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구독자 이탈' 이유는?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 의 한 장면

사진 출처, NETFLIX

사진 설명,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
    • 기자, 다니엘 로즈니
    • 기자, BBC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자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는 건 뭘 먹고 싶을지 딱히 모르면서 테이크아웃 메뉴를 주문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일단 돈을 내고 도착하는 메뉴가 입맛에 맞기를 바라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스트리밍 서비스의 '메뉴'가 입맛에 맞는지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4~7월간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우려했던 2백만 명까지는 아니었으나 거의 백만 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사람도, 가계 소득이 빠듯해져서 구독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넷플릭스 붐은 이제 지나갔고, 경쟁 플랫폼사들이 앞다투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구독자들의 스트리밍 취향도 이제 변하는 듯하다.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주 허더즈필드에 사는 제임스 레이퍼(26)는 "작년 집을 사서 매달 냈던 모든 구독료를 포함해 소비 습관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때는 스트리밍 플랫폼 4곳을 구독하기도 했습니다. 거의 보지도 않는 것들로 인해 매달 많은 돈을 낸 거죠."

"그중 즐겨 보던 시리즈가 많지 않았던 넷플릭스를 제일 먼저 취소했습니다."

넷플릭스 측은 '기묘한 이야기' 시즌4의 누적 시청이 10억 시간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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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넷플릭스 측은 '기묘한 이야기' 시즌4의 누적 시청이 10억 시간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한 레이퍼는 전기세와 가스비 등이 인상되면서 이제 매달 지출 내역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5~6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모든 영화와 시리즈를 시청했는데, 이젠 많지도 않고, 넷플릭스의 그 어떤 프로그램에도 유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리서치 기업 '칸타'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레이퍼와 유사한 생각을 하는 영국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연초에 비해 적어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나라도 구독하는 가구 수가 70만 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젊은 시청자들이 구독을 취소하는 경향이 컸다. 점점 더 많은 24세 이하 구독자들이 'BBC iPlayer'나 'ITV Hub'와 같은 대체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발표에 따르면 처음으로 구독자 수가 줄어들며 주가가 폭락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구독자 이탈이다.

한편 BBC Sounds의 팟캐스트 '머스트 워치'의 공동 진행자인 헤일리 캠벨 TV 평론가는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등의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둔 건 사실이지만, 콘텐츠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춘 최근 기업 전략은 역효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시리즈에 대한 평이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시리즈를 찍어내고 있기에 구독자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LGBTQ+소재의 10대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 '하트스토퍼'는 시즌2와 3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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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LGBTQ+소재의 10대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 '하트스토퍼'는 시즌2와 3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캠벨은 넷플릭스에선 현재 "형편없는 작품과 우수한 작품 간 비율이 너무 차이 난다"면서 그러나 '하트스토퍼'와 같은 시리즈를 제작하며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애플 TV+'가 드라마를 보기 가장 흥미로워 보인다"면서 "정말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단행해 '샤이닝 걸스'나 '세브란스: 단절'과 같은 시리즈를 제작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칸타에 따르면 또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마존 프라임'은 영국에서 지난 3개월간 그 어느 경쟁 플랫폼보다도 가장 많은 신규 구독자를 끌어들였다.

이에 대해 캠벨은 "지금까지 '아마존 프라임'에서 볼만한 시리즈는 아마존이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HBO와 같은 곳이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매튜 로즈는 양질의 콘텐츠가 적어 예전보다 TV 시청 시간이 훨씬 줄었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MATTHEW ROSE

사진 설명, 매튜 로즈는 양질의 콘텐츠가 적어 예전보다 TV 시청 시간이 훨씬 줄었다고 말한다

영국 남서부 데번주의 매튜 로즈(26)는 "넷플릭스에는 '기묘한 이야기'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훌륭한 시리즈도 있지만, 별로인 프로그램도 많다"며 이에 동의했다.

"넷플릭스 자체로 더 이상 프리미엄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대화에 끼기 위해 히트작만 골라 봅니다."

로즈는 현재 신규 고객을 위한 무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은 작년에 취소한 채 '디즈니+'만 유료 구독 중이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신작 드라마 시리즈가 현재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출처, MARCOS CRUZ/NETFLIX

사진 설명,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신작 드라마 시리즈가 현재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로즈는 유튜브에서 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면서 "영상의 더 길이가 짧고, 또 한편으로는 틱톡의 긴 버전"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선 "정말 재미있는 짧은 다큐멘터리"가 무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타워즈' 시리즈를 원래 좋아해서 '디즈니+'만 유료 구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의 경우 여동생의 계정을 통해 시청한다면서 "만약 여동생이 더 이상 공유하지 않겠다고 해도 넷플릭스에 직접 가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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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box by Amol Rajan, media editor

분석: 아몰 라잔, BBC 미디어 에디터

넷플릭스 주가 하락의 핵심은 구독자 하락세가 일시적이라기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보인다는 것이다.

투자자와 넷플릭스 경영진은 구독자 손실 규모와 전반적인 트렌드를 비롯해 구독자 하락의 다양한 원인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사람들의 생활비가 빠듯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식량, 물, 의류와 같은 생활필수품이 아닌 드라마 시리즈나 영화는 (아주) 유지하기 좋은 품목이 아니다.

그리고 디즈니, 파라마운트, 아마존, 애플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경쟁자들의 싸움은 냉혹하기만 하다.

디즈니는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게 내버려 두기보다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렇듯 경쟁자들이 콘텐츠를 늘려가면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잃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수백만 명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 머물게 되면서 넷플릭스는 가입자 급증을 맛봤다.

그러나 한편으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러 프로그램의 제작이 중단되면서 신선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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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가 성장을 저해한다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딘 도리스 영국 문화부 장관도 "영국의 각자 다른 지역에 사는 4명에게 계정을 공유한다"면서 의회에서 최근 이를 인정했다.

또한 소위 '갈아타기' 현상, 즉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생기면 기존 플랫폼 구독을 취소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 정확한 가격과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넷플릭스는 광고를 보는 대신 저렴한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적용해 구독자를 유지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리고 물론 넷플릭스가 가입자 200만 명 이탈을 예상했으나, 작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1800만 명이 새로 가입했으며, 총가입자는 거의 2억22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이다.

그런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은 작년 기준 시청자가 1억7500만 명이었으며, '디즈니+'의 시청자는 1억1800만 명을 넘어섰다.

한편 이 엄청난 구독자 수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선 여전히 전통적인 TV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스트리밍 작품보다 더 높다.

일례로 작년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도 TV 시청률 조사 기관 '바브'에 따르면 BBC의 '스트릭틀리 컴 댄싱'과 ITV의 '코로네이션 스트리트'과 같은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자가 더 많았다고 한다.

영국의 루시 스터먼은 스트리밍 프로그램보다 ITV의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와 '러브 아일랜드'를 더 즐겨 본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영국의 루시 스터먼은 스트리밍 프로그램보다 ITV의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와 '러브 아일랜

사진 설명, 영국의 루시 스터먼은 스트리밍 프로그램보다 ITV의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와 '러브 아일랜드'를 더 즐겨 본다고 말한다

영국 더럼주 스톡톤온티스에 사는 루시 스터먼(32)은 "많은 사람들과 동시에 함께 TV를 본다는 느낌은 날 덜 외롭게 한다"고 설명했다.

"연속극은 보기도 쉽고, 띄엄띄엄 봐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에서 좋은 영화나 시리즈가 추가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을 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스터먼은 거의 1살 된 딸이 좋아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때문에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비록 일부 젊은 시청자들은 구독을 취소하고 떠나고 있지만, 또 다른 세대가 스트리밍 산업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