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의미 있는 소통 이뤄져'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이 실려있다

사진 출처, News 1

사진 설명,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이 실려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남북 간 의미 있는 소통이 이뤄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장은 9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전후 북측과 접촉이 있었다며 이같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시기와 연락 채널을 밝히지는 않았다.

박 원장은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배경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발표 없이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평가 및 분석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 전원회의를 통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장, 혹은 외무성을 통해 미사일과 인권 문제 등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는 공격적인 평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통과의례로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는 순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미국과 북한 양측 모두 협상 의지가 있는 상태에서 서로가 간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밝힌 '선대선, 강대강' 원칙은 사실 협상을 하겠다는 것으로 "직접 만날 경우 협상 결렬이나 상대가 내놓을 카드 등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16일 오후 2시 49분경 폭파했다. 사진은 우리군 장비로 촬영된 폭파 당시 영상 캡쳐.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께 긴급 보도를 통해 "개성 공업지구에 있는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 News 1

사진 설명,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16일 오후 2시 49분경 폭파했다. 사진은 우리군 장비로 촬영된 폭파 당시 영상 캡쳐.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께 긴급 보도를 통해 "개성 공업지구에 있는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양측의 협상을 주선하기 위한 탑다운 방식의 한미 간 공감대 형성을 하는 과정"이었다며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박 원장의 방미는 "남북미 간 실무적인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 원장의 이번 정보위원회 보고 내용은 북미 양측을 접촉한 내용을 토대로 한 만큼 신빙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과 미국은 북미 간 실질적 대화 재개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는 모습이다.

현재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 이행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9일(현지시간)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 양측이 긴밀한 공조를 끈기 있게 계속해 나가자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셔먼 부장관에게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숙고하고 있으며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이 북미 사이에서 다시 한번 중재자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BBC 코리아에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북한이 대북제재로 인한 외교적 고립과 제재회피를 위해 한국 정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단순히 북미 양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사자' 역할에 그치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영향력이 사라졌다는 것으로 "남북 교류협력 행보는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한국 정보라인으로부터 바이든 행정부 측 소식을 얻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의 우선 순위는 결국 북미대화에 있으며 미국과의 협상이 풀린 이후에 남북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9일 "매일 오전 판문점 채널을 통해 북측에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북측의 응답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을 이유로 판문점 채널 등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했으며 현재까지 연락 단절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