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의 죽음 이후 한 달, 무엇이 바뀌었나?

고 변희수 전 하사는 현역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첫 사례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고 변희수 전 하사는 현역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첫 사례다

성전환 수술 이후에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전역 취소 소송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변희수 육군 하사. 그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냈던 소송은 변 하사의 유족들이 이어가고 있다.

변 전 하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트랜스젠더를 향한 시선을 바꿔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의 죽음 이후 군과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유족이 원고 자격 이어 받아

15일 오전 대전지법에서는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전역 취소 청구 소송 첫 변론이 진행됐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인 변 전 하사의 사망으로 재판이 종료될 상황이었지만, 유족인 가족들이 원고 자격을 이어받아 재판을 중이다.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날 재판에는 원고 자격으로는 변 전 하사 부모와 변호인단이, 피고(육군참모총장) 측 변호인으로는 군 법무관이 자리했다.

변 하사 변호인 측은 "(성전환 수술에 대한) 의학적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심신장애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현역 부적합 처분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절차적 결함과 구속력 없는 규칙에 의해 전역 처분을 시행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심신장애에 따른 전역 처분은 관련 위원회 설치가 필요 없는 데다 원고가 군내 구성원이어서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육군...'판단에 문제 없었다'

앞서 육군은 14일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해 전역이 불가피했다는 54쪽 분량의 서면답변서를 제출했다.

SBS가 입수한 육군의 답변서에는"성전환 수술에 따라 타 부대 전입을 가더라도 다른 부대원들이 원고가 성전환 수술을 한 사실을 알게 돼 융합하기 어렵다"며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점에 비춰 부대원과의 융합 측면 등을 고려 시 군에서의 활용성과 필요성 부분에 있어서도 현역복무가 제한된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육군은 또한 "한 개인의 인권만을 위해 그 외 다수 인원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 또한 국가의 안전보장을 최우선시하면서 최상의 전투력 발휘를 위해 구성원 전체의 사기를 강력하게 유지해 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군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그 존립 목적과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15일 오전 대전지법 앞에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 1차 변론 기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15일 오전 대전지법 앞에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 1차 변론 기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희수를 지지하는 단체는 이런 육군의 태도를 비판했다.

재판이 끝난 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원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에서는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면서도 사건 관련 증거를 아직도 내지 않고 있다"며 "변 전 하사의 전역 취소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자료가 증거로 채택됐고 앞으로의 변론도 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목소리 내기 시작한 또 다른 '변희수'들

일각에선 그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며 트렌스젠더에 대한 차별적 표현과 인식을 바꿔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변 하사가 숨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트렌스젠더 인권 활동가였던 김기홍 씨가 사망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달 27일 오후에는 서울광장에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행동이 열리기도 했다.

참가자 100여 명은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분홍·하늘·흰색 우산을 들고 '트랜스젠더는 당신 곁에 있다'는 손피켓을 들었다.

그러면서 "변희수를 기억하며 우리가 여기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며-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서울광장에서 열린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며-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이를 진행한 군인권센터는 "변희수 하사는 자신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군에서 쫓겨났다. 그저 존재를 증명했을 뿐인데 결과는 가혹했다"며 "어딘가에 숨어 눈에 띄지 않기를 요구받는 삶, 그러다 눈에 띄면 몰려나고 마는 삶. 결국 생에서도 몰려나고 마는 삶. 우리 사회가 트랜스젠더에게 강요하고 있는 잔인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변 전 하사 사망 후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위한 연구가 있었느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아직은 없는데 이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하반기부터 트랜스젠더 복무를 위한 비용 추계와 작전성 검토 등 전반적인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외국서 성전환 수술...육군 전역조치

경기 북부 한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돌아와 복무를 지속하길 희망했다.

하지만 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시행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2020년 1월 22일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법원은 같은 해 2월에 변 전 하사의 성별을 여성으로 인정했다.

변 전 하사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군은 지난해 7월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 취소 요청을 기각했다.

이후 변 전 하사는 대전지법에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지만, 첫 변론을 앞둔 지난 3월 3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소송의 다음 변론은 5월 13일에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