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지금 총선을 치르는 이유, 중요성, 절차는?

조르당 바르델라

사진 출처, DANIEL DORKO/Hans Lucas/AFP

사진 설명, 28세의 조르당 바르델라는 프랑스의 차기 총리가 될 수 있을까
    • 기자, 폴 커비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프랑스 파리

지난달 초 유럽의회 선거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조기 총선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30일(현지시간) 1차 투표가 치러진 가운데, 오는 7일엔 2차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마크롱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동맹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극우 세력에 정치 세력을 넘겨주게 될 무모한 도박이라는 의견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정치의 통제권을 되찾고자 이러한 결정을 내렸으나, 현재 상황 상 그렇게 되진 않을 전망이다.

지금 총선을 치르는 이유는?

사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으로 3년 동안 총선을 치르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여당 연합이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에 패배한 지 1시간 뒤,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순 없다며 조기 총선 실시를 발표했다.

당시 여당이 3위를 차지한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국민 및 “극단주의 열풍에 해당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새로운 연합체를 구성해야 할 때라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선택이야말로 “가장 책임감 있는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의도는?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조기 총선을 고민한 듯하지만, 이는 최측근들에게도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우선 프랑스는 이번 달 26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올림픽이라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선거 캠페인도 매우 빠르고 짧게 진행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총선에서 여당이 절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이후 이어진 정체를 타개하고 싶었을 것이다.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개혁의 경우 표결 없이 강행해야 했으며, 이민 규정을 강화하기 위해선 RN 측의 지지를 빌어야만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평화롭고 조화롭게 운영되기 위해선 절대 다수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 정치와 여당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듯하다.

마크롱 대통령

사진 출처, Ludovic MARIN / AFP

사진 설명, 지난달 9일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조기 총선 실시를 발표했다

집권 여당 ‘르네상스’당을 비롯해 ‘호라이즌스’당, 민주운동당으로 구성된 중도 성향의 범여권 연합(‘앙상블’)은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및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당이 구성한 ‘신민중전선(NFP)’에게도 밀리며 이번 출구 조사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호라이즌스당의 지도자이자 전직 총리 출신인 에두아르 필리프는 “마크롱 대통령은 다수였던 여당을 대대적으로 죽였다”고 일갈했다.

브뤼노 르메르 현 재정경제부 장관 또한 “(조기 총선이라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프랑스 국민들이 걱정을 표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때론 분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유권자들에게 극우파의 득세를 막아달라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으로 프랑스에선 처음으로 RN이 권력을 잡게 될 수도 있다.

현재 RN을 이끄는 대표는 28세의 조르당 바르델라로, 원내 대표인 마린 르펜은 3번이나 대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인물이다.

하지만 매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르펜은 득표율을 높여왔다. 그리고 현재 여론 조사 결과, RN은 절대 과반엔 조금 못 미치나, 프랑스 내 최대 정당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르펜은 3년 후 치러질 차기 대선에도 눈독 들이고 있다.

프랑스의 총선 실시 방식은?

프랑스 하원(국민의회)은 해외 영토 13곳과 해외 거주 프랑스인들을 대표하는 선거구 11곳을 포함해 총 577석으로 구성된다.

단일 정당이 절대 과반을 차지하려면 289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마크롱의 범여권 연합은 지난 총선에서 250석밖에 얻지 못했기에, 법안 통과를 위해 매번 다른 정당들의 지지를 얻어야만 했다.

프랑스의 총선은 1,2차 투표 방식이다. 우선 1차 투표를 통해 지역 선거구의 등록 유권자 중 12.5%의 지지를 얻지 못한 후보는 제외된다.

1차 투표에서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이 참여했으며, 이중 득표율 50% 이상을 얻을 경우엔 2차 투표 없이 바로 당선된다. 일반적으로 일부 소수 선거구에서만 발생하는 일이었으나, RN 측은 이번 선거의 경우 선거구 수십 곳에서 이렇게 바로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투표는 이렇게 1차 투표를 통과한 후보 2~3명 혹은 4명 간 벌이는 결선 투표다.

이번 선거에선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리서치 기업 ‘입소스’의 분석가 브리스 텡투리에는 오는 2차 투표에선 최소 250석 이상이 3자 대결 구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2차 투표일 이전 극우파의 당선을 막고자 일부 후보자들이 사퇴를 발표할 수도 있다.

기존 프랑스 의회의 정당별 구성
사진 설명, 기존 프랑스 의회의 정당별 구성

향후 전망은?

1,2차 투표제이기에 아직 확실한 것은 없지만, 마크롱 진영의 경우 여러 후보자들이 아예 2차 투표 진출권을 얻지 못하거나, 3위에 머무르는 등 현실적으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 전문가 제롬 자프레의 설명이다.

RN의 경우 기존 의회에서 88석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번 선거를 통해 220~260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실용적인 투표(le vote utile)’ 방식을 취해왔다. 극우 세력 등 특정 정당을 견제하고자 일종의 “댐”을 건설해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경우 유권자들이 마크롱의 앙상블보단 좌파 진영에 표를 몰아주는 식으로 댐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중도 성향의 유권자 다수가 장-뤽 멜랑숑 대표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당을 뽑느니 차라리 RN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1차 투표 여론 조사 결과
사진 설명, 이번 1차 투표 여론 조사 결과

여당이 패배할 경우는?

어느 당이 이기든 마크롱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만약 여당이 패배하고 RN이 승리한다 해도 RN이 과연 289석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 혹은 2022년 당시 여당과 비슷하게 상대적 과반을 차지할진 아직 확실치 않다.

RN이 승리한다면 앞으로 거의 3년간은 ‘동거’ 정부가 유지될 수 있다. 대통령이 국가를 이끌고, 다른 당의 대표가 총리가 돼 정부를 이끄는 방식이다.

이러한 동거 정부는 과거에도 구성된 바 있다. 총리가 국내 정치를,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을 담당한다.

차기 총리는 바르델라?

그렇다면 프랑스의 차기 총리는 바르델라일까.

헌법에 따르면 차기 정부를 이끌 총리를 결정할 권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있다.

그리고 바르델라는 “대통령의 조수가 되고 싶지 않다”며 RN이 절대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총리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르델라는 절대 과반이 아닌 상대적 과반에 머무를 경우 행동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프랑스 국민들을 상대로 내가 실행할 수 없는 조치나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떠들어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 또한 총리 선택 시 새로운 의회 구성을 반영해야 하므로, RN이 최다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경우 다른 인물을 선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우선 RN 측에선 바르델라를 총리로 내세우고 있다. 바르델라는 틱톡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로, 2019년 이후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동거’ 정부 역사는?

보토 총선이 대선 직후에 치러지고, 그 기간 여론 또한 크게 변하지 않았기에 지난 20년간 프랑스에선 동거 정부가 탄생하지 않았다.

그 이전엔 다음과 같이 3차례 구성된 바 있다:

1997~2002년: 중도 우파 성향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 -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

1993~1995년: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2연임 당시) - 중도 우파 성향의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

1986~1988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 자크 시라크 총리

하지만 현재 프랑스는 오는 7일 2차 투표 이후 설립될 수도 있는 동거 정부에 대해 그 어떠한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

사진 출처, Jean Bernard Vernier/Sygma

사진 설명, 프랑스에선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 시절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동거 정부가 탄생하지 않았다

국민연합은 여전히 극우 성향인가?

오랫동안 마린 르펜은 자신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과 다른 국민전선(‘국민연합’의 옛 당명) 창당 인사들로부터 비롯된 반유대주의 및 극단주의 뿌리와 분리돼 “탈악마화” 하고자 노력해왔다.

현재는 물가 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여전히 RN은 여러 철저한 반이민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프랑스의 최고 행정 법원은 RN을 “극우”로 간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프랑스 축구 국가 대표팀의 주장인 킬리안 음바페 선수는 국민들에게 “극우주의자들이 권력의 문 앞에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에 대해 바르델라 당 대표는 백만장자 스포츠 스타가 “먹고살고자 바둥거리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려 한다”며 지적했다.

아울러 바르델라 당 대표는 프랑스 이중 국적자들은 “절반만 국민”이라며 전략적으로 민감한 직책을 맡지 못하도록 금지하고자 하며, 이민자들을 위한 사회 복지를 제한하고, 외국 태생의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의 자동적인 프랑스 시민권 취득을 막고자 한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방안은 현재로선 우선순위가 아니다.

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반 EU 정책도 다소 완화된 모습이며, RN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도 조용히 단절됐다.

2022년 이후론 EU 탈퇴 또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신 브라델라 대표는 에너지 및 100대 필수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하와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을 몇 달 안에 폐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좌파 정당 연합의 공약은?

‘신민중전선(NFP)’ 대표들

사진 출처, LUDOVIC MARIN/AFP

사진 설명, 프랑스의 좌파 정당들은 ‘신민중전선(NFP)’을 결성했다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당은 ‘신민중전선(NFP)’을 결성했다.

좌파 성향의 이 예상치 못한 연합은 마크롱 현 대통령의 연금 및 이민 개혁 폐기를 약속했다.

“극우파를 선택할 게 아니면 우리”를 선택하라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NFP야말로 “전적으로 친이민주의자”이며, 시청에서 비교적 간단히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이들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성전환자 혐오 발언이라는 논란이 뒤따르기도 했다.

아울러 반유대주의 발언 의혹으로 논란이 된 후보가 있긴 하나, NFP는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