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5가지 핵심 질문

최전선 탱크의 군사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직접 공격은 이번 전쟁이 향할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 기자, 카테리나 킨쿨로바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는 소식에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부 사람들, 외부에서 이번 전쟁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미 1000km에 달하는 전선을 따라 여러 곳에 군대를 배치한 상황에서 왜 이토록 대담한 공격을 감행한 것일까.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지 거의 일주일이 다 돼가는 지금, 러시아군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을 저지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번 작전을 펼치게 된 논리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전개 양상에 영향을 미칠 이 새로운 상황에 대한 5가지 핵심 질문을 살펴봤다.

쿠르스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지난 6일 우크라이나 군대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기습적으로 진격했다. 공격 규모에 대해 파악할 만한 믿을만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다.

처음에는 과거 몇 차례 간헐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사보타주(파괴 공작) 단체가 침입한 수준 정도로 보였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쪽으로 넘어오고자 했으며, 러시아계 인력 수백 명 정도가 포함된 듯했다.

그러나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이 국경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쿠르스크 지역 주지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마을 28곳이 우크라이나의 손에 떨어졌다고 보고하는 등 러시아 영토 더 깊숙한 곳에서 벌어진 공격임이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군의 개입이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쿠르스크의 망가진 건물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현지 당국에 따르면 쿠르스크 소재 이 아파트 건물은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미사일 잔해가 떨어지며 피해를 입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주요 전선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동안 경비가 허술한 국경을 통해 러시아를 직접 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방 관련 어느 고위 관료는 익명으로 진행된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적의 전선을 퍼뜨리고, 가능한 큰 손실을 입히고, 러시아가 국경도 제대로 지킬 수 없어 내부적으로 불안정해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쿠르스크 지역 지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이유는?

우크라이나 당국은 처음에는 이번 공격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계속해서 “침략자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고 있다”며 지난 10일에서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 작전 개시의 정확한 이유나 목적은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12일에는 약 1000㎢에 달하는 러시아 영토가 이제 우크라이나 통제 하에 있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 및 정치 분석가들은 ‘왜?’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전문가가 이번 공격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전술적 교란을 지적한다.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는 동부 전선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차시우야르를 점령하는 등 점점 더 들어오는 러시아군을 막고자 애쓰고 있었다. 북동부와 남부 전선의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약 1100km에 달하는 전선의 여러 거점에서 러시아에 비해 병력 규모로도 화력으로도 밀리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 새로운 전투 중심지를 만들어 적군이 자원을 한 곳에 집중시키지 못하게 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 가해지는 압박을 조금이라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돌리고자 도박을 시작한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탱크가 발포하는 사진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러시아 국방부가 제공 한 이 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이 쿠르스크 접경 지역에서 발포하는 모습으로 추정된다

안보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몇 달간 거의 변화가 없는 소모전에 발이 묶여 있었으며,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어느 사령관도 ‘이코노미스트’ 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장 준비가 잘된 전투 부대를 러시아 국경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으로 보냈다”면서 도박과도 같은 결정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도박이 우크라이나 당국의 기대만큼 빠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사령관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 빠르게 병력을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르지는 않습니다. 저들도 우리가 80 혹은 10km까지 군수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흰색 삼각형 휘장을 칠한 우크라이나 탱크

사진 출처, AFP

사진 설명, 러시아 영토에서 포착된 우크라이나 탱크.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흰색 삼각형 휘장이 칠해져 있다

러시아의 반응은?

한편 러시아는 재빠르게 이번 우크라이나의 공격 저지는 “반테러 작전”이라는 프로파간다를 재빠르게 들고나왔다.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주민 최대 12만1000명에게 대피 명령이 떨어졌으며, 근처 벨고로드 지역에서도 1만1000명이 대피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 지역에 연방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개별적으로 115달러(약 15만원)의 재정적 보상을 지원해 주겠다고 밝혔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주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저지했다며 여러 차례 주장했으나, 오히려 현장 증거는 이와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이번 사태 해결에 집중하고자 최근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러시아 안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해당 회의에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인 알렉산더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이 참석했다.

해당 회의의 가장 최근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평화로운 민간인을 공격했다고 비난하며 “합당한 대응”을 약속했다.

갈레오티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강하게 보복할 수 있는 실질적 위험에 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한 번 동원령을 내려 수십만 명의 병력을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갈레오티 교수는 러시아가 이번 분쟁을 확대하고자 또 다른 방법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달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수많은 시설이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파괴된 상태이지만, 러시아가 더욱더 인프라 시설 파괴에 집중할 수도 있다.

과거 BBC와 인터뷰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
사진 설명,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번 러시아 본토 공격은 까다롭게 전개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일까?

겉보기에는 우크라이나가 비교적 쉽게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번 전쟁의 빠른 종결로 이어지리라 장담할 순 없다.

갈레오티 교수의 말처럼 “(우크라이나가 공격한 지역은) 약 50마일 X 20마일(80.4km X 32.1km) 정도로, 양국의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무시할만한 크기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 공격이 정치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동맹국, 특히 미국에 자국군이 계속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이러한 선택을 했다고도 말한다.

또 이번 공격으로 적어도 한시적으로나마 우크라이나 당국의 협상력은 높아졌다. 러시아 영토 깊숙이 30km 떨어진 곳에 자국군이 들어간 상황에서 러시아가 현재 전선을 동결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을 통해 이번 전쟁에 대한 러시아 내 러시아 국민들의 내러티브도 바뀌었다. 더 이상 머나먼 곳에서 벌어지는 ‘특별 군사 작전’이 아닌,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됐기 때문이다.

사라 레인스포드 BBC 동유럽 특파원은 “러시아가 언론 통제력이 매우 강한 나라임을 고려하더라도, 쿠르스크 지역의 몇몇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일부 주민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

사진 출처, EPA-EFE/REX/Shutterstock

사진 설명, 푸틴 대통령 행정부를 향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젤렌스키, 푸틴 대통령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젤렌스키, 푸틴 대통령 모두에게 이번 사건은 각자의 대통령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측근에 의존하는 데 익숙한 권위주의적이고 융통성이 별로 없는 지도자인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는 큰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 군 사상자 규모를 숨기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국민 수만 명이 피난길에 오른 상황에서 크렘린궁이 모든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으며, 전면전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갈레오티 교수의 표현처럼 “상황이 전개될수록 크렘린궁의 프로파간다 기계에는 조금씩 모래가 던져지고” 있다.

“구 아프가니스탄 전쟁부터 현 러시아의 체첸 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과거 전쟁에서 크렘린궁이 처음에는 특정 프로파간다를 유지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금이 가는 모습을 보아왔죠.”

한편 이유는 다르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도 이번 본토 공격은 까다로울 수 있다.

분석가 에밀 카스테헬미는 우크라이나에 가장 좋은 결과는 러시아가 “손해를 보더라도 모든 자국 영토를 되찾고자 주요 전선에서 상당한 양의 자원을” 빼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공격이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는 있지만,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동부 전선에서의 더 큰 영토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일부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자국군이 이곳에서 계속 진격하고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갈레오티 교수는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이번 전쟁을 뒤흔들기 위해서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러한 뒤흔들기는 잘 진행되고 있으나,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