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 민주당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 4가지 핵심

동영상 설명,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 민주당의 대선 후보직을 공식 수락했다
    • 기자, 앤토니 저커
    • 기자, BBC 북미 특파원
    • Reporting from, 미국 시카고

22일(미국 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미 민주당 전당 대회 마지막 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식적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했다.

이번 연설에는 선거 활동 중 줄곧 언급했던 기본 정책 방침은 담겨 있었지만, 미사여구가 화려하게 나열되는 순간도, 무언가 새로운 획기적인 점이 언급되는 순간도 거의 없었다.

사실 가장 획기적인 건 후보 본인이다. 미국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이기 때문이다.

해리스 후보는 “다른 이가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면서 “여러분이 저들에게 여러분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러나 해리스 후보는 이날 45분 간의 연설에서 미국인들에게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이 당선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해주고자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을 장식한 수락 연설에서 나타난 4가지 주요 시사점을 살펴봤다.

1. 중산층 출신임을 내세우다

많은 미국인들이 해리스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나, 해리스의 사상 및 성장 배경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 연설은 이에 대해 알리고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해리스 후보는 인도 출신 어머니가 겪은 삶의 여정을 들려줬다. 부모님이 어떻게 만나게 됐고, 어떻게 결국 이혼하게 됐는지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이야기했다.

“나는 중산층 출신”이라는 그는 “우리 어머니는 꼼꼼히 지출을 관리하셨다. 우리는 형편에 맞게 살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조금은 더 큰 꿈을 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우리가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리스 후보는 왜 자신이 법조인 및 검사가 됐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법조인으로 처음 일하게 된 순간부터 정치인으로서 공직자로 나서게 된 순간까지를 풀어나갔다.

해리스 후보는 “내 경력 내내 고객은 단 1명이었다”면서 “바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2. 미래를 위한 비전 … 그러나 세부 사항은 거의 없어

한편 해리스 후보는 이번 연설에서 현대 미국 정치의 “응어리, 냉소주의, 분열적 싸움”을 넘어 통합과 길을 모색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앞으로의 새로운 길을 계획”할 “짧지만 중요한 기회”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당파 간 갈등을 넘어 통합을 추구하자는 모호한 요구는 이미 과거 수많은 대선 후보들이 이용했던 수사다.

정책적 세부 사항을 언급할 시점에서는 일반론적으로 말했다. 의료, 주택, 식료품 등 “일상에서 필요한” 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낙태권을 강조하며 이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자유’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거듭 반복되는 주제이다.

해리스 후보는 “만약 미국인들이 자신의 삶, 특히 감정과 가정에 대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면 미국이 진정으로 번영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해리스 후보는 자신을 중도 좌파의 온건주의자로 규정하며, 자신의 현 상사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정책과 약간의 차이점을 뒀다.

“내가 가는 곳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국가를 본다”는 해리스 후보는 “미국이라는 놀라운 여정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3. 바뀐 게 없는 가자 지구 전쟁 관련 메시지

한편 전당대회 행사장 밖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모여 행진을 벌인 가운데 해리스 후보는 이번 연설의 외교 정책 부문에서 가자 지구 전쟁에 특히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이에 대한 해리스 후보의 견해와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며, 후보 또한 여러 차례 바이든 대통령과 자신을 연관 지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는 해리스 후보는 “왜냐하면 지금은 인질 협상과 휴전이 이뤄져야 할 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언제나 이스라엘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벌인 공격의 잔인성을 강조했다.

동영상 설명, 해리스는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의 분쟁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잠시 일부 관중이 야유하는 듯했으나, 그는 재빨리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으로 넘어가며 이들이 겪는 고통의 규모는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행사장 밖에 모인 시위대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과 같은 주요 경합 주 등에서 몰려든 이들 시위대는 해리스가 당선돼도 바이든 대통령의 현 가자 지구 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리라는 판단을 하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4. 트럼프는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진지한 위협

2일 전, 버락, 미셸 오바마 부부는 마치 2인조처럼 나란히 전당대회에 나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이상한 집착과 옹졸한 성격을 비웃은 바 있다.

해리스 후보도 이번에 트럼프 후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했으나, 바이든 대통령 등 지난 몇 달간 민주당 인사들이 보여준 발언에 비하면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해리스 후보는 “여러모로 트럼프는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서 “그러나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벌어질 결과는 매우 진지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며 일으킨 폭동 사건과 함께 트럼프 후보의 범죄 이력을 언급했다.

동영상 설명,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트럼프에게 존경할 만한 점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또한 해리스 후보는 민주당의 잦은 공격 대상이 된, 싱크탱크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이 보수 성향의 대통령이 집권할 때를 대비해 마련한 정부 계획안인 ‘프로젝트 2025’도 겨냥했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은 이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으나,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의 측근들에 의해 작성된 것이며, “국가를 퇴보시키려는”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과거와는 대비되는 미래는 지금껏 해리스 후보가 선거 캠페인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였으며, 이번 수락 연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뿐만 아니라,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유력한 민주당의 대선 후보이자 자신의 현 상사인 바이든 대통령의 몇몇 인기 없는 부분에서도 자신을 차별화시킬 수 있었던 전략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