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호주 총리, 성학대 피해 아이들에게 국가 대신해 사과

성적 학대 피해자들에게 국가 사과문을 읽고 있는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사진 설명, 성적 학대 피해자들에게 국가 사과문을 읽고 있는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가 22일 의회에서 성추행, 성폭행 등 과거 성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에게 국가를 대신해 사과했다.

현장에는 수백 명의 방청객들이 자리해 총리의 사과문을 들었다.

이는 수만 명의 아이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국가 기관 등에서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모리슨 총리는 "오늘 마침내 우리는 묻혀 있었던 아이들의 비명을 마주하고 인정하게 됐다"며 "버림받았던 아이들에게 겸허하게 사과한다"고 낭독했다.

호주 정부는 5년간 8천 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고 지난해 12월 조사를 마무리했다.

그들은 교회, 학교, 심지어 스포츠 클럽 같은 곳에서도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모리슨 총리는 중간중간 떨리는 목소리로 피해자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정부 기관의 대처가 실패했다고 개탄했다.

그는 "어쩌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목소리가 무시됐는가? 왜 호주의 정의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부정의 눈을 감았는가? 행동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하고 말했다.

빌 쇼튼 야당 대표 역시 옳지 않은 행위가 있었다며, 오늘 호주가 사과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지도자의 연설에 의회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과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의회 방청객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사과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의회 방청객

이날 현장에는 총리의 사과를 듣고자 호주 각 지역에서 찾아온 피해자들과 지지단체들도 있었다.

인권 단체 '케어 리버스 오스트레일리아 네트워크' 레오니 세디 대표는 "총리의 사과는 훌륭한 것이었다"면서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이번 조사 관련해 정부의 대응, 특히 국가 배상 조건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최대 15만 호주 달러(한화 약 1억 2027만 원) 정도의 배상금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

모리슨 총리는 정부가 대부분의 조사 권고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으며, 나머지 정책 제안 역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리기 위해 국립 박물관 설립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