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전쟁 트라우마 극복을 돕는 방법
소피 윌리엄스
BBC 뉴스, 부차

안나(8세)는 한 손에는 엄마의 손을, 다른 한 손에는 테디베어 인형을 잡고 밝은 색 톤의 방으로 들어갔다.
안나는 수줍은 듯 엄마를 바라보며 소파에 앉아 있는 엄마 곁으로 다가갔다.
안나는 부차의 심리센터에서 지원을 받는 많은 어린이 중 한 명이다. 이 센터는 어린이들에게 전쟁과 분쟁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부차는 침공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당했다. 현재 부차는 러시아군에 대한 전쟁범죄 수사의 중심에 있다.
루한스크 동부 지역 출신인 안나의 가족은 2014년 러시아 대리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점령했을 당시 부차로 이사했다. 그로부터 8년 후, 그의 가족은 다시 한 번 대피해야만 했다.
안나의 어머니 빅토리야는 그들이 다시 대피해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24일 한밤 중 자다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러시아군이 침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빅토리야는 "텔레비전을 켜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한 뒤 짐을 싸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빅토리야는 자신의 딸 안나를 깨웠고, 안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계속 물었다.
안나의 가족은 도시를 벗어나 우크라이나 서부 칼루쉬의 안전한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몇 달 동안 머물기 위해 숙소를 빌렸다. 이후 러시아군이 떠나자마자 안나의 가족은 부차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침공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빅토리야는 안나의 심경에 대해 "매우 감정적인 상태"라며 “안나는 특히 소리를 무서워하고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도 저에게 달려온다"고 설명했다.
빅토리야는 안나를 부차 심리센터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곳의 심리 치료사들은 그림 그리기와 놀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빅토리야는 "딸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몇 시간 동안 그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며 "안나는 종이에 감정을 표현하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기를 하는데, 이는 부정적인 감정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나는 냉장고에 ‘승리’라고 적힌 그림을 그렸고, 우크라이나의 유명한 지뢰제거견 패트론을 그리기도 했다.
취재진 이야기하는 동안 안나는 모래밭에서 놀거나 옆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시간을 보냈다.
빅토리야는 "딸의 마음은 열려있 저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처음에 안나는 부차 심리센터의 심리학자가 의사라고 느꼈는지 약간 무서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나는 심리센터 상사인 류드말라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나는 여전히 특정 상황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안나는 "천둥이 치거나 지뢰작업이 진행될 때면 마치 폭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감정은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예라고 센터의 심리학자 중 한 명인 나탈리야는 설명했다.
나탈리야는 "이런 상황에서 많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더 애착을 갖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는 안전거나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는데 이는 트라우마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퇴행적 행동을 보일 있습니다. 예를 들어, 7살이 되면 3살처럼 행동할 수 있죠.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싸거나 잠을 못 자기도 하죠. 과거보다 더 짜증낼 수도 있습니다."
나탈리야는 아이들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고 덧붙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러한 심리센터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어린이를 위한 단체 ‘보이스 오브 칠드런(Voice of Children)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활동할 정도다.
자선단체의 심리학자인 나탈리야 모숙에 따르 우크라이나 전역에 6개 센터가 있으며 근 전국 센터에 세션을 받으러 오는 어린이들이 증가했다.
그는 "전쟁은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아이들은 부모의 애착과 일상은 물론 친구들과의 시간이나 학교에서의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때 또 다른 어린이 일리아가 심리센터에 도착했다. 그는 신나는 표정으로 달려와 심리학자들에게 미소를 짓는다. 일리아는 옆방에서 놀면서 기뻐서 소리를 꽥꽥 지르기도 했다.
일리아의 아버지 올렉산드르는 아들의 행동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전쟁 전에는 지금보다 더 침착했다"며 "런데 침공이 일어난 이후 아이는 더 짜증을 냈다"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아이의 상태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리아가 센터를 방문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올렉산드르는 "아들의 상태가 이미 향상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일리아는 전에는 잠을 잘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잠을 잘 수 있다"며 "과거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부차가 이번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이후, 지역 당국은 심리센터 개설을 요청했다.
부차 심리센터의 설립을 감독하고 있는 전투 심리학자 나탈리야 자레츠카는 "주민들은 점령 이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살던 지역이 점령당하게 된다면, 사람은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오직 자신에게만 의존하게 된다"면서 "그래서 저희는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같은 심리센터가 이르핀과 호스트멜과 같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에서도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탈리야 자레츠카는 부모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먼저 생각하지만 자기 자신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 대변인은 BBC에 국민에 대한 심리 지원을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 지원 경험이 있는 비정부기구(NGO)와 이에 대해 논의 중이다.
자레츠카는 "부차는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이미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테디베어를 움켜쥐고 심리센터를 떠나는 안나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다.
"전쟁이 올해 끝났으면 해요. 저는 커서 수의사가 될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