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viewing a text-only version of this website that uses less data. View the main version of the website including all images and videos.
광화문광장 재개장: 집회·시위는? '헌법상 기본권' vs '시민 불편'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광장이 1년 9개월 만에 재개장했다. 광장은 더 넓어지고 조경도 개선됐지만, 서울시가 광장에서의 집회·시위를 더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8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주 개장한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오는 22일부터 행사 목적으로 광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사용 허가 구역은 잔디가 깔린 육조마당(2492㎡)과 놀이마당(2783㎡)으로 제한되며, 일정 사용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서울시가 사용 허가를 내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허가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 자문단'의 역할은
'광화문광장 자문단'은 소음·행사·법률·교통·경찰 등 각 분야 5인으로 구성된다. 적정 소음과 설치물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받고 진행 과정에서 집회·시위로 변질할 우려가 있는 행사는 검토해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은 2009년 조성 당시부터 집회·시위가 금지됐다. 시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이용하는 방식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개정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매번 무산됐다.
그런데도 광화문광장이 집회·시위의 상징이 된 것은 이러한 행사를 일단 '문화제'로 신고하거나 세종문화회관이나 일부 기업 건물 등 광장 인근 장소에 집회 신고를 한 다음 광장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BBC 코리아에 "10건에 1건 정도는 (집회·시위를 문화제로 가장해 허가받는) 사례가 있다"며 "이럴 경우 소음과 통행 방해 등 시민들의 피해가 컸다"고 자문단 도입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허가 신청 건에 대해 자문을 받겠다는 건 아니"라며 "행사 계획서에 기재된 스피커 용량을 미뤄봤을 때 소음을 유발할 것이라고 판단되거나, 행사가 3일 이상 지속되거나, 행사 내용이 모호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vs '시민 불편 초래'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집회·시위 허가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여러 시민단체는 서울시의 집회·시위 규제를 맹비난하고 있다. 시 조례상 광장 내 집회·시위를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으로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뛰어넘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시민단체가 서울시를 상대로 헌법상 기본권 침해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문화도시연구소·서울시민연대·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 5일 공동성명문을 내고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은) 시작부터 '집회 불허'를 천명한 반헌법적 광장"이라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 자문단'에 대해서는 사실상 임의 기구에 불과하다며 서울시 조례에 따라 설립된 기존 위원회가 있음에도 "서울시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들러리 세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최근 집회 문화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포함하는 양상으로 진화해 문화제와 집회를 일도양단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를 문화제를 가장한 집회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반면 집회·시위 규제 강화를 반기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로 행사로 인한 소음이나 통행 불편 등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변씨는 "(집회·시위 때문에) 길도 막히고 소음도 심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법적으로 허용된 권리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 누리꾼은 "집회·시위 전면 금지하겠다는 건 헌법에도 위배될 뿐더러 공간이 가진 역사성도 부정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광화문광장이 드디어 일상의 일반 시민들과 관광객의 품으로 돌아오는 건가"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