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환상 깬 것'...한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를 보는 우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방향으로 발사되는 미사일

사진 출처, EPA-EFE/REX/Shutterstock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북한이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북한의 불법무기 제공 의혹과 더불어 한반도 역내 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팔레스티나(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의 대규모적인 무장 충돌이 발생했다”며 “국제사회는 이번 충돌사태가 팔레스티나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범죄행위의 결과라고 하면서 유혈적인 충돌을 종식시킬 수 있는 근본 출로는 독립적인 팔레스티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수천 발을 발사했고, 총기로 무장한 대원 수십 명이 육로와 해로, 하늘길을 통해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해 수백 명을 살해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보복 공습에 나선 상황이다.

하마스, '북한제 무기' 활용 정황

하마스 대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일각에서는 하마스가 북한이 불법 제공한 무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일 한 군사 전문 블로거(War Noir)는 X(옛 트위터) 계정에 하마스 무장대원을 촬영한 영상 일부를 공유하며 이들이 북한제 F-7 로켓추진유탄(RPG) 발사기를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BBC 검증을 거친 자료는 아니다.

과거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이 이란에 무기를 불법적으로 제공했고, 이 무기들이 하마스나 헤즈볼라 같은 무장단체로 유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북한의 불법무기 제공 관련한 '결정적인 증거'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동엽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BBC 코리아에 “2000년대 들어서는 북한 무기 등이 밖으로 흘러 나갔다는 증거를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최근 발견되는 무기는 북한이 70, 80년대 아프리카나 중동 쪽으로 군사고문단을 파견했을 때의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경계에서 무기를 정비하는 이스라엘군

사진 출처, EPA-EFE/REX/Shutterstock

사진 설명, 가자지구 경계에서 무기를 정비하는 이스라엘군

한반도 역내 안보 상황

한국에서는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을 계기로 한반도 역내 안보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이 하마스처럼 대규모 로켓 발사와 게릴라 침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단행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에 임할 경우 한국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하이브리드전은 전통적으로 북한이 굉장히 잘하던 부분”이라고 봤다.

실제로 북한 특수작전군은 패러글라이딩을 활용한 침투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부터 소형 잠수정 등을 통한 해상침투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류 연구위원은 “최근 김정은이 지휘소를 방문했을 때 총참모장과 정찰총국장을 같이 봤다”며 “이걸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같이 사용하는 배합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하마스와 같은 무장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전쟁에 나서진 않겠지만, 유사시엔 피해를 극대화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봤다.

이스라엘 아이언 돔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아이언 돔’은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제로, 단거리 로켓과 미사일을 높은 확률로 요격한다

‘전쟁에 대한 환상 깨졌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스라엘의 고성능 방공망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2026년을 목표로 ‘한국형 아이언 돔’이라 불리는 ‘장사정포요격체계(LAMD)’를 개발 중이다. ‘아이언 돔’은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제로, 단거리 로켓과 미사일을 높은 확률로 요격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이언 돔과 LAMD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대일 비교는 어렵지만, “(LAMD의)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능력도 더 좋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에 아이언 돔이 수천 발 미사일 앞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고성능 방어체제가 결코 '무적'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백, 수천 발 미사일이 한꺼번에 발사될 경우 어떤 시스템도 이를 모두 방어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북한은 하마스에 비해 훨씬 뛰어난 미사일 역량을 갖추고 있다.

류 연구위원은 “‘한국형 아이언 돔’이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됐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했고, 그리고 아마도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경계를 가르는 '스마트 장벽'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1조원 넘는 공사비를 들여 3년 6개월에 걸쳐 설치한 약 65㎞ 장벽이다. 수많은 감시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등이 설치해 무인 경비 기능을 극대화했다.

양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에서) 스마트 장벽은 ‘무인으로 (방어를) 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지 보여줬다”며 “결국 병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무인이고 뭐고 기습에 당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류 연구원은 “전쟁에 대해서 사람들이 다들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어떤 부분들을 첨단화하면 사람은 하나도 안 죽고, 깨끗하고 완벽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