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과도 같다'… 검증되지 않은 처형을 앞둔 사형수의 고백

사진 출처, Alabama Department of Corrections
- 기자, 톰 베이트먼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미국 앨라배마주 홀만 교도소
이 기사에는 사형 집행 방식 등 보기 다소 불편한 장면 묘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케네스 유진 스미스의 사형은 미국에서 최초로 질소 가스를 사용한 방식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집행일을 앞둔 스미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검증되지 않은 실험과도 같은 집행 방식을 생각하면 너무 괴롭다고 고백했다.
이미 앨라배마의 사형 집행 당국은 스미스의 형을 집행하고자 몇 시간가량 애써봤다.
스미스를 교도소 내 '죽음의 방'이라 불리는 집행실 내 사형 침대에 묶어두고 혼합 화학물질을 주입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집행 당국은 실패로 돌아갔다.
주사를 놓을 정맥 부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미스의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로 인해 스미스의 몸엔 다수의 자국이 남았다.
결국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고, 이에 앨라배마주의 사형 집행 영장이 만료되면서 더 이상 시도할 수 없었다
지난 2022년 11월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앨라배마주는 그의 목숨을 다시 한번 끊고자 한다.
이번에 앨라배마주는 스미스의 얼굴에 밀폐 마스크를 씌우고, 체내 산소 부족을 일으키는 불활성 가스인 순수 질소를 강제로 흡입시켜 질식시키겠다는 사형 집행 계획을 승인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주 ‘UN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는 과거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이러한 처형은 고문이나 기타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방식에 해당할 수 있다며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우선 미 연방 법원은 스미스의 변호인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으나, 아직 최종 상고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만약 이 또한 기각된다면 스미스의 사형은 오는 25일 집행될 예정이다.
스미스는 지난 1989년 목사의 아내였던 엘리자베스 세넷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 2명 중 한 명이다. 이들 남성은 1000달러(약 133만원)를 받고 세넷을 구타하고 흉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제 스미스는 현대 미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2번이나 사형장으로 향할 인물이자, 최초로 질소 가스로 사형당하는 사례로 남을 상황이다.

스미스는 중개자를 통해 BBC에 보낸 질문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내 몸은 그저 무너지고 있다. 체중이 계속 줄고 있다”고 밝혔다.
앨라배마주는 언론과 사형수 간 직접 대면을 금지하고 있다. BBC는 지난주 후반 전화 통화를 통해 스미스에게 접촉했으나, 그는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며 인터뷰를 더 이상 진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스미스는 서면 답변에서 “지금 계속 구역질이 난다. 공황 발작도 정기적으로 일으킨다… 이것 말고도 매일같이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질소 가스를 통한 사형 집행 방식은) 기본적으로 고문과도 같다”면서 앨라배마주 당국에 “[집행을] 멈춰달라. 너무 늦기 전에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앨라배마주는 질소 가스 주입 시 빠르게 의식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은 상태다.
의학 전문가들과 인권 운동가들은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거나, 사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생존했으나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 마스크에서 질소 가스가 새어 나와 그 곁에 있을 종교인과 같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의 가능성 등 재앙적인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형 집행 시 입회할 제프 후드 목사는 “스미스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지 않다. 그 점은 분명히 했다. 그저 그 과정에서 고문을 당할 수도 있다며 두려워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후드 목사는 질소 가스 누출의 위험성을 명시한 주 정부의 법적 책임 면제서에 서명했다.
후드 목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형 집행 시) 나는 스미스로부터 몇 피트 떨어진 곳에 서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여러 의학 전문가들이 이는 목숨을 거는 행위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했다”면서 “만약 호스, 마스크, 얼굴 주변 밀폐 장치에서 그 어떠한 누출이라도 있다면 사형집행실 전체에 질소가 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UN에 제출된 조사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한 전문가는 용인할 수 없는 정도의 위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에모리대 의과대학 소속 마취가 부교수인 조엘 지봇 박사는 앨라배마주가 “잔인한” 사형 집행의 “끔찍한” 기록을 남기려 한다며 비난했다.
지봇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미스가 미국에서 가장 나쁜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려야만 할 것 같다. 앨라배마주가 그를 죽이고자 이토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를 죽이고자 다른 이들도 죽이고자 할 정도”라며 비꼬았다.
그러면서 지봇 박사는 “총살형을 당하는 사형수 근처에 목격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집행관의 사격 실력이 좋지 않아 목격자들에게도 총알이 날아갈 수 있기에 이들 모두에게 법적 책임 면제서를 받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바로 이러한 일이 질소 가스를 통한 사형 집행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봇 박사는 “질소 가스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건강한 신체를 지닌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에서 약 15~20초만 들이마셔도 전신 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로 된다면 스미스는 먼저 의식을 잃고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게 된다.

사진 출처, Associated Press
앨라배마주는 미국에서 1인당 사형 집행률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로, 현재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가 165명에 달한다.
2018년부터 앨라배마주는 독극물 주입 사형이 3차례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게 돼 있다. 그리고 사형 집행 당국은 이러한 실패의 원인이 전반적으로 사형수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사형수들의 변호인들이 의뢰인의 목숨을 구하고자 막판에 법원에 사형 집행 유예를 요청하는 식으로 “시간을 끈다”는 것이다. 또한 내부 조사 보고서는 이러한 사태로 인해 사형수들이 “불필요한 기한 압박”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번에 사형 집행 당국은 스미스의 형 집행을 위해 자정까지로 설정된 기한보다 더 긴 “시간 프레임”을 얻게 될 것이다.
한편 살인 집행을 중단시킬 권한이 있는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주 주지사는 의학 전문가들의 경고 및 주 당국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에 대해 언급하길 거부했다.
앨라배마주 법무장관실은 UN의 우려에 대해 “스미스가 제기한 우려만큼이나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앨라배마주 법무장관실은 성명서를 통해 “법원은 스미스가 제기한 이의를 검토하고, 복수의 의료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었으며, 이에 질소 저산소증에 대한 스미스의 우려는 ‘추측에 근거’한, ‘이론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는 1월 25일 스미스의 형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에 찬성표를 던진 리드 잉그램 앨라배마주 하원의원(공화당 소속) 또한 UN의 비판을 일축했다.
잉그램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것도, 비인간적이라는 것도 모르겠다. 나는 우리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형 집행 방식이 스미스가 피해자에게 한 짓보단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주의 주지사는 기독교인이다. (아이비) 주지사는 이 모든 상황에 관해 토론했고, 신중히 다뤄졌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일로 주지사의 마음이 무겁겠지만, 법은 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BBC는 피해자 세넷의 유가족들에게도 접촉했으나, 이들은 25일 이전까진 그 어떠한 의견도 내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1996년, 배심원단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권고했으나, 판사는 스미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에서 스미스는 피해자가 살해당했을 당시 자신이 현장에 있었던 건 사실이나,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