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북한 벼농사에 직격탄?... 식량난 어쩌나

북한이 태풍 '힌남노'에 대한 주민들의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사진 출처, 뉴스1/노동신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하면서 평양을 비롯한 북한 대부분 지역 역시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에 따르면 4일 평양과 평안도 일대에 141mm의 폭우가 쏟아졌고 평성시에도 116.4mm의 비가 집중됐다.

폭우는 동해안 연안 지역에도 쏟아졌는데 원산시 131.4mm, 문천시에 177.6mm의 집중 호우가 이어졌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BBC 코리아에 "한국 수도권 비구름의 영향으로 북한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태풍이 오면 동풍이 부는 만큼 북측 강원도와 동해안 지역에 큰 비가 예상된다"며 "북쪽은 강풍보다는 비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5일 오전 6시 현재 강원도와 개성시, 황해북도, 황해남도 남부 지역에는 폭우와 많은 비 중급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또 황해북도와 황해남도 북부, 함경남도의 일부 지역에는 폭우와 많은 비 주의경보가, 황해남도와 남포시, 개성시, 동해안 해안에는 센바람 주의경보가 내려졌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강한 폭우와 많은 비에 의한 큰물과 산사태 센바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벼 수확 앞두고 긴장… 식량난 악화 전망

북한은 올여름 이미 집중호우를 겪은 상태로, 무엇보다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들이닥친 초강력 태풍에 여느 때보다도 긴장한 모양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태풍 피해를 막지 못한다면 봄내 여름내 성실한 땀을 바쳐 애써 가꾸어온 귀중한 농작물을 잃게 된다"며 주민들에게 철저한 피해 방지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북한 주민들이 평양 교외 논에서 일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북한 주민들이 평양 교외 논에서 일하고 있다(자료사진)

또 "옥수수는 센바람에 의한 피해를 많이 입을 수 있는 만큼 여러 개체를 묶어주거나 줄기 윗부분을 꺾어주는 등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작황이 좋았던 2019년 이후 3년 연속 한 해에도 여러 차례 최악의 물난리와 가뭄 등 자연재해를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로 내부 장마당 유통망이 붕괴하고 곡물 수입마저 급감하면서 식량난이 극심해졌다.

올해 역시 봄 가뭄과 지난달까지 계속된 여름철 집중호우로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황에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이 태풍 '힌남노' 북상에 노심초사하는 이유다.

북한 농촌경제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이달 중순에서 말까지는 옥수수를 수확하는 시기로, 지금 피해가 발생하면 회복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달에는 벼 수확이 시작되는데 지금부터 10월까지는 주로 일조의 영향을 받는다"며 "이미 벼 알이 맺힌 상태에서 이제 살이 얼마만큼 차는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특히 "논은 주로 낮은 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버리면 올해 농사는 물론 내년도 식량 부족상황이 더욱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봄 가뭄 등으로 6월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황이 별로 좋지 않아 식량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태풍이 아니더라도 식량난이 심화될 전망이데 태풍까지 더해지면서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5월 말 기준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86만 톤 정도로 추정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한 경제적 제약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식량안보 취약성이 가중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기상청이 2022년 09월 05일 16시 00분 발표한 '힌남노' 예상 경로

사진 출처, 기상청 홈페이지

사진 설명, 한국 기상청이 2022년 09월 05일 16시 00분 발표한 '힌남노' 예상 경로

같은 비 와도 '북한' 더 큰 피해… 왜?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인도 국제사업회의소(ICIB)에 쌀 기부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ICIB는 최근 홈페이지에 "북한 상무관과 다른 관료들이 인도주의적 곡물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인도 뉴델리의 ICIB 사무실을 방문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캐나다의 대북지원단체 '퍼스트스텝스'이 북측에서 밀과 콩에 대한 지원 의사를 문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권태진 원장은 "북한의 식량 부족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갖는 집단영농이라는 제도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생산성이 굉장히 낮은데다 기반시설 자체가 열악해 같은 비가 와도 북한이 더 큰 피해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반 피해는 산에 나무가 없다는 것과 연결되고 산에 나무가 없는 것은 또 에너지 문제와도 연계된다"며 "결국 농업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분야와 연계성을 맺기 때문에 총체적인 문제"라고 전했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도 "산에 나무가 없으니 비가 오면 산사태가 나고, 제방 시설이 미흡하니 태풍이 오면 해일로 인해 짠물이 범람해 농사를 완전히 망치게 된다"고 부연했다.

또 "비가 조금만 와도 배수 시설이 부족해 농작물이 물에 오랫동안 잠기게 되고 결국 다 썩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북한은 생산기반이 잘 정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홍수가 바로 피해로 연결된다"며 "때문에 항상 생산 단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북한 내부 현황에 대해 "일각에서 아사자 이야기도 나오는데 북한의 여러 경제 상황과 제재 국면, 코로나 등 기타 질병, 폭우로 인한 피해 등을 종합 분석하면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