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메드베데프 꺾고 US 오픈 우승… 24번째 메이저 우승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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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노박 조코비치가 만 36세3개월의 나이로 US 오픈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 기자, 조나단 유레이코
    • 기자, BBC 스포츠

노박 조코비치가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를 누르고 개인 통산 24번째 메이저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세르비아 출신의 조코비치(36)는 3-0(6-3 7-6<7-5> 6-3)으로 승리했지만, 3-0이라는 숫자로는 그가 코트에서 어떤 경기를 펼쳤는지 다 설명할 수 없다.

1세트에서는 쉽게 기선을 잡았지만, 2세트는 1시간 44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3세트 초반에는 두 선수가 브레이크를 주고받았지만, 이후 조코비치가 주도권을 잡았고 마거릿 코트가 50년 전에 세운 메이저 단식 최다 우승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조코비치는 자신의 24번째 메이저 우승에 대해 "분명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는 어린 시절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저와 제 가족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테니스, 그 정상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오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2번 시드를 받은 조코비치는 특히 험난했던 2세트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였지만, 결국 모든 강점을 발휘하며 US오픈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조코비치는 작년 7월 윔블던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에게 패했지만, 이후 2023년 호주오픈에서 승리해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인 22승을 넘어섰다.

2023년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3개 대회에서 우승했고, 이 업적을 4번이나 달성한 최초의 남자 선수가 됐다.

세계 랭킹 1위가 확정된 조코비치는 내년 1월 호주오픈에서 마거릿 코트의 기록을 넘어설 기회를 맞이한다. 조코비치는 이미 호주오픈에서 10번 우승한 바 있다.

조코비치는 또 한 번의 긴 랠리에서 승점을 쌓았다. 관중들의 함성이 잦아들기까지 서브를 잠시 늦췄고, 이후 메드베데프의 포핸드가 네트에 맞으면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조코비치, 그 이름이 명예의 전당에 남을 이유 다시 보여줘

지난 윔블던 결승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즈(20)에게 패했을 때는 남자 단식의 판도가 바뀔 것처럼 보였지만, 선수 경력이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도 조코비치는 그 존재감을 계속해서 과시하고 있다.

메드베데프(27)는 준우승패를 받기 전 코트에서 “노박에게 질문이 있어요. 여기서 아직도 뭘 하고 계시나요! 언제쯤 되면 속도를 늦추실 계획이죠?”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저도 경력이 괜찮은 편이에요. 20번쯤 우승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에서 24번이나 우승했군요. 대단합니다."

조코비치는 10일 결승전 초반부터 참을성 있게 정확한 플레이를 펼치며 2-0으로 앞서나갔다. 메드베데프는 3-0으로 뒤처진 상황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메드베데프가 리시브 상황에서 베이스라인 깊숙이 물러나자 조코비치는 현명하게 서브 발리를 시도해 4-1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이 전술은 경기 전반에서 펼쳐졌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이며 첫 세트를 마무리했다.

조코비치가 US오픈에서 첫 세트를 이기고 나머지 세트에서 역전당한 것은 지난 73번의 경기 중 단 한 번, 2016년 결승에서 스위스의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를 상대했던 것이 유일하다.

코트에 쓰러진 메드베데프와 손을 내미는 조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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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조코비치는 3세트에서 메드베데프가 코트에 쓰러졌을 때 도움을 제안했다

조코비치의 끈질긴 리턴은 2세트 초반 서브가 부실하고 실수를 연발하던 메드베데프로부터 계속 실수를 끌어냈다.

조코비치는 계속되는 압박으로 7번째 게임에서 또다시 브레이크 포인트를 맞이했지만, 메드베데프는 조코비치가 31번의 랠리 끝에 체력을 소진하고 코트에 넘어질 때까지 꿋꿋이 버텼다.

조코비치는 4-4로 긴 게임을 이어가고 메드베데프의 첫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살아남는 동안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3번 시드의 메드베데프는 랠리에서 더 오래 버텨 조코비치를 한계까지 밀어붙였고, 또 다른 서브와 발리로 조코비치가 세트 포인트를 허용하게 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결국 길어진 세트를 타이브레이크로 만들었다.

메드베데프가 조코비치의 끈질긴 추격에도 불구하고 포인트를 따내며 5-4로 앞섰지만, 조코비치가 다시 한번 포인트를 얻고 다음 세 포인트를 연달아 획득하면서 2세트까지 따냈다.

메드베데프가 2세트를 가져와야만 승기를 잡을 수 있음이 분명했던 상황이고, 특히 메드베데프는 3세트 전 어깨 부상으로 치료가 필요했던 만큼 이후 분위기가 한쪽으로 기운 듯했다.

메드베데프는 이후 3-2 상황에서 서브 게임에 분발했지만 조코비치가 바로 브레이크에 성공해 또 한 번의 멋진 승리를 확정 지었다.

조코비치가 역사적인 24승을 기념한 방법

상대 선수와 악수를 나눈 조코비치는 코트에 무릎을 꿇은 뒤 흐느꼈고 관중석에서 딸 타라를 데리고 나왔다.

조코비치는 양친 스드잔과 디야나, 아내 젤레나, 아들 스테판, 할리우드 배우 매튜 맥커너히 등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축하를 나누며 눈물을 더 흘렸다.

가족들에게 어린 시절의 모든 “희생”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전쟁이 벌어졌을 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히 부모님께서 돈이 많이 드는 테니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덕분에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접근성도 낮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저는 테니스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가족 중 테니스를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다들 놀라운 응원과 믿음을 보내 줬습니다.”

"아내, 아이들, 우리 팀, 이 트로피는 제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것이기도 합니다."

조코비치는 또한 2020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하는 티셔츠를 입었는데, 코비의 선수 시절 등번호는 24였다고 한다.

“코비와는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제가 부상으로 고생하면서 다시 정상에 오르려 노력할 때 승자의 사고방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코비는 제가 가장 의지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언제나 가장 친근한 응원을 보냈습니다.”

“친구의 죽음은 큰 상처였습니다. 24번은 코비의 레이커스 등번호였던 만큼, 그를 기리고 싶습니다.”

'초인적' 조코비치의 '놀라운 순간' - 분석

아직 어린 나이의 코리 가우프가 지난 9일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US오픈을 주목하던 관중들을 이틀 동안 특별한 밤을 보내게 됐다. 특히 경력의 황혼기에 조코비치가 따낸 우승은 또 다른 이유로 감동을 가져왔다.

BBC 전문가들은 전 영국 1위 선수 애나벨 크로프트와 함께 조코비치의 업적에 찬사를 보내며 팬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일"을 목격 중이라고 했다.

애나벨 크로프트는 BBC 라디오5 방송에서 "조코비치가 마거릿 코트의 메이저 24회 우승과 동률을 이루는 장면을 목격했다. 여기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해냈다. 그는 정말 초인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코비치가 고통의 장벽을 뛰어넘어 일궈낸 것입니다. 메드베데프의 플레이도 최선이었어요. 그의 강인한 성품도 감탄스럽죠. 다만, 게임에서 격차가 보였습니다. 그저 완벽했어요."

미국의 전직 선수 제프 타랑고는 "아무도 재연하지 못할 것 같은 놀라운 순간"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 두 번째 세트처럼 비틀거리고, 여러 번 넘어지고, 그런데도 다시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것은 조코비치에게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코비치는 빈 수영장에서 테니스를 치며 자랐는데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가 됐습니다. 정신분석이든 뭐든 시도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조코비치가 퍼즐의 모든 조각을 맞췄다는 거예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