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아무도 우릴 구하러 오지 않아요'...하르키우에 갇힌 인도 유학생들

인도 출신인 나빈 간구다르는 1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대피소에서 나왔다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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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인도 출신인 나빈 간구다르는 1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대피소에서 나왔다가 목숨을 잃었다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음에 벌떡 잠에서 깼어요. 건물 전체가 흔들렸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유학중인 인도의 소미아 토마스(22)는 며칠 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하리코프)의 대학교 기숙사에서 도망치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부터 우크라이나 도시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 나무가 부러지고 창문이 깨지며 학교와 집마저 피격됐다. 인도 출신인 나빈 간구다르는 1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대피소에서 나왔다가 목숨을 잃었다.

포격이 있던 날 밤, 토마스와 친구 일행은 "잡을 수 있는 무엇이든" 잡은 후 식료품점으로 달려갔고 그 뒤 가장 가까운 대피소로 몸을 숨겼다고 했다. 간구다르를 포함해 이들 모두는 하르키우 국립 의과 대학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었다.

"날은 어둡고 추웠어요. 식수가 없어 수돗물을 마셨습니다. 밖에서는 이따금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식량이 떨어져 하루 한 끼만 먹고 버텨야 했습니다."

토마스는 "인도 정부가 빠르게 대처해" 구출해주길 기대하며 대피소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그런데 친구가 죽었어요.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시간이 흘렀지만 토마스와 친구 두 명은 열차에 타지 못했다. 토마스는 현재 지쳤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2일 밤 BBC와의 인터뷰에서 "20여 명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폴란드와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부의 리비우(리비프)로 가는 열차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제대로 자거나 먹지 못한 지 6일이 지났습니다. 폭발음은 여전히 귀를 찌를 듯 울립니다. 친구가 숨쉬기 힘들어 색색거리지만 문을 연 약국은 없습니다."

토마스는 삶은 달걀 8개, 빵 한 덩어리, 비스킷 두 봉지 등 부족한 식량으로는 15시간의 여정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 우려된다고 했다. 그것도 열차에 탈 수 있다면 말이다.

토마스는 그들이 "우크라이나인이 아니기에" 세 번이나 탑승을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해 지하철 역으로 몰려든 우크라이나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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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키우에 포탄이 쏟아지고 있지만 인도인 유학생 수천 명은 여전히 발이 묶인 것으로 보인다.

수송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인도 정부는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인도 외무장관은 현재까지 유학생 약 1만2000명이 귀국했다고 밝혔다.

인도 외무장관은 자국민에게 국경 지역으로 이동해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로 건너가 준비된 특별 항공편에 탈 것을 권고했다. 인도는 이들 국가에 정부 관계자를 파견해 구출 활동을 돕고 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유학생 7만6000명 중 4분의 1인 2만여 명이 인도 출신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인도인 유학생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국립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다. 저렴한 학비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인도 유학생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피해 서쪽으로 피난 가면서 접경지역에 발이 묶인 상태다.

성을 밝히지 않은 로빈이라는 인도인 유학생도 1일까지 하르키우에 있었으나 오후엔 "서쪽 어디론가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고 한다.

로빈은 기숙사에서 도망치기 전에 여권만 겨우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더 많은 걸 챙겼으면 좋았겠지만 공격이 시작되자 포격이 너무 "무시무시해서" "도망칠 시간조차 없었다"라고 했다.

같은 의과대학의 3학년 학생인 로빈은 숨진 간구다르와 같이 지하에 숨어 있었다며 그들 모두가 거의 비슷한 시간에 대피소를 떠났다고 전했다.

간구다르가 식량을 구하는 동안 로빈과 친구들은 기차역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 했다.

로빈은 "날씨가 추웠다"면서 차들이 미친 듯이 그의 옆을 지날 때 눈부신 전조등으로 사람들의 어렴풋한 윤곽만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포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더미 앞에서 길이 막혔다고 했다.

그는 식료품점 앞에 길게 이어진 줄과 무너진 건물 잔해를 회상하며 도로엔 건물 잔해와 불에 탄 차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큰 폭발음이 들렸어요. 몇 분 뒤 간구다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로빈은 친구들과 택시를 잡아타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는 객실 안으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좌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열차 안에서 BBC에 메시지를 보내며 "서 있을 곳조차 없으며 음식과 물은 이미 바닥났다"고 상황을 전했다.

로빈은 부모님이 인도에서 몹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왓츠앱으로 부모님과 이따금만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역경에 처했지만 우리 모두가 가능한 한 빨리 탈출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로빈의 부모님은 애타게 아들을 기다린다. "달리 부모님이 뭘 더 하실 수 있겠어요?" 로빈의 물음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수천km 떨어진 인도에서 부모들은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애타게 유학생 자녀들을 기다린다. 전투기, 총을 든 군인들, 폭발을 전하는 화면을 무력하게 바라보며 자녀들의 연락을 기다릴 뿐이다.

인도 남부의 케랄라주에 사는 토마스의 아버지인 비주 토마스는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딸과 매일 통화를 하지만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인도 정부 관계자들에게 연락했으나 딸이 접경지역으로 탈출하는 것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딸이 리비우행 열차를 탈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

하르키우에 포탄이 쏟아지고 있지만 인도인 유학생 수천 명은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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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신에게 맡길 뿐입니다."

일부 인도 부모는 이미 몇 주 전 러시아와 서방 국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을 때 자녀들에게 귀국을 권했다고 한다. 인도 북부의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사는 아시프 안사리도 그랬다.

안사리는 하르키우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 노만(18)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안사리는 아들의 뜻을 따랐다.

현재 아들은 식량과 물이 거의 없는 상태로 기숙사 대피소에 6일 동안 갇혀 있으며 "빠져나갈 길이 전혀 없다"고 한다.

안사리 부부는 절망적인 심경을 전했다. 안사리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아들을 계속 설득 했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겠냐"고 덧붙였다.

안사리는 인도 주재 대사관에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안사리는 인도는 왜 다른 나라보다 더 늦게 자국민 대피령을 내렸는지 궁금해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인도 대사관은 지난 2월 15일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우크라이나에 반드시 머무르지 않아도 되는 인도인들은 "일시적으로 떠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영국과 미국이 자국민에게 즉시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한 지 4~5일 뒤의 일이다.

2일 주우크라이나 인도 대사관은 모든 학생에게 즉시 하르키우를 떠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단지 아들을 다시 보고 싶을 뿐"이라는 안사리는 "아들과 연락이 닿을 때마다 아들은 도와달라고 애원합니다. 저는 아들에게 잘 버티고 있으라고, 곧 도와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언제 도움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