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종차별 없다’ 보고서에 ‘인종차별’ 역풍

사진 출처, PA Media
제도적 인종차별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영국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센 역풍에 휩싸였다.
시민단체와 노동계, 정치권 등 각계각층이 정부를 향한 강한 비판을 쏟아내는 등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논란은 영국 정부 산하 인종과 민족 차별 위원회가 250여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 보고서는 교육과 고용, 사법체계와 복지 분야 등의 현황을 분석한 것으로, 영국에는 고의로 소수 인종과 민족을 차별하는 체제나 제도가 더는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민감하게 여겨질 수 있는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나 임금 격차 등이 평등의 근거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여러 민족의 아이들이 백인 아이들보다 훨씬 성적이 좋거나 적어도 비슷하다고 밝혔다.
또 모든 소수 민족과 백인의 임금 격차는 전체 2.3%로 줄어들었으며, 30세 미만 근로자들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
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영국 내 삶의 질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종보다는 가족 구조 및 관계, 사회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나아가 "영국이 백인이 주류인 나라들의 모델 국가가 될 만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영국 정치권, 학계, 노동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선 거센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영국 일반노동조합(GMB) 관계자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보고서"라며 "흑인과 소수민족 노동자들의 우려를 무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버 버트 인종평등재단 이사장도 "이 보고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시행한 정책의 결과물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한편 불평등 문제의 책임을 개인이나 가족에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밍엄시티대학의 커힌더 앤드루스 교수는 "이 보고서는 영국의 인종차별을 이해하려는 진정한 시도나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은 정부를 향해 "이런 보고서가 어떻게 발간될 수 있었는지 즉각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인종과 민족차별 위원회는 지난해 미국 흑인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세계에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가 거세질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지시로 설립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