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청년 보수'와 농민 대표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각기 다른 이유

트럼프와 바이든 가운데 승자는 누가 될까?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트럼프와 바이든 가운데 승자는 누가 될까?
    • 기자, 김수빈
    • 기자, BBC 코리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한반도의 시각은 결코 단일하지 않다.

태평양 너머 지구 반대편에서 치러지는 선거지만 그 결과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BBC 코리아는 탈북 인권운동가부터 농민단체 대표, 청년 보수단체 활동가, 한국에서 오래 거주한 미국인에게 이번 대선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트럼프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이 북한 변화에 도움'

탈북 후 영국에서 북한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는 영국의 작년 총선 결과가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면서 12월 선거에서 영국 국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다시 한번 보여줬잖아요. 이번에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당시 영국 보수당의 지도자로 갓 선출된 보리스 존슨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의 추진이 의회에서 가로막히자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보수당은 1987년 이래 최대의 승리를 거뒀다.

박지현 대표는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출처, Park Ji-hyun

사진 설명, 박지현 대표는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한다. 트럼프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중국 공산당 정권과 많은 싸움을 하고 있어요."

"자유민주주의냐 공산주의냐. 이런 싸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투지와 노력들이 미국인들을 많이 감동시키지 않을까...그리고 저희들도 그것에 많이 감동했고."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에 대한 박지현 대표의 지지는 북한에서 그가 겪었던 경험과 무관치 않다. 박 대표는 북한에 살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친척이 굶어 죽는 사건을 경험한 후 북한을 탈출했다가 강제북송을 당해 수용소 생활을 했다.

가까스로 다시 탈북에 성공한 박 대표는 2008년 영국에 정착한 후 북한 인권 운동에 천착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에서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 사회주의 독재정권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잖아요."

박 대표는 바이든 후보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가 부통령으로 재직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방치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자가 토론회에서 자기는 오바마 때와 다르다고 얘기하지만 어떻게 다른 것을 보여줄까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요. 어떻게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 하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다. 박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에 소홀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정권 들어서서 아직 북한 인권 대사가 없어요. 그리고 미국이 유엔의 인권이사회에서도 탈퇴했잖아요."

박 대표는 또 북미회담을 보면서 북한 인권을 언급 안하는 트럼프에 실망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책에 북한 문제에 대한 희망도 있다고 본다. 중국의 묵인하에 북한이 국제 제재를 우회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압박은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없으면 북한은 살아남을 수 없어요. 중국을 압박하는 이 문제에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트럼프 재선하면 오히려 미국 패권 무너질 것'

박흥식 전농 의장은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외교가 미국의 패권을 무너뜨릴 것이라 본다
사진 설명, 박흥식 전농 의장은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외교가 미국의 패권을 무너뜨릴 것이라 본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은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에 걸친 미국의 패권 질서를 무너뜨리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하면서... 말도 안되는 인종차별과 다른 나라에 대한 모든 것들을 차별하면서 전세계에 미국 패권에 대한 불만이 아주 높아졌어요."

박흥식 의장은 1985년부터 35년째 농민 운동을 해왔다.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폐유로 인한 농가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고, 2003년에는 전농 사무총장으로서 당시 멕시코 캉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집회 중 목숨을 끊은 농민운동가 이경해 씨의 장례를 맡았다.

그에게 미국은 군사력과 자유무역이란 명분을 앞세워 약소국의 농업을 약탈해 온 다국적 기업의 대변인이다.

전농이 지난해 북한에 경작용 트랙터 30여대를 보내려던 계획이 대북제재에 가로막힌 것에 대해서도 박 의장은 미국을 비난한다. 미국 국무부에 트랙터를 제재 대상에서 예외로 해줄 것을 두 차례 요청했으나 국무부가 전달 방법이나 모니터링 등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했다 한다. 전농은 현재 유엔에 대북제재 해제 요청을 했다.

박 의장은 "미국의 일방적 이익을 대변하는, 자기들의 군수물자를 팔아먹기 위한 이 대북제재는 유엔에서 거부하라는 싸움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앞으로도 일방주의적 외교를 밀어붙여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을 바란다.

박 의장은 "미국에 관련된 군사적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유엔이 제 역할을 못한다"며 "전세계 평화를 위해서 영국도 미국의 입장을 눈치를 보지 말고 독자적인 이사국으로서 자기 역할을 해주길 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제2의 홍콩 되지 말아야'

김태일 신 전대협 한국외대 지부장은 한국이 '제2의 홍콩'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사진 출처, Kim Tae-il

사진 설명, 김태일 신 전대협 한국외대 지부장은 한국이 '제2의 홍콩'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보수 성향 청년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 전대협)'에서 한국외대 지부장으로 활동하는 김태일 씨는 학우들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이 한국에 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 때문이다.

"바이든의 외교는 전통적으로 해왔던 정도의 입장을 고수할 텐데... 앞으로 한국은 미국이라는 존재가 발벗고 나서주지 않으면 중국을 견제하기 힘든 위치가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한국전쟁에 대한 한국과 중국 연예인들의 발언이 상대 국가로부터 반발을 샀던 일을 언급했다.

"중국이 말하는 '항미원조'라는 입장은 북한을 옹호하는 건데 한국을 두고 그냥 정복할 대상 정도로 낮춰서 바라보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가 활동하는 '신 전대협'은 1980~90년대 대표적인 학생운동 조직이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를 풍자한 단체로 통상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그는 자신이 오히려 '진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외교역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저는 한국의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한반도는 수천 년동안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상태로 살아왔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미국을 확실하게 선택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엄청난 진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국이 제2의 홍콩이 되는 운명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보라고 말한다.

"홍콩이 그렇게 된 것처럼 한국이 그렇게 안되리라는 보장이 없어요. 사실 북한이라는 존재가 없었으면 진작에 그렇게 됐을 것 같습니다."

90년대생인 그가 미국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논란이었다. 당시 광우병 파동로 중단됐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이 해제될 조짐을 보이자 대대적인 반대 집회가 벌어졌다.

그는 지금도 당시 대형마트에 사람들이 내동댕이친 소고기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인상은 20대에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입대 전에는 인종차별 같은 걸 겪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카투사 복무를 하면서 미국이 의미와 명분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라고 생각하게 됐다 한다. 특히 미군이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평가받는 고 백선엽 장군을 항상 예우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다.

그는 BBC 코리아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진영의 상징"이라며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이 제2의 홍콩이 되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고 호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차악을 택해야 하는 상황’

윌리엄 훈세커 경북대 교수는 3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미국 국적자다. 1985년에 선교사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가 92년 취업한 이래 줄곧 한국에서 살고 있다.

이제는 한국에서 너무 오래 살아 자신을 '미국 사람'으로 부르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던 그는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바이든은 너무 나이가 많이 들었고, 옛날 방식이고... 젊은 사람 있었으면 나은데. 트럼프는... 반항적인 모습, 마음대로 말을 하고, 별로 성의없게... 그런 모습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그...한국 표현 잊어버렸어요. 두 개 안 좋은 것 중에 하나 고를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 거 같은데."

훈세커 교수는 또한 트럼프나 바이든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차기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는 국내 문제가 될 것이고, 대중국 정책을 제외하고는 대외 정책에서 큰 차이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훈세커 교수는 자신이 처음 한국을 찾았던 80년대와는 달리 현재의 학생들은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살아남아야 한다, 달라져야 한다' 비판하는 얘기가 많았죠. 특히 광주 사태 때...지금 학생들은 그냥 취업하고 싶은 생각 밖에 없어요." 그는 짧은 웃음과 함께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