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탈북민이 탈북민을 강제 북송... 중국서 무슨 일이 있었나?

강제북송 반대 시위 현장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북한 체제 특성상 일반 주민들도 생존을 위해 직∙간접적로 인권유린에 가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 탈북민을 납치한 뒤 강제 북송 시키는 데 가담한 북한 주민 A씨(47세/남성)가 최근 한국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후 탈북한 A씨는 한국에 와서 조사를 받던 중 범행을 자백했다.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저는 47세 남성으로 중국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성 정보원으로 활동했습니다.

2010년 3월 피해자 B씨를 장백현에서 납치했어요. 그는 1997년 첫 탈북 경험이 있었고 이후 2009년부터는 한국에 정착해서 살던 탈북민이었어요.

당시 북한 보위부 직원들이 B씨에게 '보위부 문건을 전달할 테니 장백현으로 오라'고 유인했고 승용차에 태워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제가 차량과 운전사를 준비했고 그때 저도 조수석에 타고 있었어요.

당시 B씨는 북측 문건을 받아서 한국에 제보한 뒤 보상을 받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북한 보위부 꼬임에 넘어갔겠죠. 그가 강제 북송된 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어요. 다시 한국에 온 기록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 입국 후 자백… 재판 결과는?

A씨는 이후 2012년까지 중국에서 탈북민 감시 활동을 하던 중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2016년 9월 탈북해 이듬해 1월 한국에 입국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던 중 범행을 자백해 재판에 넘겨졌고 한국 법원은 지난 24일 그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북한 보위성의 강요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형사 책임 면제를 주장했다. 스스로 자수했기 때문에 형이 감경돼야 한다고 요구한 것.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밀수입 등 경제 활동의 편의를 얻기 위해 일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북송된 자의 자유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반인륜적인 범죄"라면서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엄중한 처벌을 하기보다 집행유예 선처를 베풀어 건전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B씨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북한 당국의 반인권적 시스템에 의한 것으로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BBC 코리아에 "피의자 A씨와 변호인의 감경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자수는 경찰, 검찰 등 수사권에 있는 곳에 해야 형법상 의미 있는 자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의 범행이 한국 입국 전에 벌어졌고 가담 정도가 낮으며 한국에서 성실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점도 감형 판단 요소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형법상 자수는 아니지만 먼저 범행을 밝혔고 이후 수사에도 협조한 만큼 집행유예로 선처한 것"이라며 "북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만큼 한국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 역시 양형 요소로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살기 위해' 인권유린 양산하는 체제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 체제 특성상 일반 주민들도 생존을 위해 직∙간접적로 인권유린에 가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은경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의 체제와 북한 내외, 주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유린을 양산할 수 밖에 없는 유기적 관계에서 비롯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

사진 출처, Getty Images

안전원이나 보안원, 군대 종사자 등 대부분의 북한 공무원들 역시 자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 반인도 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일반 주민들도 부정부패 등 북한 법에 저촉되는 활동에 연루돼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쉽게 처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A씨도 그 중 한 명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전체적인 북한의 인권유린 체계 및 특수한 상황에서 이 사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특수성이 불안요소로서 중국과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로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권 대표는 "국제법상 A씨 본인이 강제 북송의 '주도자'는 아니지만 미필적 차원에서 납치나 밀수 등의 범죄자"라면서 "국제법적 또는 외교적 논란이 되는 사건들이 중국 땅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탈북민과 북한을 떠나길 희망하는 북한 주민들이 희생자라는 점에서 동북아 지역의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건들이 법적으로 다뤄지고 국가보안법으로 이 같은 문제를 판결해야 하는 상황은 한국 사회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도 언급했다.

권 대표는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국제화된 현대 사회에서 한 나라의 비정상적 인권유린 사태가 낳은 비극"이라며 "뚜렷한 해결 지점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비극 중 비극"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