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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중국과 협력 확대...미국 의존 줄이기 나서나
- 기자, 나딘 유시프
- 기자, 캐나다 선임 리포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새로운 외교 정책 접근은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가 16일(현지시간) 중국과 체결한 합의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내놓은 답변이다. 중국의 인권 기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그가 중국을 캐나다가 직면한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고 지칭한 지 거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기도 하다.
이번 합의에 따라 캐나다는 2024년 미국과 함께 부과했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완화한다. 그 대가로 중국은 캐나다의 주요 농산물에 부과했던 보복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BBC에 이번 조치가 중국을 향한 캐나다의 정책에서 중요한 전환을 의미하며, 최대 교역국인 미국을 둘러싼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배경에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DC 소재 무역 자문가이자 리도 포토맥 전략 그룹의 대표인 에릭 밀러는 "총리는 본질적으로 캐나다 역시 주체성을 갖고 있으며, 미국이 어떻게 할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카니 총리는 기자들에게 "최근 몇 년 사이 세계가 달라졌다"며 중국과 이룬 진전이 캐나다를 "새로운 세계 질서에 잘 대비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의 미국과의 관계보다 중국과의 관계가 "더 예측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캐나다가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실용적으로, 그리고 단호하게 재조정 중"이라고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16일 새벽이 밝자마자 이번 합의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나왔다.
서스캐처원주 스콧 모 주지사처럼 이를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한 이들도 있었다. 모 주지사의 주에서는 중국이 캐나다산 카놀라유에 부과한 보복 관세로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어왔는데, 이번 합의가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이번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것은 "캐나다 경제에 타격을 주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 주지사는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카니 정부가 "캐나다 경제에 대한 동등하거나 즉각적인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장도 없이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밀려들도록 초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 합의에 포함된 전기차 관련 조항이 중국이 캐나다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벡 아스트반시 몬트리올 맥길대의 경영학 교수는 전기차 관세 인하로 인해 캐나다 전기차 판매의 약 10%가 중국 자동차 업체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산 전기차 판매 증가가 캐나다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테슬라와 같은 미국 기반 전기차 업체들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스트반시 교수는 "카니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에 캐나다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의 반응은 엇갈렸다.
16일 오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번 합의를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며, 캐나다가 이를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좋은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백악관 밖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 합의를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금속과 자동차 등 캐나다 산업에 관세를 부과해 왔다. 그는 또 캐나다, 미국, 멕시코 간의 오랜 북미 자유무역협정을 "무의미하다"며 파기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USMCA 무역협정은 현재 의무적 재검토 절차에 들어가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모두 이 협정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중국과의 대규모 신규 합의를 추진한 결정은 북미 자유무역의 미래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카니 총리가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리도 포토맥 전략 그룹의 밀러는 BBC에 말했다.
그는 "2026년이 됐을 때 미국과 의미 있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무역 합의 없이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캐나다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이번 합의로 캐나다는 매년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 가운데 처음 4만 9000 대에 대해 적용하던 관세를 100%에서 6.1%로 낮춘다. 이 물량 한도는 향후 늘어날 수 있으며, 카니 총리는 5년 안에 7만 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미국은 2024년 중국이 전기차를 과잉 생산해 다른 국가들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다.
그 대가로 중국은 현재 84%에 이르는 캐나다산 카놀라 종자에 대한 관세를 3월 1일까지 약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카니 총리는 또 중국이 캐나다산 카놀라박과 랍스터, 게, 완두콩에 대한 관세도 적어도 연말까지는 철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캐나다 방문객에 대한 비자 요건도 폐지하기로 했다고 카니 총리는 말했다.
중국 당국은 별도의 성명에서 세부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양측이 양자 간 경제·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비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전기차가 캐나다 시장에 들어오면 캐나다 소비자들에게는 더 저렴한 가격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갈 라즈 웨스턴대의 운영관리·지속가능성 부교수이자 전기차 공급망 전문가가 말했다.
다만 그는 카니 정부가 국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경우, 이번 합의가 캐나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캐나다와 미국 간 통상 관계가 "불행하게도" 악화된 결과라며, 이로 인해 캐나다 자동차 산업도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캐나다를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느낌이 크다"고 그는 말했다.
왜 캐나다가 중국에 자국 자동차 시장 접근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카니 총리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량 가운데 일부를 생산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중국의 캐나다 자동차 산업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중 강경 기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 내에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만든다면 이를 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 왔다.
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에서 "중국이 들어와 공장을 짓고 당신과 당신의 친구, 이웃을 고용한다면 훌륭한 일이다. 나는 그게 좋다"며 "중국이 들어오게 하라, 일본도 들어오게 하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며, 시 주석을 워싱턴으로 국빈 초청하기도 했다.
카니 총리에게 이번 합의는 캐나다의 통상 관계를 '재조정'하는 과정의 첫걸음에 불과할 수도 있다.
추가 보도: 다니엘 부시(워싱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