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규탄' 빠진 G20 공동성명에 러시아 '환영', 우크라 '유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앞줄 오른쪽) 등 각국 정상이 걸어가는 모습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G20 정상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앞줄 오른쪽) 등 각국 정상이 참석했다
    • 기자, 조야 마틴(델리), 사이먼 프레이저(런던)
    • 기자, BBC News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규탄하지 않는 주요 20개국(G20) 델리 공동성명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번 공동성명의 표현과 이에 대한 합의를 예상치 못했으며,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성명에는 영토 획득을 위한 무력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담겼지만, 러시아의 침공을 언급하지는 않아 우크라이나가 유감을 표했다.

이틀간 열린 정상회의에서는 아프리카연합(AU)에 회원국 지위가 부여됐다.

5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은 G20 의장국 인도의 초청으로 합류하게 됐다. 인도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참여를 확대해 G20의 포용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인도에 모인 세계 최대 경제국 정상들은 기후 및 바이오 연료를 비롯해 주요 합의에 도달했지만, 정상회의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약속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G20 공식 "가족사진"은 2년 연속 생략됐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도에 따르면 많은 정상들이 사진 촬영을 거부한 것은 러시아의 정상회의 참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G20에서, 특히 정상회의 첫날에 공동성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G20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깊이 분열된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인도에 나타나지 않았고, 한 단계 아래의 대표단을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정상회의가 시작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공동성명의 우크라이나 관련 표현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성명에서는 작년과 달리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규탄이 누그러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10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에서 하나의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요기타 리마예 BBC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솔직히 말해서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러시아가 바라는 문구를 주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글로벌 사우스는 서방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과 미국도 공동성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작년 인도네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올해 초청받지 못한 우크라이나는 "자랑스러워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회의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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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이번 정상회의는 19개 회원국 및 유럽연합의 제18차 정상회의다

작년 인도네시아 정상회의에 모인 대부분의 회원국은 "러시아 연방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한 단어로 규탄"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번 공동성명은 "세계 식량 및 에너지 안보의 일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고통과 부정적인 영향"을 이야기한다.

각국이 "영토 획득을 위한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자제"하도록 촉구하는 부분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상황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평가"라는 언급도 포함한다.

분석가들은 G20 내에서 경제 균형과 힘의 역학이 서방 선진시장 경제국에서 신흥 거대 경제국, 특히 아시아를 향해 이동 중이라고 말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야심 찬 합의 등 다른 중요한 대목도 있었다.

G20 회원국들은 "기존 목표와 정책을 통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장려한다"는 내용에 100%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G20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그리고 인도는 청정 연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브라질과 함께 글로벌 바이오 연료 동맹을 출범했다. 이 동맹의 목적은 동식물 폐기물 등의 자원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 거래를 촉진해,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달성을 향한 범세계적 노력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간디 기념관에서 경의를 표하고 있는 G20 정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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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각국 정상이 간디 기념관에서 경의를 표하며 이번 G20의 “가족사진”에 가장 가까운 사진을 남겼다

또한 정상회의와 별도로 중동과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다국적 철도·항만 협정도 체결됐다.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에 대응하는 글로벌 인프라 협정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오후, 모디 총리는 정상회의를 폐막하며 수개월에 걸친 준비와 기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모디 총리는 다음 의장국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의사봉을 건넸다.

룰라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개발도상국의 당면 과제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우리는 부의 편중이 심화되고, 수백만 인류가 여전히 굶주리고, 지속가능 개발이 항상 위협받고, 글로벌 거버넌스가 20세기 중반에서 멈춘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몬순 폭우로 인해 일부 오전 행사가 취소된 가운데, 각국 정상은 비를 맞으며 인도의 독립 영웅 마하트마 간디의 화장터를 찾아 경의를 표했다. 나무 심기 행사는 과거·현재·미래의 G20 정상들이 묘목을 교환하는 상징적 행사로 축소됐다.

모디 정부는 시종일관 화려한 쇼를 선보였고 참석자에게 전통문화 공연, 갈라 디너 파티, 인도식 최고급 환대 등을 제공했다.

한편, 모디 총리가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인도를 “바라트”(힌디어로 인도를 뜻함)로 표기한 플래카드를 내걸어 국명 변경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몇몇 장면이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모디 총리와 각료들은 이번 행사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며 G20 의장국을 맡은 인도가 글로벌 리더의 역량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이번 G20을 최대한 포용적인 회의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이견 때문에 글로벌 공동체에 중요한 개발 문제들이 묻히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G20 의장국을 맡아 성공적으로 대화를 이끌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