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민이 '치매 환자'인 마을

- 기자, 소피 허친슨
- 기자, BBC 뉴스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랑데 알츠하이머(Landais Alzheimer)는 특별한 마을이다. 마을 주민 모두가 치매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중앙 광장에 있는 상점에서는 바게트와 같이 자주 소비하는 간단한 식료품을 판매하지만,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지갑 갖고 나오는 걸 잊어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
전직 농부인 프란시스는 매일 그곳에서 신문을 얻는다. 나는 그에게 마을 사람들의 모임 장소 역할을 하는 바로 옆 식당에서 커피를 같이 마시자고 제안했다.
나는 프란시스에게 알츠하이머(치매를 유발하는 퇴행성 뇌질환) 진단을 받았을 때 어땠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를 떠올리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아주 힘들었다"고 말했다.
'계속 살아가자'
프란시스의 아버지도 알츠하이머를 앓았지만, 프란시스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는 죽을 것이기 때문에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저는 질병을 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삶을 살아갈 겁니다. 비록 예전과 같지 않더라도, 살아가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포기하면 끝입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계속 살아가세요."

마을 주민들은 가게와 식당뿐만 아니라 극장에 가서 공연을 관람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장려된다.
필리프와 비비안은 둘 다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가능한 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필리프가 먼 곳을 바라보며 "우리는 산책하러 나가서 걷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행복한지 물었더니 그는 즉시 고개를 돌리며 환한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네, 정말로 행복합니다."
필리프와 비비안은 커피를 다 마시고 따뜻한 옷으로 몸을 감싼 후, 다시 공원으로 나갔다.
함께 간 가이드는 이곳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약속 시간, 쇼핑 시간, 청소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마을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느긋한 삶의 리듬이 그들을 달래고 어루만질 뿐이다.
이 마을은 자세하게 관찰되고 있다. 엘렌 아미바 교수는 초반 연구 결과 이 마을에서의 생활이 병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치매 환자들이 시설에 입소하면 인지 기능 저하가 가속화하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일종의 매우 부드러운 진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마을과 같은 종류의 시설이 임상 결과의 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입소한 치매 환자 가족들의 죄책감과 불안감도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도미니크는 침실에 앉아 있는 어머니 모리셋(89)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마음이 평온해요. 어머니가 평온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가족사진과 그림, 가족이 사용하던 가구로 가득 찬 모리셋의 방에는 정원을 향해 커다란 창문이 나 있다.
면회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드나든다. 도미니크는 자신도, 다른 자매들도 어머니가 이렇게 좋은 보살핌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곳을 떠날 때도 안심이 돼요. 이곳에 오면 마치 엄마 집에 와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요."
1층짜리 샬레(뾰족한 지붕의 목조 주택)에는 입소자 약 8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이곳에는 공동 주방과 거실, 식당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돈을 내기는 하지만, 일반 요양원과 비슷한 수준인 이곳 운영비는 주로 프랑스 지방 정부가 부담한다. 프랑스 지역 정부는 마을 설립에 1700만파운드(약 281억원)를 지원했다.
2020년 개소 당시 이 마을과 비슷한 형태의 요양시설은 다른 한 군데가 전부였다. 그리고 연구 프로젝트로 활용된 곳은 이곳이 유일했다.
아직도 전 세계에 이와 유사한 마을은 12곳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과 같은 마을은 향후 치매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결책을 찾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을 미용실에서 방금 머리를 말리고 나온 패트리샤(65)는 랑데 알츠하이머가 자신의 삶을 되찾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집에서 점점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저를 위해 요리해 주는 여성분이 있었어요. 저는 피곤했어요. 몸도 좋지 않았고요. 알츠하이머병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두려웠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에 있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요양원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을 해주지만 입소자들 스스로 할 일은 없거든요."
"반면 여기는 진짜 삶의 현장이에요. 말 그대로 '진짜'요."

치매는 종종 사람들을 고립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곳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만나고 활동에 참여하는 데 진정으로 관심을 보이는 등 강한 공동체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요소가 치매를 앓으면서도 더 행복하고 잠재적으로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주목한다.
이 마을에는 주민 약 120명과 같은 수의 의료 전문가,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물론 치매는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잔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민 한 명 한 명의 병이 진행됨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제공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인생의 겨울을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곳 직원들은 이곳의 겨울이 좀 더 천천히, 더 많은 즐거움과 함께 다가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일부 주민은 기사에 성을 밝히지 않길 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