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들,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 무의미... 역사가 증명'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담 기념 메달과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를 선물하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담 기념 메달과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를 선물하며 미소 짓고 있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대통령 임기 말에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차기 정권에 부담만 줄 뿐,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곧 임기가 끝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려고 하지도 않겠지만, 회담이 이뤄진다고 해도 합의된 내용을 다음 정권이 그대로 이어받을 의무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경남대 석좌교수는 BBC 코리아에 "오히려 차기 정권에 족쇄를 채우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2007년 노무현 정부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10.4 공동선언까지 채택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식의 남북대화가 무슨 소용이 있었느냐"며 "이를 역사가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임기 말에 이뤄진 합의를 다음 정권이 이행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 두 달 뒤인 2007년 12월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제 1야당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10.4 선언이 무색해졌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북한이 호응을 해온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끝나가는 정권에서 북한이 얻을 것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노무현 정부 당시 경험했듯이, 다음 정권이 누가 되든 어쨌든 대북정책은 다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이 임기 말 정상회담 개최 제안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비핵화 진전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 연속선상에서 그 다음 단계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는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기 말에 정상회담 개최 노력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지난 5년간의 대북정책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분석해야 한다"며 "그것을 통해 차기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정상회담, 북한에 맞출 것'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AP, AFP, 로이터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임기 마지막까지 남북 정상회담 성사 노력 의지를 밝혔다.

특히 남북 대화에 선결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이 원하는 방식에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차례 만나 장시간 대화했고 깊이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왔다"며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소통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에 대한 의견 일치를 이뤘고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며 "다만 임기 내 종전선언 채택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언급했다.

이번 서면 인터뷰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외교안보 정책의 현주소를 돌아보기 위해 글로벌 통신사들이 지난해 청와대에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3개월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인덕 석좌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이 지난 5년간 3번이나 개최됐지만, 지난달 북한이 7차례 도발을 하면서 사실상 제로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특히 남북한의 분단 관계는 양측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북방의 러시아와 중국, 남방의 미국과 일본 그리고 남북한 등 국제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이 오늘날의 한반도 정세"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 운전대를 잡겠다는 식의 생각은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방식으론 더 이상 남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인 지난 5년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교수도 "성과도 물론 있겠지만 결과를 볼 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상당부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북한의 비핵화 노력이 별 진전이 없었고 오히려 핵 능력이 더 고도화 되면서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모라토리엄을 공식화할 당시 중거리 미사일도 포함돼 있었다"며 "북한의 지난달 19일 '모라토리엄' 폐기 언급은 사실상 한국을 향한 '레드라인'을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