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안 가결…'미 역사상 처음'

동영상 설명, 관련 영상: 매카시가 하원의장직에서 해임되는 순간
    • 기자, 앤토니 저커, 샘 카브랄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미국 국회의사당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공화당 강경파의 ‘반란’으로 하원의장직에서 해임됐다. 미 하원의장이 불신임 투표로 해임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최종 표결에서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해임 결의안이 가결돼,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인 상황에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매카시가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정부기관 자금 지원에 합의했고, 이후 강경 보수파 의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현재 공화당에는 뚜렷한 차기 하원의장 후보가 없는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맹 관계에 있는 플로리다주 공화당 의원 맷 게이츠는 2일 밤 해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는 매카시 의장이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계속 지원하기 위해 백악관과 비밀 협상을 진행했다고 비난했지만, 매카시 의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매카시 의원은 3일 저녁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회의를 진행했고 동료 의원들에게 의장직 재선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또한, 정치적 숙적이 된 게이츠 의원을 겨냥해 그의 목적은 관심을 끄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매카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해임은 사감에서 시작됐고 정부 지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동영상 설명, 관련 영상: 매카시-게이츠 불화...105초 정리

또한, 내분이 일어나는 와중에 게이츠가 자금 모금 이메일을 보낸 것은 "의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그를 축출한 강경파 의원들은 "보수주의자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때도 게이츠 및 다른 우파 의원들이 매카시 의원을 지지하길 거부하면서 15번의 투표 끝에야 1월 의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

3일 투표에서는 공화당 의원 8명이 매카시 의장 해임에 찬성했다. 매카시 의장은 나머지 공화당 의원 210명의 지지를 모을 수 있었다. 이들은 매카시 해임에 반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하원의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공화당 강경파와 손을 잡았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매카시 해임 찬성표는 온건파 공화당 의원 낸시 메이스에게서 나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메이스 의원은 표결 후 "나는 미국 국민에게 진실을 말할 의장을 찾고 있다. 의회와 양당 모두에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매카시의 의장직 해임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출신인 민주당 소속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표결 전 기자들에게 "저들이 무능한 돼지우리에서 뒹굴게 놔두라"고 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케빈 매카시 의장을 구출하길 거부했다

공화당은 221-212의 근소한 차이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회의장은 의원들로 꽉 들어찼지만,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주로 침묵이 이어졌다.

아칸소주 공화당 의원 스티브 워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이로써 하원의장직이 공석임을 선포한다"고 선언하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투표를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공화당이 서로가 아닌 "급진 좌파 민주당과 싸워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매카시를 지지했던 노스캐롤라이나주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의원은 현재 임시 하원의장으로 지명됐다. 맥헨리 의원은 우선 하원을 휴회 상태로 만들었다.

임시 의장이 하원의장의 전권을 갖게 될지, 단순히 행정 권한과 새 선출을 감독하는 권한만 갖게 될지는 불분명하다.

관련 규정에는 임시 의장직 수행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10월 11일에 신임 의장직 선출 투표가 예정돼 있다.

매카시 의장의 후임은 확실하지 않지만, 루이지애나주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의원과 미네소타주 톰 에머 공화당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다만, 두 의원 모두 의장직에 관심을 표하지는 않았다.

낸시 메이스 의원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낸시 메이스 의원이 케빈 매카시 의장 해임에 투표하기 전 모습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신속한 하원의장 선출을 희망한다"며 "여러 과제들이 우릴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카시 이전에 공화당 하원의장직을 맡은 다른 두 명의 의원 폴 라이언과 존 보너는 더 강경한 보수파 의원들과 갈등을 거듭한 끝에 의회 회의장을 떠났다.

미국에서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이 제출된 것은 지난 세기 동안 2015년과 2010년 두 번뿐이며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가 취재: 카일라 엡스타인, 맥스 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