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한미동맹 저격... '사실상 한미연합훈련 취소 요구'

미국 국방부는 1일(현지시간) 사실상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연합훈련은 한미 양국의 상호 결정"이라고 밝혔다. 연합훈련의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한 결정은 한미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이어 "병력 보호가 한미연합사령부의 최우선 순위"라며 "한미동맹은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1일(한국시간)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며칠간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며 "한국이 어떤 결정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 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서 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남측이 그 의미를 확대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때 이른 경솔한 판단"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난달 27일 이뤄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단절됐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놓은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섣부른 억측과 근거 없는 해석은 도리어 실망만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연합훈련 취소 요구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북한이 사실상의 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한 것이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카드'에 기대는 문재인 정부의 심리를 지렛대로 활용할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것.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김여정이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북한)가 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의 결단을 노골적으로 촉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선 복원 후 한국은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모습부터 보였고 또 북한의 요구가 없었는데도 민간 단체의 대북지원 승인부터 재개했다"며 "남북대화에 대한 현 정부의 지나친 집착이 김정은 남매를 더욱 오만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번 담화가 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취소하지 않으면 다음 남북협력은 없다는, 일종의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BBC 코리아에 "북한이 자기들의 명분을 쌓고 있다.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절실한 한국 정부를 압박해 원하는 것을 관철하려는 '강압 외교'를 전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는 한미동맹을 겨냥한 것"이라며 "연합훈련을 취소시켜 핵 억제력을 약화하려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락채널 복원에 따른 인도적 지원 등 우호적인 조치라면 모르겠지만, 북한 핵 능력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연합훈련을 취소한다면 등가성이 없다"고 신 센터장은 강조했다.

한미동맹을 저격했다는 지적에 대해 태영호 의원 역시 "김여정이 연합훈련 중지를 공식 요구하고 나서면서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미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연합훈련 중단? 축소? 연기?

국방부는 2일 연합훈련의 시기와 규모, 방식 등에 대해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0~13일 사전연습 성격의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16~26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각각 실시할 예정이다. 훈련은 실기동 연습이 아닌, 컴퓨터 모의 훈련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통일부는 한미연합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혜롭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30일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놓고 미국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통신선이 남북 정상간 합의로 413일 만에 복원됐지만 곧장 남북 당국 간 대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연합훈련 이후 한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그때 본격적인 남북방역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것.

정 센터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그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남북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가 필요하면 갑자기 유화정책으로 썼다"며 "북측 메시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갖고 일관성 있게 남북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의원도 "북측 요구에 더는 굴복해선 안 된다"며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원칙적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맞서야 주도권을 잡고 남북대화를 북미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