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 마블의 첫 아시아 슈퍼히어로물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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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알렉스 테일러
- 기자, BBC News, 엔터테인먼트
마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려는 관객은 무엇을 기대할까? 당연히 액션, 판타지, 화려한 초능력일 것이다.
아시아계 미국인 슈퍼히어로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으며, 가족과의 갈등속에서 세상을 구하는 싸움을 하는 건 어떨까? 아마 관객이 기대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마블의 신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하 샹치)'은 바로 이런 것들을 보여준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25번째 영화로 데스틴 대니얼 크레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배우 시무 리우가 첫 아시아 슈퍼히어로를 맡았다.
리우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역으로서 대작에 출연한 소감을 "대단한 영광"이라고 밝혔다.
리우가 열연한 주인공 샹치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무술 고수에서 암살자로 변신한다. 그의 아버지 웬우(양조위)는 늘 비탄에 잠긴 인물로, 군단을 이끄는 지도자이자 전설의 텐 링즈(열 개의 팔찌)의 주인이다. 샹치는 웬우의 지시를 따르며 성장한다.
샹치는 가족과 소원해진 후 션이라는 이름의 발렛 주차요원으로 살아가며 미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새로운 삶을 살려 한다.
동료이자 절친인 케이티와 평일 밤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던 주차요원 샹치의 인생은 갑자기 혼란에 빠진다. 아버지 웬우의 비밀스러운 텐 링즈 군단이 샹치를 습격하면서 드러낸 계획으로 인해, 샹치는 자신의 과거에 맞서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다.
리우는 앞서 기자 간담회에서 샹치에 대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배역을 맡은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고, 나는 그것이 엄청난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와이 마우이 출생의 크레톤 감독도 "어렸을 때 나와 동일시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가 없었고, 나와 비슷하게 생겼거나 비슷한 배경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을 위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리우를 비롯해 대부분의 배역에 아시아계 배우를 캐스팅했으며, 기성 배우와 신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캐스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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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유명 배우 양조위는 샹치의 아버지이자 텐 링즈의 강력한 힘에 도취된 웬우 역을 맡았고 진법라(팔라 첸)는 샹치의 어머니 잉리, 양자경(미셸 여)은 샹치의 이모 역을 맡았다. 샹치의 어머니와 이모는 신비한 땅 '타로' 출신이다.
이번 영화에 새로 등장하는 인물로는 샹치의 여동생이자 늘 적의를 품고 있는 캐릭터 샤링으로, 배우 장멍얼의 첫 영화 출연이다. '오션스 8'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급부상한 스타 아콰피나는 샹치의 괴짜같은 친구이자 보조자 케이티를 연기한다.
이러한 캐스팅은 최근 영화계에서 일고 있는 동아시아 문화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동양에서 부상하는 할리우드
케빈 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모든 출연진을 아시아계로만 구성한 미국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돈은 2억 파운드(약 3200억원)를 약간 밑돌았다.
곧이어 2020년 한국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한 한 가족의 도전을 선보인 한국계 미국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러 후보작으로 지명됐고, 윤여정은 한국 여배우로는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은 뉴욕타임스와 라운드테이블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미국영화가 변화해 온 흐름에 대해 "초기에 우리가 본 아시아계 미국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보는 아시아인을 더 이국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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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나는 정체성을 더 순수하게 담는 영화에 대한 갈망을 느꼈고, 이는 우리의 얼굴을 스크린에 담으면서도 더 많은 관객들에게 우리 자신을 설명하려는 투쟁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일어나는 변화는 바로 우리가 인간 본연으로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며, 이는 꼭 미국의 백인이나 주류와 관련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며 "우린 그냥 인간일 뿐이다. 미나리가 '우리로 인해, 우리를 위해' 같은 영화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가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샹치는 3차원 문화 스토리텔링을 블록버스터 슈퍼히어로물에 담으려는 마블의 시도다. 이 슈퍼히어로는 1970년대 원작 만화에서 묘사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쿵푸의 달인'으로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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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링즈 테러조직은 지난 2008년 아이언맨 1편에서 토니 스타크를 납치하기 위해 등장한 이후 MCU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영화는 그들의 뒷이야기를 처음으로 제대로 탐색한다.
제작자 조나단 슈워츠와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은 사실적인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생생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슈퍼히어로 샹치가 자신의 개인과 가족관계를 조화시킨다는 크레톤의 개인적인 상상은 슈워츠와 파이기를 사로잡았다.
리우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의 이중성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나는 2개의 세계 사이에 갇혔다고 수없이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이는 영화에 어떻게 반영될까?
다국적인 캐스팅은 언어를 강력한 도구로 만들었다. 크레톤 감독은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항상 그들의 논리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진이 영어든 중국어든 "그 장면에 적합한 말이면 어떤 언어로든"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리우는 아콰피나가 맡은 케이티가 자신을 "ABC(미국 국적으로 태어난 중국계)"라고만 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즉흥으로 만들어진 한 장면을 꼽았다. 리우는 "관객은 할리우드 영화 최초로 누군가 살아있는 경험을 이끌어내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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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에서 상치가 되는 리우와 아콰피나의 장난기 가득한 케미스트리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둘은 유머와 감성으로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케이티가 션에게 중국 이름이 뭐냐고 묻자, 션은 케이티의 샹치 발음을 조롱한다. 둘이 발렛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동안 케이티는 자신을 "아시아의 제프 고든(미국의 스톡자동차경주협회 레이서)"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말장난들 이상으로, 크레톤 감독은 관객이 샹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초능력을 얻기 위해 화학물질 세례를 받지 않는 슈퍼히어로"라는 설정을 제시하며 영화의 주제인 정체성과 관객들이 더 쉽게 연결되도록 한다.
크레톤 감독은 이 영화는 샹치가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며 그리고 평생 피하고자 했던 고통과 끝내 마주하는 여정"이며, "마침내 그는 과거를 돌아보고, 좋음과 나쁨, 기쁨과 고통을 모두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샹치가 마블 캐릭터의 새로운 틀을 만든다면 주연 배우인 리우도 그렇다.
캐나다에서 자란 리우(32)는 캐나다의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서 맡은 '정 김' 역으로 유명하다. 그는 마블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엄청난 가면증후군"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는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에서 일하다 해고된 후 연기자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그의 과거 출연작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거나, 사진 모델 알바도 했다.
리우는 샹치 배역이 자신의 "꿈"이라며 마블의 슈퍼히어로 다양화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을 자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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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거물 디즈니는 팬데믹 기간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 두 편을 출시했다. 대부분의 출연진이 아시아인인 '뮬란' 실사판과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다.
'정글 크루즈', '블랙 위도우', '크루엘라' 등 디즈니의 최근작들은 구독자들이 신작 영화를 보기 위해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디즈니 플러스 프리미어 엑세스와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했다.
반면 샹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함에도 우선 영화관 전용으로 개봉했다.
지난달 밥 채펙 디즈니 CEO는 "우리는 상치가 실제로 우리에게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45일간 영화관에서만 상영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영화관에서 45일간 상영한 후 마블 타이틀을 스트리밍 서비스 가져갈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향후 우리의 타이들을 향한 행보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또 다른 데이터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우는 채펙의 발언에 반응하는 듯 소셜 미디어에 "우리는 실험이 아니"라며 강한 어조의 글을 남겼다.
리우는 "우리는 약자이고 과소평가됐다. 우린 한계를 부순다. 우리는 1년간의 투쟁 후 꿋꿋하게 지속될 문화와 즐거움의 축하연"이라고 썼다. 또한 "우리는 놀라움 그 자체다. 나는 역사를 만들려는 의지로 불타오른다"고도 적었다.
한 슈퍼히어로가 아시아 문화를 위해 영화 안팎에서 외친다. 샹치의 싸움은 판타지 이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