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국을 ‘워케이션’ 장소로 골라야 할 이유

서울 풍경

사진 출처, Mongkol Chuewong/Getty Images

    • 기자, 린지 갤로웨이
    • 기자, BBC News

보통 한국은 세계를 여행하며 원격으로 일하는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기 가장 좋은 국가로 꼽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새롭게 ‘워케이션 비자’가 시범 운영되면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발표돼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된 해당 비자 소지자와 그의 가족은 최장 2년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그전까지만 해도 관광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의 허용 체류 기간은 90일 미만이었다.

해당 비자를 받기 위해선 해외 기업에 소속된 외국인으로서 1년 이상 같은 업종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한 연봉은 8496만원 이상이어야 하며, 보장액이 1억원 이상인 개인 의료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번 비자는 단순히 한국의 경제 발전을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 부흥을 위해 한국의 랜드마크를 외국에 알리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이전에 한국에 잠시 지내본 경험이 있는 여행자들은 한국이 디지털 유목민 사이에서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몇 개월간 살며 ‘펀 커플’에 블로그 글을 게재하는 작가 해머 츠이는 “한국은 현대와 전통이 혼합된 곳으로, 우리 같은 디지털 유목민에겐 문화적 안식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단순히 원격으로 일한다는 개념을 넘어 역사, 기술, 즐거움으로 짜인 사회에 몰입되는 감각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야 워케이션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을까. 우리는 비록 잠깐만일지라도 한국을 집으로 부르며 살고 있는 디지털 유목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디에 살까

원격 근로자들에겐 여러 선택지가 있다.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디지털 유목민들은 서울이 좋다고 말한다. 대도시 삶을 즐길 수 있으며, 편의시설도 많기 때문이다.

아니면 해변에 가까운 삶을 즐길 수 있는 부산도 좋고, 조금 더 느긋 삶을 즐길 수 있는 제주도도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부산의 야경

사진 출처, Insung Jeon/Getty Images

사진 설명, 한국에서 2번째로 가장 큰 도시인 부산에선 해변과 가까운 삶을 즐길 수 있다

여행 블로그 ‘헤더 비긴스’의 작가 헤더 마클은 “만약 여러분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 기회나, 기술을 경험하고 싶고, 진정한 도시의 삶 등을 원하는 디지털 유목민이거나 여행자라면 서울이 낫다”고 말했다.

“서울은 초거대 도시와 역사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스킨케어와 음식, 소규모 상점들은 정말 최고입니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헤일리 패리시 또한 떠오르는 카페 문화가 좋다며 서울을 꼽았다.

“서울 전체엔 대략 50m마다 카페 한 개씩 가 있다”는 패리시는 “그렇기에 카페들은 살아남고자 더 좋은 분위기, 포토존 등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브루클린’이라고도 불리는 성수동에 가장 트렌디한 곳들이 모여있다고 덧붙였다. 산업 지대였던 이 일대엔 여러 공장과 상점이 들어서 있으나, “대부분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으로 개조돼 더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서울 내 여러 지역에서 살아본 패리시는 서울 동부가 더 매력적이며 사교적이고 활동적으로 살아가기 수월하다고 했다.

패리시는 “서쪽에 살 때도 동쪽으로 더 많이 가곤 했다”면서 “사실 서울 전역에 일할 만한 장소는 많기에 디지털 유목민들은 어느 동에나 살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살며 무엇을 즐기고 싶은지 등 다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의 남동부 해안에 자리한, 2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은 서울엔 없는 해변을 품고 있다.

이곳에 사는 디지털 유목민들은 도심 밀집 지역이라기보단 전반적으로 중심지가 더 넓다면서, 그러나 바다를 끼고 있기에 더 많은 활동과 볼거리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패리시는 “부산은 거대하다. 일할 장소도 많고,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서울과 부산에 동시에 사무실을 운영한다”면서 “또 날씨가 온화한 시기엔 바닷가 생활을 즐기기 딱 좋다”고 덧붙였다.

한라산 등산길

사진 출처, july7th/Getty Images

사진 설명, 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은 등산을 즐기고 야생동물을 발견하기 좋은 장소다

아울러 제주도 또한 여행객과 원격 근로자들이 자주 찾는 지역이다.

한반도 남부에 자리한, 한국 최대의 섬인 제주도는 한국인들 또한 관광하러 자주 오는 곳으로, 조금 더 느긋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클은 “제주도는 면적은 작지만, 볼거리가 풍부하다. 화산섬이라는 흥미로운 역사를 지닌 이곳에선 해녀들도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엔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주요 도시 2곳이 개발돼 있으며, 모든 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곳의 디지털 유목민들은 편리하게 일할 수 있는 카페도 많고, 업무 시간 외에 휴식할 곳도 많다면서, 그러나 대도시에서만큼의 밤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구경거리는?

원격 근로자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할 곳만큼이나 볼거리도 찾기 쉽기 때문이다.

국토 면적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이기에 한국 전체나 한국의 명소를 비교적 빠르게 둘러볼 수 있다. 그래서 어디에 살든 당일치기가 아주 불가능하진 않다.

우선 서울 북부 종로에 자리한 경복궁은 반드시 가봐야 할 관광 명소다. 1395년에 지어진 이 궁은 조선시대 왕가가 살던 곳으로, 여전히 인상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으면 입장료가 무료로, 서울에선 한복 대여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근처 인사동을 방문해 전통찻집과 미술관이 자리한, 보행자 거리를 걸어볼 수도 있다.

아울러 패리시는 봄부터 가을 사이엔 뚝섬 한강 공원에 가볼 것을 추천했다. 언제나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곳은 여름에는 야외 수영장이, 겨울엔 눈썰매장이 운영된다. 또한 이곳에서 사람들은 일 년 내내 고스톱이나 바둑과 같은 게임도 즐긴다.

패리시는 “이곳에서 한국인들은 아름다운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강변에 앉아 치킨과 맥주를 먹는 걸 참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츠이는 제주도에서 한라산 국립 공원을 방문한다. 그곳의 고요한 풍경과 아름다운 등산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국립 공원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 한라산은 높이가 거의 1950m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은하를 당길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산’이라는 의미로 ‘영주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라산 국립 공원엔 식물 1800종에 더불어 오소리, 멧돼지, 사슴 등 동물 4000종이 서식하고 있다.

경복궁 향원정

사진 출처, tawatchaiprakobkit/Getty Images

사진 설명, 한복을 입었다면 경복궁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알아야 할 사항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민족적으로 단일한 국가 중 하나로, 일부 관광객들은 한국인들이 불친절하다며 거리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다.

한국인들은 보통 외국인을 좋아하고 반기지만,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고, 대화하자며 낯선 이에게 다가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

패리시는 “한국인들을 차갑고, 때론 서양의 문화에 약간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여기 어떻게 가는지 알려줄 수 있나’ 등 막상 말을 걸어보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하며, 갑자기 따뜻해진다”고 조언했다.

서양식 예의 바름은 이곳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앞에 가는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문을 잡아주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잡아주리라 기대해선 안 된다.

패리시는 “한국인의 생활은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거리에서 누군가와 부딪히는 건 일부로 무례하게 구는 것이 아닌 그저 거리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히거나 끼어드는 건 의도적으로 무례한 게 아니라 그냥 할 일이 있어 걸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예의란 무엇일까. 한국에선 존경을 표할 때, 특히 감사하다거나, 인사말을 건넨다거나, 작별 인사를 할 때 고개를 숙인다. 한국에선 나이가 더 많을수록 존경을 받는 문화다.

패리시는 종종 나이 든 어른들이 지하철에서 자리를 놓고 경쟁하거나 새치기하며 뻔뻔하게 굴긴 하지만, 사실 이들이야말로 ‘정’을 주는 가장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정’이란 한국 문화 특유의 단어로 외국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용어로,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깊은 친절함, 친근함, 따듯한 마음 등을 가리킨다.

패리시는 “어른들이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다른 이의] 밥값을 대신 내주거나, 특별히 관심을 두고 돌봐줄 때 정을 느낀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