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 속 '외교단 휴양지'로 이미지 쇄신 시도

대외용 출판물을 발간하는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28일 공개한 '통천 외교단 휴양소' 내 시설

사진 출처, 외국문출판사

사진 설명, 대외용 출판물을 발간하는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28일 공개한 '통천 외교단 휴양소' 내 시설

북한이 금강산 인근에 외국인을 위한 휴양시설을 공개했다.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매우 어려운 가운데 뜬금없는 선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대외용 출판물을 발간하는 외국문출판사는 28일 화첩(화보)을 통해 바닷가를 끼고 있는 '통천 외교단 휴양소' 소개했다.

'한 번에 수십 명의 손님을 받아 치료 및 휴양 봉사를 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현대식 헬스장, 당구장, 가라오케 등을 구비했으며 특히 시중호 진흙을 이용한 머드 테라피, 한증탕 시설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청춘의 활력을 부어주는 음이온이 풍부한 수림'이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 출처, 외국문출판사

사진 설명, '청춘의 활력을 부어주는 음이온이 풍부한 수림'이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광역권 관광벨트 프로젝트의 일환

이는 북한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동해안 관광벨트 육성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한국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목표 아래 금강산 비로봉, 마식령 스키장, 원산 명사십리와 달마반도, 그 위로 올라가서 함경도 칠보산, 더 나아가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관광벨트를 추진해왔다.

강원도 통천군은 북한 내 전통적인 휴양지로, 원산 아래 위치한다. 그 밑은 금강산이 자리한 고성이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BBC 코리아에 "통천은 원산-갈마 비행장에서 가까워 외국인들의 접근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말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김영희 박사도 "통천은 원산과 문천, 안변, 고성 등과 함께 금강산 국제관광지대에 포함된다"며 "청석정 등 멋진 바위가 많아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조건이 다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친절·봉사와 함께 야외 테라스에서의 식사와 '포근한' 침실을 선전하고 있다

사진 출처, 외국문출판사

사진 설명, 친절·봉사와 함께 야외 테라스에서의 식사와 '포근한' 침실을 선전하고 있다

경제난 속 뜬금없는 선전… 이미지 쇄신용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 장마 등 자연재해로 식량난이 극심한 가운데 북한 당국이 외교단 휴양소를 공개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인정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만성적 식량난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에서 보통 5~6월은 보릿고개로,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서 장마당에서 쌀값이 두 배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무 교수는 "북한이 이 같은 경제난 속에 외교단 휴양소를 소개한 것은 결국 대외적 이미지 관리 차원의 선전"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의 시선과 평가에 매우 민감한 북한이 '너희들 생각만큼 우리 그렇게 어렵지 않아, 우리 잘 먹고 잘 살고 있어' 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밖에서 북한을 불안정하게 바라보면 그것이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 내부를 흔든다"며 "결국 북한의 대외적인 메시지는 대내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산업 투자 효과 기대

북한은 지난 2012년 2월 통천 특구를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서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포함해 모두 23개의 경제개발특구를 만들었으며 통천도 여기에 포함된다.

때문에 이 지역에 외교단 휴양소를 만든 것이 그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첨단산업단지 인근에 외교단 휴양소를 만들어 투자 및 기술을 유치하겠다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김진무 교수는 "경제개발구로 지정된 시설에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만큼, 해외 외교관들을 통해 경제개발구 육성에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마식령 스키장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마식령 스키장

최종 목표는 외화벌이 관광

통천 외교단 휴양소는 북한과의 외교를 목적으로 머무는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다.

당장 외부로부터의 투자와 개발이 어렵고 외국인 관광객도 입국하지 못하는 만큼 북한 내 외교관을 대상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김영희 박사는 "북한에서 '휴양'은 단순 관광이 아닌, 심신 안정과 치료 목적이 포함된다"며 "전문 관광이 주 목적이라면 휴양소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도적으로 현재 상황을 반영해 이름을 휴양소라고 지은 것일 뿐, 최종 목표는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관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화첩에는 국제전화번호와 영문소개가 함께 실려있다. 결국 해외 관광객까지 겨냥한 시설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코로나19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 등으로 대북 관광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