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명 중 9명 '새 정부, 최우선 협력 대상은 미국'

한 시민단체가 지난해 3월 청와대 앞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한 시민단체가 지난해 3월 청와대 앞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인 10명 중 9명은 차기 윤석열 정부가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긴밀히 협력해야 할 국가로 '미국'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4일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이 바라는 새 정부의 경제와 외교∙안보 정책'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86.8%가 최우선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국가로 미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은 5.0%, 중국 3.2%, EU(유럽연합) 2.1%, 일본 1.4% 등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은 68.0%인 반면 북한,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는 비율은 4.3%에 그쳤다.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7.7%였다.

외교∙안보 분야 역시 미국,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이 69.5%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은 24.4%,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는 답변은 6.1%였다.

조사를 담당한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BBC 코리아에 "신정부 출범 이후 외교정책의 결이 기존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에 찬성 및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주요 갈등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중국에 보다 당당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84.9%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당장 어려움을 겪더라도 한국 주요 갈등에 대해 입장을 당당하게 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신뢰도∙호감도 1위 '미국'

미국과 중국, 일본의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는 미국이 10점 만점에 7점, 일본 3.7점, 중국이 3.2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조사와 비교하면 미국은 0.2점 상승한 반면 중국은 0.3점 하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발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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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발언하는 모습

한국인들이 호감도 1위 국가로 미국을 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지난 1월 20개 주요국에 대한 호감도를 보여주는 '감정 온도'(0~100도)표를 공개했는데, 호감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 미국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65.9°C로 1위를 차지했고 스웨덴(59.5°C), 호주 (59.2°C), 독일(58.1°C), 프랑스(57.3°C), 싱가포르(54.1°C)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위권에는 중국과 북한, 일본 등이 꼽혔다.

주요국 신뢰도 조사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 순위는 미국(71.6%), 일본(13.3%), 중국(6.8%) 등이었고 한국이 가장 협력해야 할 나라 1순위 역시 미국(69.2%), 중국(6.9%), 북한(6.5%)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의 국제정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날로 심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이 결국 '자유주의 국가'와 '수정주의 세력' 간의 체제 경쟁으로 치닫는 모양새"라며 이같이 말했다.

독재주의 국가들이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수정을 가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이 자유주의 국가의 대표격인 미국과의 연대를 통해 기존의 국제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긴박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중심이 된 수정주의 세력의 한 축을 북한이 자임하고 있고 또 북한 도발에 중국, 러시아가 분명 뒷배가 돼주면서 이를 한미동맹을 통해 효율적으로 억지할 수 있음을 한국 국민들이 인식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접견실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접견실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 노력해야

한편 전경련 설문조사 응답자의 74.9%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상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사과를 받고 한국과 일본 기업이 공동 조성한 기금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50.4%로 가장 많았다.

일본의 사과 및 배상 없이는 관계 개선 노력을 안 하겠다는 응답은 21.1%, 일본의 사과 및 배상 여부와 관계없이 관계 개선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는 답변도 17.9%나 됐다.

또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협의체) 국가에 외교의 우선순위를 두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77.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미중 갈등 심화, 한일관계 경색 등 한국을 둘러싼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차기 정부는 미중과의 적절한 외교 관계 설정, 한일관계 개선, 단계적 '쿼드' 가입 추진 등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 외교∙안보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