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한미연합훈련 첫날 '주한미군 철수' 주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올해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시작 첫날 한미 양국을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10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며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합동군사연습은 북한을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라며 "연습의 규모가 어떻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침략적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만남'은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며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는 한 정세를 악화시키는 화근은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직설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10일 "북한이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본다"고 평가하며 "북측 의도를 예단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0일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시작됐다.

한·미 두 나라는 10일부터 13일까지 사전연습 차원인 위기관리 참모훈련을, 16~26일까지는 본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은 예년과 같이 컴퓨터 모의 훈련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가 인원 역시 최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여정 부부장은 앞서 지난 1일 군사연습은 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사실상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수위관리 및 초조함 드러내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담화와 관련해 나름 수위조절을 하면서도 초조함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간 담화 내용과 비교해 독한 말들이 사라졌다며, '연합훈련 진행은 불만스럽지만 여전히 대화에 열려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작년 6월 대화 단절 선언 당시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위임을 받아 발표한 담화를 통해 상당히 독한 말들을 쏟아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데 대해 "북측에 중요한 것은 규모나 형식에 상관없이 연합훈련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라며 "결국 목적은 '주한미군 철수'라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차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김 부부장이 지난 1일 담화에서 남측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나와야 한다"며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지난 담화에 대한 정리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큰 의미 부여보다는 "지금껏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곱게 넘어간 적이 없었다"며 "훈련시작일에 맞춰 불만을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연합훈련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온 관심을 쏟았고 그 결정에 영향을 주기 위해 미리 남북 연락통신선 복원 결정까지 했는데 결국 훈련이 시작되자 비난을 쏟아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 도발 가능성

일각에서는 북한이 연합훈련을 빌미로 머잖아 군사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이미 예측하고 관련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는 것.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 이후 언급했던 무기현대화 사업, 특히 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넘어선 신형 잠수함 또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좀 더 차원 높은 무기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칫 '도발'이나 한반도 위기 조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정당성 차원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명분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특히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내년 2월로 예정된 만큼, 북한이 오는 10월 이전에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 또는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 도발할 경우 올림픽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만큼 시기적으로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김 교수는 "현재 북한은 경제 발전과 안보적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인민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태 경제 발전에 올인했다면 이제 국가방위력 성과도 좀 보여줘야 하는 그 시기가 바로 8~9월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도 기존의 핵무력 완성에 만족하지 않고 핵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는 방어적인 것이고 한미연합훈련은 공격적이라는 북측의 주장은 내로남불식 이중잣대에 근거한 모순된 논리"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연합훈련의 중단을 원한다면 먼저 대화의 장으로 나와 연합훈련 중단과 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은 과거에도 연합훈련 종료 이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갑자기 유화정책을 펼쳤다"며 따라서 "북측 메시지에 과민반응하기 보단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갖고 일관성 있게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