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셈법 통일' 동의 71% vs. '고유 문화 바꾸면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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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새 정부 출범을 앞둔 가운데 앞으로 '한국식 나이 셈법'이 사라지게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59초 '쇼츠(shorts)' 공약으로 '만 나이'를 법적, 사회적 기준으로 통일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제 표준인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시켜 행정적, 사회적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 성인 남녀 70% 이상이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만 나이 통일' 공약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는 넓고, 제도 변경에 따른 사회경제적 효율성도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한국 고유의 문화와 관습의 영역을 정부가 바꾸면 혼란만 커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기간 '59초 쇼츠' 영상을 통해 한국식 나이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사진 출처, YouTube '윤석열' 캡처

사진 설명,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기간 '59초 쇼츠' 영상을 통해 한국식 나이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계산법 따라 '두 살 차이'

한국은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태어나면 '한 살'이 되고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늘어나는 '세는 나이'가 있다. 이는 고유 '한국식 나이' 계산법으로 일상 생활에서 주로 사용된다.

두번째는, 태어난 순간을 '0살'로 시작해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생일이 되면 한 살을 더하는 '만 나이'로, 국제 기준과 같다. '만 나이'는 세금이나 복지 등 정부 문서에서 쓴다.

마지막으로 '0살'로 출발해 해가 바뀌면 한 살씩 올라가는 '연 나이'가 있다. 쉽게 말하면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나이다. 청소년 보호법이나 병역법 등 일부 법률에서 '연 나이'를 사용한다.

이를 적용하면, 한국에서 2000년 10월 10일에 태어난 사람은 2022년 4월 8일 기준으로 했을 때 '세는 나이'로 23살, '연 나이'는 22살, '만 나이'는 21살이 된다. 나이가 세 개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새해 설날 '떡국 먹었다'는 말은 '한 살 먹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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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한국에서는 새해 설날 '떡국 먹었다'는 말은 '한 살 먹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세는 나이'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쓰이던 나이 셈법이 한국에만 남게 된 것이다.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적으로 적용하고, 1950년에 법으로 '세는 나이'를 쓰지 못하게 했다. 중국은 1970년대 문화대혁명 이후 '세는 나이'를 쓰지 않고 있고, 북한도 1980년대 이후부터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1962년 '만 나이'를 공식 나이로 발표했지만, 일상에서는 여전히 '세는 나이'가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연 나이'는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 기준 등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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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나이' 통일 71% 찬성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7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법률 적용 및 행정 처리에서 오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가 가장 많았고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가 뒤를 이었다.

지자체에서 행정상 불편을 이유로 '만 나이 통일화'를 건의한 사례도 있다.

경기 평택시는 지난 2월 연령 계산 방식을 '만 나이'로 통일해 줄 것을 국회와 중앙부처에 건의했다. 국제적 표준이자 법률상 나이인 '만 나이'와 일상에서 사용하는 '세는 나이'가 달라 일선 행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외국인과의 소통에서 정보 전달의 혼선이 생기고, 12월 출산을 기피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정책 발표때마다 '만 나이'와 '세는 나이' 혼란 민원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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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 나이 통일' 공약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12월 초 정부는 "오는 2022년 2월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한 12살에서 17살 청소년은 학원 등에 출입 가능하도록 하는 방역 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지칭한 적용 대상은 만 12살이었지만,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세는 나이' 12살의 만 10살에서 11살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혼선이 발생하면서 공공기관에 문의가 쏟아졌다.

이처럼 나이에 따른 백신 접종 대상과 진료, 치료 방법, 정부의 지원 등이 다른 가운데, 일상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세는 나이'와 정부 공문서 등에서 사용하는 '만 나이'의 혼선이 정부의 코로나19 정책 발표 때마다 빈번히 발생했던 것이다.

'세는 나이'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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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관습 바꾸면 혼란만 가중

'만 나이' 통일 공약이 실제로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6월과 2019년 1월, 공문서에 '만 나이' 기재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각각 발의됐지만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우선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일각에서는 공문서 등에서 이미 '만 나이'가 사용되고 있어 굳이 표준화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표준화'가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