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총리와 북한… '일본산 독사' 비난했지만 '실질적 관계 개선 목말라'

아베 총리 피살 충격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아베 전 총리의 사망 나흘이 지났지만 북한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격 사망한지 나흘째인 11일 북한은 아직 관련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이 사건을 긴급 뉴스로 전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주요국 정상들이 잇따라 애도 입장을 발표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과거 북한은 아베 전 총리를 향해 '일본산 독사'라 비난하는 등 북일관계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 집권 당시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양국 간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또 그의 피살이 향후 북일 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px presentational grey line

아베, 납치 문제로 정치적 입지 다져: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

"북핵 문제에 일정한 진전이 있기 전까지 사실상 북일관계 개선은 불가능해 보인다. 지난 2014년 스톡홀름에서의 납북자 문제 실무 차원의 합의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 그게 북일 관계의 현실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납북자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일본은 대화에 응할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매파(강경파)였던 반면 지금 기시다 총리는 비둘기파(온건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핵 문제에 따른 제약이 있는 만큼 관련 동력은 없어 보인다. 아베 전 총리의 죽음으로 인해 상황이 확 바뀌거나 그럴 요인은 없다는 말이다.

아베 전 총리는 사실상 납치자 문제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부각이 됐다. 1차 내각 당시 관방 부장관으로서 고이즈미 총리 방북에 동행했고 그때 납치 문제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일본 내 납치자 문제는 미국에서의 중국 문제와 비슷하다. '내셔널 컨센서스'(국민 간 일치된 의견)가 있다. 누구나 파란 벳지 달고 다닌다. 납치자 가족모임에서 만든 뱃지다. 아베 전 총리도 이번 피격 당시 그 뱃지를 달고 있었다.

납치 문제가 북일 관계를 견인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인 것은 맞다. 북한이 전향적인 판단을 한다면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미일 구도를 복원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는 만큼 당장 북일관계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2px presentational grey line

자민당 승리… 보수 집결 vs 추모 의미: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기본적으로는 아베 전 총리와 북한 관계는 납치 문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납치 문제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도, 대북 제재를 주도한 것도 그였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불편한 존재였다.

아베 전 총리 입장에서는 납치 문제가 굉장히 컸고 그래서 납치 문제를 일으킨 북한에 대해선 당연히 적대적인 감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게 정치적으로 이용이 많이 됐다. 결과적으로 납치 문제 해결 및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보수의 가치'가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어쨌든 자민당이 승리했고 기존에 아베 전 총리가 주장했던 개헌, 방위력 강화 등 논의의 탄력은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결과가 아베 전 총리의 뜻에 따라 보수가 집결을 한 것인지, 아니면 중도파가 추모의 마음으로 표를 줬는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 투표율이 3% 정도 올랐는데 놀라울 정도의 수치는 아니다.

활짝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KCNA

사진 설명,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목말라 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현재 일본이 취하고 있는 대북정책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아베 전 총리와 기사다 현 총리가 방향은 같았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었던 부분이 안보적인 측면인데 선거 이후 실제 아베 전 총리의 뜻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기시다 총리가 본인의 목소리를 낼지는 내각 개편 이후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px presentational grey line

조총련 등 실질적 관계 개선 목말라: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

"현 기시다 일본 총리는 유연해서 어느 정도 변화를 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나 생각한다. 결국 '극우 스탠스'를 지니고 있어 달갑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기대 없이 오히려 더욱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북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북한이 내부적으로 이를 목말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중국이 있지만 북한은 과거 일본을 통해 고급 자동차와 물품, 협력 자금 등을 조달했다. 그 핵심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이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일본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 어깃장을 놓고 더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납치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체제 특성상 일본이 원하는 만큼을 다 해줄 수가 없다. 이게 북일 관계 단절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