까진 몇 주가 걸렸다. 게다가 이번 분쟁과 함께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이 바로 이스라엘엔 결정적인 순간이다.

거의 24시간 동안 병원을 점령하고 수색한 끝에,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과 인질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될만한 무기 및 장비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도, 인질들도 손에 넣지 못한 상태다.

한편 취재진은 병원을 나와 가자 지구의 해안 도로로 통하는 넓은 도로를 덜컹대며 달렸다. 이제 가자 시티는 탱크가 다스리는 도시가 됐다. 유령 도시처럼 아무도 없는 이곳 도로는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이곳저곳이 파괴돼 있었다.

이스라엘이 이 거리를 장악하는 데 무엇이 필요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