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예기획사 '성 착취': 쟈니스 기획사 현 사장 결국 사임 발표

쟈니 키타가와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화면 속 쟈니 키타가와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자신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아이돌 지망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
    • 기자, 샤이마 칼릴, 데릭 차이
    • 기자, BBC News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쟈니스 사무소’의 현 CEO가 창업자 쟈니 키타가와의 성적 학대를 인정하며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 2019년 사망한 키타가와의 조카이기도 한 후지시마 줄리 케이코 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피해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 사임을 발표했다.

앞서 외부 조사팀이 투입돼 키타가와가 남성 연예인 전문 기획사의 대표로 군림하며 60여년 간 소년 및 청년 수백 명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결론을 내린 지 1주일 만이다.

BBC는 올해 초 이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으며, 이후 더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게 됐다.

키타가와는 생전 의혹을 부인했으며, 성 착취 혐의로 기소된 적도 없다.

그러나 지난 7일 후지시마 CEO는 처음으로 창립자의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키타가와 CEO는 “회사는 물론 제 개인적으로도 쟈니 키타가와에 의한 성 학대가 일어났음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키타가와 CEO의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일부 피해자의 모습을 비췄다. 일부는 화가 난 듯했다.

후지시마 CEO의 사임 이후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은 후지시마 CEO의 발언은 진심이었으며, 도움이 됐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모습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쟈니스 성폭력 피해자 모임’의 대표인 히라모토 준야(오른쪽)가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히라모토 준야 ‘쟈니스 성폭력 피해자 모임’ 대표는 “후지시마 CEO가 지원책 등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으며, 그저 대본을 읽어내린 게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제대로 준비해 발언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피해자 오시마 유키히로 또한 “저들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온전히 치유됐다는 뜻은 아니다. 100중에 10% 정도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는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하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고개 숙이고 걸을 필요 없다. 우리도 앞을 바라볼 수 있다”면서 피해 사실에 대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은 가해자의 영향력 측면에서 강간 및 성폭력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에 비견될만한 규모다.

키타가와는 그야말로 J-Pop의 거물로, 일본 연예계에서 무척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으며, 키타가와가 설립한 소속사는 수년간 스타를 만들어내는 등용문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런 탓에 몇몇 피해자들은 BBC 다큐멘터리 ‘프레데터: J-Pop의 비밀 스캔들’을 통해 키타가와의 성적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의 커리어에 지장이 갈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고 털어놨다.

고개 숙인 후지시마 줄리 케이코 사장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후지시마 CEO(오른쪽)는 히가시야마 노리유키(왼쪽)를 ‘쟈니스 사무소’의 새로운 CEO로 소개하는 동시에 사임을 발표했다

한편 키타가와의 학대를 둘러싼 소문과 관련 언론 보도가 수년간 이어졌음에도 구체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키타가와는 생전 형사 기소당하지 않았으며, 4년 전 87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10대 소년들을 계속 연습생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죽음은 국가적인 사건으로 여겨져, 당시 총리마저 애도를 표할 정도였다.

게다가 키타가와는 생전 민사법원을 통해 일부 혐의가 입증되었음에도, 오히려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최소 1차례 이기기도 했다.

대부분의 일본 주류 언론들도 수년간 관련 혐의를 보도하지 않으면서 업계 은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키타가와의 성 학대 정황이 상세히 보도된 BBC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일본 전역에선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쟈니스 사무소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엔 J-Pop 팬 수천 명이 몰렸다.

해당 다큐멘터리에선 10대 청소년 시절 당시 남성만 있던 쟈니스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피해자들의 주장을 자세히 다뤘다. 그 결과 특정 패턴이 포착됐다. 성 학대는 주로 키타가와의 고급 자택에서 벌어졌으며, 다른 소년들이 그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이후 쟈니스 연습생 출신 가수 오카모토 카우안이 자신도 15세부터 4년간 키타가와로부터 성 학대를 당했다고 나서는 등 더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점차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기획사는 독자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하야시 마카토 전 일본 검찰총장과 정신과 전문의, 임상 심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출범해 후지시마 사장 등 관련자 41명을 인터뷰했다. 이중 피해자는 23명이었다.

그리고 조사팀은 지난주 최종 보고서를 통해 키타가와가 1950년대부터 쟈니스 사무소가 설립된 1960년대를 거쳐 2010년대까지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기획사의 가족 경영진 또한 이러한 학대가 수십 년간 지속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사관들은 쟈니스 사무소에서 오랫동안 경영진으로 근무했던 후지시마 CEO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후지시마 CEO는 이를 반박했으나, 결국 5월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각각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데 그쳤을 뿐, 자신은 키타가와의 행동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7일 후지시마 CEO는 후임자로 유명 배우 출신 히가시야마 노리유키(56)를 임명하며 결국 사임했다. 히가시야마는 쟈니스의 초창기 아이돌 중 한 명이다.

히가시야마 신임 CEO는 키타가와로부터 학대를 당한 적은 없지만, 자신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히가시야마 신임 CEO는 기자회견을 통해 ‘쟈니스 사무소’라는 사명을 교체하라는 대중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서도, 즉각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에서 쟈니스 측은 구조적인 변화를 약속했으며,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형태의 보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어떻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지, 어떻게 연습생들을 관리하고 보호할진 불확실하다.

유명세와 화려함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쟈니스사의 이미지는 이제 땅에 떨어졌으며 대중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이 브랜드의 미래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추가 보도: 켈리 응, 프린시스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