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선거 앞두고 총에 맞아 사망하는 후보들...'출마 포기' 선언까지

신시아 후아레즈
사진 설명, 신시아 후아레즈 후보는 유명한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였던 친구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살해당하자 게레로주 아카풀코에서 직접 출마했다
    • 기자, 윌 그랜트
    • 기자, BBC 멕시코 및 중앙 아메리카 특파원
    • Reporting from, 멕시코 게레로주

다음 달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폭력 사태가 증가하고 있는 멕시코에서도 특히 서부 게레로주는 후보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곳으로 손꼽힌다.

신시아 후아레즈보다 이에 대해 더 잘 느끼는 사람도 없다.

후아레즈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모이시스 ‘모이’ 후아레즈 아바르카를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다.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로 전국에서 유명했던 아바르카는 야당인 민주혁명당(PRD)당 소속으로 지방 선거에 출마했다 어느 날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아바르카의 시신은 나중에 다른 시신 16구와 함께 집단 무덤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이에 친구를 대신해 후보로 나선 후아레즈는 “모이와 함께 난 20여 년간 정치 행동주의에 몸담고 있지만, 게레로주와 아카풀코에선 지금껏 보지 못한 가장 폭력적인 선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구가 살해당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후아레즈 또한 자신이 이번 출마에 어떤 위험이 뒤따르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동성애자 인권 증진 운동을 이끌고 있는, 이 작지만 강인한 여성은 무서워서 포기하진 않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저도 두렵습니다. 어느 날 외출했다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할까봐, 그리고 정치적 동기로 인해 이런 일을 당할까봐 두렵습니다. 그러나 정치야말로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유일한 길이고, 아카풀코를 과거의 융성한 항구 도시로 되돌릴 유일할 방법입니다.”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폭력 사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아카풀코에선 시장 근처에 버려진 시신 6구를 포함해 최소 12명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멕시코의 정치 컨설팅 업체 ‘인테그랄리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에선 전국적으로 정치적 폭력이 만연하다.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정치인, 후보 약 200명이 살해되거나 살해 협박에 시달렸으며, 특히 게레로주에서만 50명이 넘는 피해자가 나왔다.

정치권 전반에 걸쳐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만, 통계상 집권당인 ‘모레나’당의 후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게레로주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살인 사건으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아카풀코에서 발생한 사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모레나’ 당 소속으로 유력한 시장 후보였던 리카르도 타자 후보는 경호원을 대동한 채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사실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이 저지르는 정치적 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폭력 사태는 노련한 정치인조차 충격받을 정도로 심각하다.

타자 후보는 사망하지만 않았다면 당시 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었다. 이렇듯 총으로 인해 후보자들의 이름이 투표용지에서 사라지면서 일부 유권자들은 지역 사회의 이익보다는 갱단의 입맛에 가장 맞는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후아레즈는 아카풀코의 시장 출신인 에보디오 벨라즈케즈와 함께 지역 상가를 돌아다니며 BBC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벨라즈케즈 전 시장은 자신은 정치 인생 내내 위협을 느끼며 살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어느 날 무장 괴한들이 자택에 침입해 대담하게 협박했다고 한다.

이에 벨라즈케즈 전 시장은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후회하느니 안전히 지내고 싶다”는 벨라즈케즈 전 시장은 “또 다른 통계상 살인 피해자로 남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방 당국에도 경호원을 배치해달라고 연락했으나,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행동에 나서주지 않았다”고 한다.

에보디오 벨라스케즈
사진 설명, 아카풀코 시장 출신인 에보디오 벨라스케즈 후보는 무장 괴한의 자택 침입 사건 이후 국회의원 후보 출마를 포기했다

벨라즈케즈 전 시장은 이 유혈이 낭자한 선거 운동이 “사회에 불확실성과 공포”를 심었다며, 이는 “(폭력 사태) 예방 및 치안 분야에서 공공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게레로주에선 여전히 집권당 후보가 지방 및 연방 의회 의석을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게레로주에선 멕시코 정치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인물 중 하나인 펠릭스 마세도니오 상원의원이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마세도니오 상원의원은 지난해 2021년 주지사 선거 당시 강간 및 성폭행 혐의가 불거지며 물러나야만 했다. 마세도니오 상원의원은 혐의를 부인했고, 이후 소송은 취하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은 스캔들이 벌어지는 내내 마세도니오 상원의원을 변함없이 지지했다.

공식 여론 조사 결과 멕시코인 약 60%가 자신의 도시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세도니오 상원의원은 지난해에 비해 개선된 수치라고 주장하며, ‘총알 대신 포옹’으로 요약되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범죄 대책은 절대 실패하지 않았다며 부인한다.

마세도니오 상원의원은 “‘총알 대신 포옹’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반드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멕시코인들이 서로 총알이 아닌 포옹을 주고받길 바란다고 했다. 빈곤과 가정 해체, 폭력 등의 근본 원인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펠릭스 살가도 마세도니오
사진 설명, 2021년 성폭력 혐의로 물러난 펠릭스 살가도 마세도니오 상원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마세도니오 상원의원은 오는 2월 누가 당선되든 게레로주와 멕시코 전역엔 여전히 큰 과제가 남아있음을 인정했다. 그가 속한 ‘모레나’ 당이 내세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선 후보는 당선이 유력한 후보로, 당선 시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

마세도니오 상원의원은 “국가 전체가 평화로워질 때까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북쪽에 자리한 우리의 거대한 이웃이다. 계속 마약이 팔린다면, 수요와 공급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마약을 소비하는 주체는 누구인가”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년간 아카풀코 주민들은 매우 힘든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이곳 해안 도시는 8개월 전, 강력한 허리케인 ‘오티스’가 덮친 곳이다. 가장 강력한 등급인 5등급에 해당하는 해당 허리케인이 남긴 피해의 흔적은 해변 아파트부터 저소득층 마을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뚜렷하게 남아있다.

이곳의 많은 이들이 목숨과 생계를 잃었다.

주민 메르세데스 산체스는 누구보다 많은 것을 잃었다. 프란시스코 빌라 지역의 낡은 집에서 살고 있는 산체스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어머니와 오빠가 산사태로 매몰됐던 상황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메르세데스 산체스
사진 설명, 아카풀코를 휩쓸고 간 허리케인 ‘오티스’로 어머니와 오빠를 잃은 메르세데스 산체스

산체스는 식량, 가구당 약 3000달러(약 400만 원) 정도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 가전제품 교체 등 정부의 재난 대응 정책에 감사하다고 했다.

허리케인 이후 아카풀코 지역은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치안은 열악해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산체스의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선 한 택시 기사가 최근 숨졌다. 손님을 기다리다 총에 맞았다. 해당 범죄 현장엔 경찰이 설치한 노란색 출입 저지선이, 도로 위엔 핏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다.

투표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산체스는 끊임없는 범죄야말로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체스가 사는 지역에선 일상이 위험 그 자체다.

“우리는 늘 두려움에 떨며 외출합니다.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려 해도, 그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을 수 있으니까요. 언제나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