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공무원 1년 8개월 만에 '공식 사망 인정'...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유족 이래진 씨와 변호사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4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기록물 지정금지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사망이 공식 인정됐다. 이씨가 북한군에 사살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광주법원은 지난 20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에 대한 유족들의 실종선고 청구를 인용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BBC 코리아에 "지난해 7월 재판부에 공식 요청을 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 동안 진상 규명은 물론 공식적인 사망 확인이 되지 않아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또 '월북 프레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법적으로 다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종자에서 사망자 신분으로 바뀐 만큼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살인 방조와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고소고발, 진상조사, 명예회복을 위한 과정도 차례로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는 2020년 9월 서해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됐다. 북한군은 이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래진 씨는 "이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며 "국가 최고책임자로서 문 전 대통령 책임과 함께 국방부 장관, 안보실장, 합참 그리고 수사 내용을 거짓으로 올린 해경에 대한 법리적 검토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회복 중점… '지루한 다툼 될 것'

유족 측은 오는 25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실 앞에서 기록물 열람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앞서 이들은 피살 경위 확인을 위해 청와대와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일부 승소했지만, 문재인 전 정부는 항소했다.

당시 청와대는 관련 정보공개 요구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 침해' 라고 밝혔다. 이후 해당 내용들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향후 15년간 열람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유족 측은 지난달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다음달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관련 재판이 재개될 예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래진 씨는 "앞으로 재판이나 법리적 다툼을 지루하게 벌여야 할 상황"이라며 "앞으로 동생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두보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자발적 행동 필요.. '큰 기대 어려워'

공무원 이씨에 대한 공식 사망 판정이 나온 만큼 진상조사 촉구는 물론 기록물 열람 청구 소송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인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전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고 승소까지 갈 수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어려운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참여가 필수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군포로나 납북자 소송 등과 비슷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했다.

국제법에 의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조약 중 인권 관련 협약에서 정보를 강제로 제출하게끔 하는 매커니즘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단 북한 당국의 자발적인 정보 제공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 역시 비밀로 분류돼 있는 만큼 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심 연구위원은 다만 "정권이 바뀐 만큼 재청구 시 현 정부가 좀 더 전향적으로 임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으로써는 해당 사건이 갑작스레 발생했고 코로나 상황에서 누가 지시했는지, 또 북한 당국이 해당 사건을 정확히 기록해뒀을지도 의문"이라며 "북한의 자발적인 행동 없이는 사실상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무궁화1호 어업지도선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서해 최북단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 총격으로 인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호'

해당 사건에 대해 당시 북한 당국은 주민 통제를 못한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2020년 10월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은 시기에 남측이 주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망자의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신 훼손 논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아울러 우발적인 사건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던 불쾌한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