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한쪽 다리 잃고 의족으로 104일간 매일 마라톤 풀코스 뛴 여성

재키 헌트-브로에스마(46)가 104일간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출처, JACKY HUNT-BROERSMA

    • 기자, 샘 카브럴
    • 기자, BBC News, 워싱턴

암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후 마라톤을 시작한 재키 헌트-브로에스마(46)가 104일간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기록을 세웠다.

기네스북의 공식 인정을 받는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연속으로 마라톤을 완주한 신기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살았던 헌트-브로에스마는 지난 1월 중순부터 매일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달렸다. 하루 평균 5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 4월 30일 104일 연속 완주라는 기록을 세웠다. 기네스북에 공인받으면 세계 신기록이다.

기네스북 측은 공인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헌트-브로에스마는 지난 1일 104일 만에 처음으로 가진 휴일에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헌트-브로에스마는 BBC에 "한편으로는 목표를 달성해서 정말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 달려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연속 마라톤 도전을 멈췄지만, 신체 또한 여전히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마라톤을 104번 뛴 것보다 신체에서 더 많은 긴장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마라톤을 통해 잃어버렸던 내면의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헌트-브로에스마는 지난 2002년 네덜란드에서 희소 암의 하나인 유잉 육종(뼈나 연조직에서 형성되는 종양의 일종)을 진단받았다.

그는 생명의 위협 때문에 진단 2주 만에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당시 그의 나이 겨우 26살이었다.

헌트-브로에스마는 "롤러코스터 같았던 시기"라고 회상하며 "너무 빨리 모든 일이 일어났다"라고 덧붙였다.

절단 수술 후 처음 몇 년 동안은 변화된 삶과의 투쟁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과,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던 헌트-브로에스마는 외출 시 긴 바지를 입어 아무도 의족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꽁꽁 감췄다.

그러다 2016년 달리기를 시작했다. 충동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과거 장거리 달리기 대회에 출전한 남편을 응원하면서도 장거리 달리기는 "미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였다. 자신이 마라톤을 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마라토너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의족을 구입한 뒤 생애 최초로 10km 마라톤 대회에 신청했다.

그러다 경기 전날 하프 마라톤(21.0975km) 부문으로 바꾼 헌트-브로에스마는 그 이후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긴 거리와 다양한 지형의 마라톤 코스에 도전했다.

"저는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냥 저 자신을 던져버렸습니다. 제 한계를 극복하고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도전하는 게 즐겁습니다."

올해 초 헌트-브로에스마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매일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이 되자'라는 것이었다.

당시 여성의 세계 기록은 미국 버몬트 출신의 비 절단 환자인 알리사 아모스 클라크가 보유한 95일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겠다며 2년 전 세운 기록이었다.

남자 부문에선 이탈리아의 엔조 카포라조가 보유한 59일이다. 비록 스페인의 히카르도 아바드가 2012년 607일간 연속으로 마라톤 달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공인된 기록은 아니다.

현재 체육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두 아이의 엄마인 헌트-브로에스마는 자신이 기록을 달성해 보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마라톤 풀코스를 매일 완주하겠다고 결심했다.

X 포스트 건너뛰기
X 콘텐츠 보기를 허용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는 X에서 제공한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쿠키나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 기사를 보기 전 허용 여부를 묻고 있습니다. 허용을 하기 전에 X의 쿠키 정책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기사를 계속해서 보시려면 ‘허용하고 계속 보기’ 버튼을 누르십시오.

경고: 타사 콘텐츠에는 광고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X 포스트 마침

"월요일이 되면 제가 매일 마라톤을 완주한 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총 2620마일을 뛰게 되는 것이죠. 오늘로 95일째입니다. 완전히 미친 것처럼 들리겠지만 전 이 작은 목표에서 만족하지 못해요! 우리는 언제나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line

헌트-브로에스마는 세계적인 보스톤 마라톤과 애리조나주의 '로스트 더치맨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지만, 마라톤 대회가 매일 열리는 것은 아니기에 동네 흙길이나 산책로, 심지어 집 안 러닝머신 위도 달렸다.

그러다 영국 육상선수 케이트 제이든이 101일을 완주하며 기존에 클라크가 세운 기록을 깨자, 헌트-브로에스마는 마지막 마라톤으로 "4월 안에 마무리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계속 채찍질해 나갔다.

104일간 완주 후 헌트-브로에스마가 달린 거리는 총 2734마일(약 4400km)에 이른다. 기네스북 측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증거를 검토하고 기록을 인증하는 데 12주에서 15주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트-브로에스마는 SNS에 자신의 도전 상황을 중계했다. 또 이를 통해서 절단 환자를 위한 주행용 의족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앰퓨티 블레이드 러너스'를 위해 약 88000달러(약 1억원)의 모금에 성공하기도 했다.

마라톤은 정신적인 싸움이지만, 육체적인 어려움도 있다는 게 헌트-브로에스마의 설명이다.

라이너와 레저용 양말을 신은 후 의족을 착용했으며, 매일 절단한 다리 부분을 폼롤러와 스트레칭 등으로 이완시켜주며 얼음찜질 또한 해줘야만 했다. 덕분에 놀랍게도 도전 내내 부상을 입지 않았다.

한편 헌트-브로에스마는 자신이 마라톤을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마라톤을 통해 정신이 달라졌으며 제 신체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도 느꼈습니다. 마라톤을 통해 제가 누구인지, 제가 어떤 일들을 해낼 수 있는지 완전히 다르게 받아드리게 됐습니다."

헌트-브로에스마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의 다음 목표는 '모압 마라톤 대회'라고 했다. 올 10월 미 서부 유타주 모압에서 무려 240마일(386km)을 뛰는 마라톤 대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