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당했다…세계 곳곳서 '정치인 테러' 늘고 있는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총격을 받은 직후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총격을 받은 직후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기자, 리차드 김
    • 기자, BBC 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기 습격을 당하면서,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정치인 테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극단의 정치가 상대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면서 유력 정치인들을 향한 테러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연설을 하던 중 총격을 입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쪽 귀 윗부분이 관통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날 총격으로 유세장에 있던 참가자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암살 용의자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는 총격 직후 비밀경호국요원에 의해 사살됐다.

전 세계서 정치인 테러 급증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유력 정상들을 겨냥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정치인 피습 사례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한 총격 사건이 거론된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선거 유세 중 전 자위대원이 개조한 사제 총을 맞고 사망했다.

2022년 7월 8일 총격을 받고 쓰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 출처, The Asahi Shimbun via EPA

사진 설명, 2022년 7월 8일 총격을 받고 쓰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테러의 표적이 됐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불과 9개월 만인 지난해 4월 현직 총리에 대한 폭발물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용의자인 기무라 류지는 와카야마시에서 선거 지원유세에 나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연설회장에서 폭발물을 투척했다. 경호원이 폭발물을 쳐내면서 기시다 총리는 화를 면했다.

범인은 자신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일본의 선거제도와 아베 국장에 대해 불만을 품고 기시다 테러를 시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영국 에식스주 리온시의 한 교회 주변에 데이비드 에미메스 의원을 추모하는 꽃과 사진이 쌓여 있다

사진 출처, Press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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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지난 2021년 데이비드 에이메스 보수당 하원의원이 지역구 주민들과 만나는 정례 행사에 참석했다가 소말리아 출신 영국인 알리 하비 알리의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영국 검찰은 “범인은 극단적 광신도 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밝혔다.

2016년에는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이 극우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선 지난 2022년 9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자 당시 현직 부통령에 대한 총격 시도가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임란 칸 파키스탄 전 총리가 유세 중 다리에 총상을 입었고,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역시 지난 5월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 마을에서 가슴과 복부에 세 발의 총탄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7일에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코펜하겐 광장에서 선거 운동 도중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출처, EPA-EFE/REX/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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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예외 아냐

정치인을 노린 공격은 한국에서도 수차례 일어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했던 '커터칼 습격'이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하던 중 지 모씨가 휘두른 커터 칼에 우측 뺨에 11cm의 자상을 입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서 습격범의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3주 후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중학생이 휘두른 돌덩이에 15차례 가격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가 서울에서 피습 당하는 일도 있었다.

2015년 3월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조찬 행사에서 리퍼트 대사가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 대표 김모 씨에게 과도로 공격 당해 부상을 입으면서 정치 테러를 향한 규탄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치권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시민 안전과 민주주의를 위협한 이번 총격 사건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특히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와 폭력은 어떠한 이유라도 그 어떤 곳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은 “정치 테러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증오 정치, 정치 테러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모습

사진 출처,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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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증오 정치문화의 산물'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 세계에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상대에 대한 존중 보다는 상대를 증오하고 혐오하는 극단적인 정치 문화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군기 동국대 객원교수는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피습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 진영간의 극단적 대립, 나아가 상대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정치 테러로 나타난 대표적 사건”이라며 “상대 진영, 상대 후보 중 그 대상이 국가 지도자급일 경우, 물리적 제거만이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고 사회와 국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 테러 현상은 역사적으로 항상 있어왔지만, 최근 더욱 심각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그 원인은 국가별로 극단적 대립구조의 정치 환경이 공고해지는 데 있다”며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타협과 협상, 소수파 배려라는 민주주의 기본 가치가 전혀 존중되지 않고 있는 현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나아가 “어떤 인물의 폭력적 물리적 제거는 현대 민주주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효과와 후유증을 남길 뿐인데 이를 신봉하는 광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타협과 협상을 우선하는 정치 문화 복원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