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한국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란?

인공지능(AI)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한국이 '국가대표 AI'를 가려내는 과정에 돌입했다.

최근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1차 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한국형 인공지능 전략이 어떤 기준과 방향 위에 서 있는지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예상 밖의 탈락자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서 LG AI연구원은 모든 평가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 전문기업 NC AI와 네이버클라우드는 국가대표 AI 모델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NC AI는 벤치마크·전문가·사용자 평가 전반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종합 평가 결과 최하위를 기록하며 우선 탈락했다. 중국 AI 모델 차용 논란이 제기됐던 네이버클라우드는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추가 탈락자로 분류됐다. 정부는 이번 탈락팀을 포함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정예팀 1곳을 추가로 선발한 뒤, 올해까지 최종 국가대표 AI 2개 팀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업스테이지, NC AI 등 5개 정예팀을 대상으로 벤치마크 평가와 전문가 평가, 사용자 평가를 종합해 진행됐다. 정부는 AI 모델의 성능과 활용 가능성, 비용 효율성, 국내외 AI 생태계에 미칠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고 설명했다.

벤치마크 평가에서는 LG AI연구원이 40점 만점에 33.6점을 받아 최고점을 기록했다. 기술 개발 과정과 독자성 등을 평가한 전문가 평가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실제 현장 활용 가능성과 추론 비용 효율성을 평가한 사용자 평가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는 그 뒤를 이었다.

정부는 당초 1개 팀만 탈락시킬 계획이었지만, 평가 과정에서 제기된 독자성 논란을 추가로 점검한 결과 네이버클라우드를 탈락팀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가 해외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자주형 AI'를 확보하는 데 있는 만큼, 독자성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날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오픈소스 활용은 일반적인 추세"라면서도 "가중치를 초기화한 상태에서 스스로 학습·개발하는 것이 독자성의 최소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부 모델의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한 부분에서 기술적 문제가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알리바바 AI 모델의 비전 인코더 가중치를 활용한 점이 독자성 평가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의 경우 외부 기술 활용이 독자성을 훼손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K-독파모' 프로젝트란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독파모'를 구축해 'K-인공지능'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화·추론·판단 등 다양한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범용 인공지능으로, 특정 목적에 한정된 AI와 달리 여러 산업과 서비스에 공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AI의 기초 두뇌'에 해당한다. 이 모델을 기반으로 대화형 AI를 비롯해 의료, 교육, 행정 등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구축된다.

정부가 지향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한국어와 한국 사회·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해외 AI 서비스나 특정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자율적으로 통제·고도화할 수 있는 AI다. 일종의 '한국형 챗GPT급 모델'을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와 국내 AI 대표 기업 간 상호 협력 추진의 일환으로 GPU 26만 장을 확보했으며, 이 중 공공 부문에 5만 장을 공급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5만 장 역시 '독파모'에 우선 쓰일 예정이다.

이 같은 정책의 배경에는 AI 기술이 단순한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방·의료·행정 등 민감한 영역에서 외산 AI에 의존할 경우 기술 통제나 라이선스, 데이터 보안 측면에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소버린 AI(Sovereign AI)', 즉 외부 국가나 특정 글로벌 기업의 기술·정책·통제에서 벗어나 자국이 주도적으로 개발·운영·통제하는 인공지능 역량 확보를 강조하는 이유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 AI 서비스의 주요 소비국으로 꼽힌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오픈AI의 '챗GPT' 매출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2025년 11월 기준), 국내 소비자 4명 중 3명은 평균 2개 이상의 AI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처럼 AI 활용도는 높지만, 핵심 기술은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인도 등도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AI를 개발·운영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소수 국가에 AI 기술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각국이 기술 종속을 줄이고 자국 산업과 공공 영역에 적합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재도전 불참 선언 잇따라…향후 구도는

정부는 이번 탈락팀과 초기 공모에 참여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예팀 1곳을 추가로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재도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구도에는 변수가 생겼다.

결과가 나오자 네이버클라우드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패자부활전 참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에는 자체적인 AI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NC AI 역시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재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고, "이번에 개발한 기반 모델과 컨소시엄 파트너십을 토대로 산업 특화 AI와 피지컬 AI 등 강점을 살린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력 기업들이 연이어 불참을 선언하면서, 추가 공모 자체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도전에 참여한 기업이 선정될 경우 1차 탈락 판단의 타당성이 문제로 제기될 수 있고, 다시 탈락할 경우에는 재도전 절차 자체가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추가 공모가 실제 참여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는 이런 상황과 무관하게 사업 일정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재도전 여부와 관계없이 1차 평가를 통과한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등 3개 팀을 즉시 2단계로 진입시킨다는 방침이다.

류 차관은 이와 관련해 "행정 절차로 인해 GPU 자원이 유휴 상태로 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추가 참여가 없을 경우 현재 확보된 자원을 3개 팀에 더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추가 선발되는 1개 팀을 포함해 총 4개 팀을 대상으로 약 6개월 뒤 2차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오는 12월과 2027년 상반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갈 최종 'K-AI 정예팀' 2곳을 확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