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구호품 받으려던 팔레스타인 주민 100명 이상 숨져

    • 기자, 폴 아담스, 데이비드 그리튼
    • 기자, BBC 뉴스

가자 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구호품을 얻으려는 인파가 수송대 근처로 몰리면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112명이 숨지고 76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호품이 절실히 필요했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탱크가 있음에도 가자시티 남서쪽 해안 도로를 이동 중이던 구호품 수송대에 몰려들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탱크가 경고 사격했으나, 구호품 차량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군이 조준했다고 주장했다.

한 팔레스타인인 목격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럭 운전사들이 앞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다수가 차량에 치이거나 깔려 숨졌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공개한 항공 영상을 통해 트럭 주변으로 수백 명이 몰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온라인에는 빈 구호품 트럭과 당나귀가 이끄는 수레에 시신이 실려 있는 끔찍한 영상이 올라왔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지구의 보건 당국은 사망자 112명, 부상자 760명이 발생했다면서, 이는 이스라엘의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긴급 비공개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식량을 구하고자 애쓰는 민간인을 향한 이스라엘군의 발포”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재 중재자들이 양측의 일시적인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인 ‘국경 없는 의사회(MSF)’는 “끔찍하다”면서 “즉각적이고 지속 가능한 휴전”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건 발생 몇 시간 전, 가자 지구의 보건부는 지난해 10월 7일 분쟁 이후 가자 지구에서 어린이와 여성 2만1000명을 포함해 3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실종자는 7000여 명, 부상자는 7만450명이라고 한다.

UN은 약 30만 명에 달하는 가자 지구 주민이 식량과 깨끗한 물에 거의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가자 지구 북부에 기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에서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3명을 인질로 잡은 이후 이스라엘군은 대규모 공습 및 지상전을 전개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영국 등에서 테러 조직으로 규정된 조직이다.

한편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은 가자시티 남서쪽 가장자리에 자리한 나불시 로터리로, 새벽 4시 45분이 막 지났을 시점에 발생했다.

이집트의 구호품을 실은 트럭 30대로 구성된 수송대가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인도주의 통로’라고 부르는 곳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던 중 민간인들에 둘러싸였고, 시민들은 트럭에 올라탔다.

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은 “일부는 다른 가자 지구 주민을 과격하게 밀치고 심지어 짓밟아 죽이기까지 했다”면서 “이 불행한 사건으로 가자 지구 주민 수십 명이 사망하고 부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가리 대변인은 이스라엘 탱크가 “폭도들을 해산시키고자 신중하게 경고 사격 몇 발을 발사했다”면서 그러나 “수백 명이 수천 명이 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물러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가리 대변인은 “IDF는 구호품 수송대를 조준하지 않았다”면서 이스라엘군은 수송대가 원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IDF 대변인은 일부 민간인들이 인근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경고 사격도 무시하고 접근했다면서, 위협을 느낀 군인들이 “제한된 대응”의 일환으로 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팔레스타인인 목격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트럭 운전사들과 몰려든 사람들이 모두 공황 상태에 빠졌다면서, 차에 치이거나 깔려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IDF의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며 “즉각적인 살상을 목적으로 머리를 향해 발사하는 시민들을 직접 조준 사격”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언급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수십 명은 가자시티 내 인근 알-시파 병원으로 이송됐다. 엄청난 환자 수와 상황의 심각성은 해당 병원 의료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병원에서 죽은 친구의 시신을 안고 있던 타메르 신바리라는 남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친구는 가족을 위해 밀가루 한 봉지를 사러 나불시 로터리로 간 것이라면서 이스라엘 군이 발포를 시작했고 “구호품 트럭이 사람들을 쳤다”고 말했다.

부상자 대부분은 카말 아드완 병원과 알 아와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이곳 병원 관계자들은 총상이나 파편에 의한 부상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하마스의 라이벌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극악무도한 학살”을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의 대변인은 사무총장 또한 이번 사건을 비난하며,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모든 인질의 조건 없는 석방”을 재차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가장 먼저 지상전을 전개했던 가자 지구 북부는 광범위한 지역이 파괴됐으며, 몇 달간 인도주의적 지원 또한 거의 받지 못했다.

지난주 세계식량계획(WFP)은 3주 만에 첫 수송대가 진입했으나, 가자시티 내 이스라엘 검문소 근처에서 굶주린 군중에게 둘러싸여 총격전을 겪은 후 이 지역에 대한 구호품 전달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7일 한 UN 관계자는 가자 지구 전체 주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인 최소 57만6000명이 재앙적인 수준의 식량 불안 사태에 직면해 있으며, 북부 지역의 2세 미만 어린이 6명 중 1명이 급성 영양실조와 쇠약 증세를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가자 지구 보건부는 최근 며칠 동안 가자 지구 북부의 병원에서 어린이 10명이 탈수와 영양실조로 사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