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비혼 출산 사유리는 ‘비정상 가족’일까?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 '젠'을 출산했다

사진 출처, 사유리 인스타그램

사진 설명,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 '젠'을 출산했다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비혼 출산'으로 주목을 받았던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의 육아 예능 출연을 두고 '정상 가족' 논란이 확산 중이다.

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엄마가 된 사유리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가족 관념을 무너뜨린다'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

지난 3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 주세요'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2일 오전 기준으로 3700여 명의 동의를 얻는데 그쳤지만, 온라인에서는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공영방송이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하고 결혼을 장려하며 정상적인 출산을 장려하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청원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비혼모를 등장시켜서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에게 비혼 출산이라는 비정상적 방식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

사진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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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간 단체는 30일 KBS 앞에서 사유리의 출연을 반대하는 규탄 기자 회견도 열었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의 홍영태 운영위원장은 "결혼하기 싫으면 정자은행을 통해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고 살아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려고 하기에 분노를 금할 수 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에 반론도 적지 않다.

"다양한 가정을 인정해야 한다", "미혼도 아이를 낳을 권리가 있다"는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 구성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유리가 쏘아 올린 공...'정상 가족'이란?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

그는 당시 "자연임신이 어렵고 당장 시험관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말에 자발적 미혼모가 되기로 했다"며 "사랑하지 않은 사람을 급하게 찾아서 결혼하기보다는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KBS 뉴스에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한국에서 비혼모로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출산할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말했다.

사유리의 행보는 한국에서 '진정한 가족의 형태'가 무엇인지 논의의 장을 열었다.

사유리의 출산은 한국에서 '진정한 가족의 형태'가 무엇인지 논의의 장을 열었다

사진 출처, 사유리 인스타그램

사진 설명, 사유리의 출산은 한국에서 '진정한 가족의 형태'가 무엇인지 논의의 장을 열었다

특히 한부모 가족 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사회 단면을 드러냈다.

이번 청원 논란과 관련해 한국미혼모가족협회의 김미진 대표는 "'정상 가족'은 없다. '정상 가족'은 누가 정의하나. '정상 가족'이라는 단어가 과연 '정상'인지, '정상 가족'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라며 기능이 아닌 형태와 제도 중심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을 안타까워했다.

김 대표는 미혼모 가족 내에서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비혼은 우리가 부추긴 게 아니라 이미 사회 흐름이었다. (이런 반응은)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자유 의지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그 사람들의 사고 수준을 너무 낮게 보고 비하하는 것이다 등의 의견이 나온다"라며 "이런 일들이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짚는 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고귀한 생명을 생의 전부를 걸고 선택한 엄마들"이라며 "가족의 소중함을 저희만큼 뼈저리게 느끼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10명 중 3명 '결혼 없이 자녀 가질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통상 부부와 자녀로 개념화됐던 가족의 형태는 달라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0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인 이상 가구 비율은 2016년 25.1%에서 20%로 떨어졌다.

반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가운데 39.2%를 차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2인 가구를 합한 비중은 전체 가구의 62.6%에 육박한다.

이런 현상과 함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전국 만 13세 이상 약 3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 응답자의 30.7%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8년 전보다 9% 가량 증가한 것으로, 국민 10명 중 3명은 결혼 없이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 69% 즉, 10명 중 7명은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 즉 비혼 출산에 대해서도 48.3%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해 전년 대비 상승 추세를 보였다.

사유리와 아들 '젠'

사진 출처, 사유리 인스타그램

사진 설명, 사유리와 아들 '젠'

가족 개념의 재의미화

가족과 젠더를 연구하고 있는 정고운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이 예상 밖의 일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서구에서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개인'이 본원적 존재 단위인 반면, 한국사회는 모든 제도적 중심에 '가족'이 중요한 단위로 작동했다"며 "사유리와 같이 새로운 가족 규범을 정립하는 행위/실험에 다양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회 변화 가정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다양한 가치나 라이프스타일을 차이보다는 틀림이나 오류로 인식하는 '정답 사회적 측면'도 이번 논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혼 가구나 1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이 등장하며 가족 개념이 확장하고 있다"며 "다양한 가족상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수용하면서 가족 개념의 재의미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KBS는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유리의 '슈돌' 출연이 비혼 출산을 장려한다는 주장은 과도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기고 있고, 사유리 가족 역시 그중 하나"라며 "가족 중 한 형태를 관찰하는 것일 뿐, 비혼을 장려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