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 … 5가지 핵심
- 기자, 마이크 웬들링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
미국 정치계가 떠들썩하게 요동쳤던 몇 주를 보내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의 마지막 날, 자신의 생애 3번째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하며 통합과 힘을 강조했다.
이날 전당대회엔 가수 키드 록이 ‘아메리칸 배드 애스’를 열창하고,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이 나와 지지를 호소했으며, 프로 레슬링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헐크 호건이 나와 티셔츠를 찢으며 트럼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트럼프 선거 캠프의 주제곡과도 같은 ‘하나님이시여 미국을 축복하소서’가 울려 퍼진 뒤, 마지막 연설자인 트럼프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트럼프의 뒤로 그의 이름이 화려한 불빛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란한 소개 끝에 나온 트럼프 후보이지만 다소 차분한 모습이었다. 가끔 원고에서 벗어난 듯한 보이기도 했지만, 전당대회장에 모인 공화당원들 앞에서 90분 이상 연설을 이어 나갔다.
열렬한 환호 끝에 잠잠해진 당원들을 향해 최근 벌어진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신의 개입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국가적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날 선 험담을 전부 참아내진 못했다.
수락 연설의 5가지 핵심 사항을 살펴봤다.
'너무 많은 피' … 최근 암살 미수 사건을 회상하다
대회장에 모인 공화당원 앞에서 트럼프 후보는 지난 토요일 발생한 피격 사건을 회상하며 운을 뗐다.
“암살범의 총알이 4분의 1인치(6.35㎜) 차로 내 목숨을 앗아가지 못했다”는 그는 그 순간 텔레프롬프터 화면에 올라온 이민 관련 차트를 보고자 고개를 살짝 돌렸다고 말했다.
“차트를 보고자 이렇게 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고개를 좀 더 돌리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귀에 크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무언가가 제 오른쪽 귀에 세게 부딪혔음을 느꼈습니다.”
“저는 속으로 ‘와, 이게 뭐지 … 총알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후보는 총격 후 무대 위로 달려온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향해 “매우 용감하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후보는 “나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혜 덕에 이 무대에 설 수 있었다”면서 “많은 이들이 하늘의 뜻이었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당시 야외 집회에 모인 시민들이 총격 이후에도 공포에 질려 우르르 몰려가지 않았던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 후보는 “시민들은 나를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 곳곳에서 나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 1번 언급된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후보는 보통 연설할 때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정책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곤 했다. 그러나 이번 수락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은 단 1번 언급됐을 뿐이다. 늘 사용했던 표현대로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후보는 “그가 이 나라에 끼친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수준”이라면서 “정말 상상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도전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 소재 자택에서 회복 중이다.
버락 오바마를 비롯한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그의 재선 도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의원들이 그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힌 상태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과 거짓말
트럼프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당선 시 남부 국경에 세워진 “대부분 내가 건설한” 장벽의 나머지 부분도 마저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일 당시 세워진 부분은 500마일(약 804km)도 채 되지 않기에 이는 정확하지 않은 주장이다.
또한 트럼프 후보는 “식료품은 50%, 휘발유는 60~70%,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4배나 올랐다”며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심각하다고 묘사했다. 물론 미국 유권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물가는 총 약 20% 상승했다.
또한 2020년 대선 당시 부정 선거로 인해 자신이 대통령직을 박탈당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 또한 거듭 반복했다.
진정한 실세로 거듭난 트럼프 일가

사진 출처, Reuters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평범하게 대선 후보의 가족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축하하는 모습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트럼프의 가족들은 그저 좋은 그림을 연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이제 이들은 그야말로 트럼프 왕국을 건설할 수도 있는 잠재력을 지닌 공화당 내 진정한 실세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트럼프의 장남과 차남인 돈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는 찬조 연설로 시선을 끌었는데, 특히 장남 돈은 아버지의 부통령 지명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주 초엔 에릭의 아내인 라라 트럼프 또한 무대에 올랐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 의장으로서 선거 캠페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전당대회에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다른 가족들도 등장했다. 트럼프 후보의 첫 손주이자 마찬가지로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카이 트럼프도 무대에 나와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카이는 올해 17세로, 오는 11월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반면 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가족들도 있었다.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는 전당대회 폐막일 당일 드물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보통 후보의 아내들과는 달리 연설하진 않았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도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마지막 날에만 참석했다. 한때 아버지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이방카는 트럼프의 낙선 이후 정계를 떠났다.

사진 출처, EPA
한계가 있던 통합의 메시지
한편 이번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후보는 전반적으로 국가 통합이라는 주제를 이어가고자 했으나, 몇몇 부분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정책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참아내진 못했다.
연설 초반에 트럼프 후보는 청중을 향해 “우리는 힘을 합쳐 인종, 종교, 피부색, 신념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이 안전하고, 번영을 누리고, 자유로운 새 시대를 열어 갈 것”이라고 외쳤다.
“저는 절반의 미국이 아닌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고자 출마했습니다. 절반 짜리 승리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는 대본에서 벗어나 민주당 지도부와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전미 자동차 노조’의 지도부를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난 외에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향해 “미쳤다”고 표현했다.
자신이 기소된 법적 소송에 대해선 “저들은 우리 나라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기에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사법 시스템 무기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치 커리어 내내 그랬듯, 이민은 이번에도 최우선 주제였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들은 “매년 수십만 명을 죽이는 침략”이라면서 “오래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보다 더 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약속했다.
1954년 당시 100만 명이 넘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추방된 바 있다.
역사상 가장 길었던 것으로 손꼽히는 이번 전당대회 연설 중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이민자들이 범죄의 원인이라고 비난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우리는 세계의 쓰레기장이 됐고, 전 세계가 우리를 비웃고 있습니다. 저들은 우리가 멍청하다고 생각합니다.”
추가 보도: 레이첼 루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