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나의 회복 위해 용서하고 싶다'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해온 결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입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17일 지난해 7월 고소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피해자 A씨는 이날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는 사람들'이 진행한 기자회견에 나와 박 전 시장의 위력을 여전히 강하게 느낀다며 그의 지지자로 인한 2차 피해를 호소하며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은 "불쌍하고 가여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며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촬영과 녹음은 허용되지 않았다.

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맞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를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고, 이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5일 열린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지난 1월 25일 열린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인권위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메시지를 직접 보았거나 피해 상황을 들었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그리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근거로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성추행 의혹 등을 밝혀내지 못했다.

한편 1월 14일 서울중앙지법은 박 전 시장 사건과는 별도인 서울시장 비서실 전 직원의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피해자 A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일부 인정했다.

계속되는 2차 피해

피해자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위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정했는데도 여전히 피해 진위를 의심하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며 "그 속에서 제 피해사실을 왜곡하여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SNS에 A씨가 쓴 편지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A씨의 실명이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는 “가족들이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제 신상에 대한 게시물을 직접 신고해서 지워나가는 끔찍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2차 가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7 재보궐 선거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보궐선거는 이미 당선된 의원이나 단체장이 사망이나 사직, 당선무효형 등의 이유로 공석이 됐을 경우(궐위) 이를 채우기 위해 실시하는 선거다.

오는 4월 7일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는 서울시장, 부산시장을 비롯해 총 21개 선거구에서 단체장 4명, 의원 17명을 다시 뽑는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궐위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 A씨는 오는 보궐선거에 대해 “본래 치러지게 된 계기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당 대표 시절 정치 개혁을 위해 만든 규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 자체를 개정했다.

이에 피해자 A씨는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며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려 했고 '님의 뜻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으며 투표율 26%의 당원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서 직접 나에게 사과하도록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관련 피해자 기자회견을 앞두고 “참 죄송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며 “이런 죄송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첫 여성 시장으로서 두 배로 겸허하게 서울시민을 모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