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과 함께 9월 중국 열병식 참석 예정

악수하고 있는 김정은과 시진핑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 위원장은 오는 9월 시진핑(오른쪽) 중국 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 기자, 로라 비커
    • 기자, 중국 특파원
    • 기자, 진 맥켄지
    • 기자, 서울 특파원

중국 외교부가 2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릴 열병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역사적인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김 위원장의 첫 다자외교 무대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는 외교적 승리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중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추진해 왔다.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시점에 시 주석이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지만, 이번 주 초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러시아에 대한 지지는 서방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어 왔다.

중국의 '전승절' 맞이 열병식은 일본의 공식적인 항복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포함해 총 26개 국 정상이 이번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1959년 이래 북한 지도자의 첫 중국 열병식 참석이다.

이날 중국은 항공기와 전차 수백 대는 물론 대드론 시스템 등의 최신 무기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민해방군의 새로운 전력 구조가 열병식을 통해 전면적으로 공개되는 첫 사례다.

철저하게 준비된 이번 행사에서는 중국군 45개 분대와 참전 용사 등 군인 수만 명이 대형을 이루어 천안문 광장을 행진할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관 아래 70분간 진행될 이번 열병식에 여러 전문가와 서방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 중 하나인 중국의 외교부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수십 년간 이어온 "전통적 우정"을 높이 평가하며, 양국은 앞으로도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전승절 열병식에는 북한이 최고위급 관료 중 하나인 최룡해를 파견했기에, 김 위원장의 직접 참석은 한 단계 격상된 조치로 평가된다.

은둔형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푸틴 대통령 및 시 주석과 함께 나란히 서서 열병식에 참석하는 모습은 분명 시선을 끌 것이다.

이번 깜짝 회동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협상을 시도하는 와중에 성사되었다. 시 주석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자신이 북한과 러시아 양국 지도자 모두에게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열병식은 시기 상 트럼프 대통령의 잠재적인 아시아 방문을 불과 몇 주 앞두고 치러지는 셈이다. 앞서 미 백악관은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의 아시아 방문 가능성에 대해 시사한 바 있다. 당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최종 타결 등을 위한 시 주석과의 만남에 열려있다고 표현했다.

만약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시 주석은 푸틴과 김정은을 미리 만나 충분히 정보를 공유받은 이후이기에 더욱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6년 만이다. 마지막 방문은 지난 2019년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식이었다.

다만 2018년에는 3차례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해외 방문이 매우 드문 지도자의 매우 이례적으로 바쁜 해였다.

중국 여군의 모습

사진 출처, AFP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중국에서는 다음 주 열병식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푸틴과의 갈등 등으로 대부분의 서방 지도자는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푸틴의 전쟁을 비판하지 않았으며, 미국과 서방 동맹국은 중국이 심지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직접 지원했다.

한편, 이제 관심은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2019년 이후 단절된 남북 관계 속에서 남북 정상 간 첫 회동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초청은 받았으나, 아직 수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통령실은 국회의장 참석 확정 소식 외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당선된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 대화하고, 평화적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피스메이커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과의 관계 강화 의사도 표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속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이 대통령의 모든 대화 시도를 거부하고 있다. 불과 어제만 하더라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 대통령을 "대결광"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 물리적으로 김 위원장과 가까워질 수는 있으나, 위험이 뒤따른다. 만약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을 무시하거나, 퇴짜를 놓는다면 이는 외교적으로 큰 굴욕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이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 지도자와 한 자리에 서는 장면 역시 한국 정부는 피하고 싶어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열병식에 참석하는 국가 정상 명단을 보면 중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으며, 세계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말레이시아 총리가 참석 의사를 밝혔는데, 이는 중국이 인접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 등은 국가 정상이 아닌 보다 낮은 직급의 대표를 파견할 예정이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어 현재 중국 무역과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 또한 참석할 예정이다.

반면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한 명만 참석하는 등 유럽연합(EU) 측에서는 참석자가 적다. 불가리아와 헝가리는 정부 인사를 파견할 예정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15년 열병식에서는 밀로시 제만 당시 체코 대통령이 참석했었으며, 폴란드, 프랑스, 헝가리,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은 국회의장 등의 정부 인사를 파견했다.

추가 보도: 이안 탕(BBC 모니터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