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임통치’가 신변이상설과는 거리가 먼 까닭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전원회의를 지도했다

사진 출처, KCNA

사진 설명,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전원회의를 지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한국 정보기관이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부인했지만 국정원 보고 내용이 알려지면서 다시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한 소문도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가 김 위원장의 신변의 변화를 반영하기보다는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기존의 당정 운영방식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국정원 보고 내용은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국정운영과 핵·군사 활동 등에 대해 설명했다.

정보위원회 업무보고는 통상 비공개로 이뤄진다. 보고가 끝난 뒤 여당과 야당의 위원회 간사가 공개 가능한 내용들을 추려 발표하는 게 관례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대남·대미 부문을 비롯해 국정 전반에서 권한을 이양받았다 한다
사진 설명, 국정원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대남·대미 부문을 비롯해 국정 전반에서 권한을 이양받았다 한다

야당 간사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부부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국정원이 분석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며 “김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이지만 후계자를 결정하거나 후계자 통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위임통치는 김 부부장 1인에게만 다 된 것은 아니고 (김 부부장이) 대남·대미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하고 가장 이양받은 게 많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군사 분야에서는 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이병철 부위원장 등에게 부분적으로 권한이 이양됐다”고 분석했다고 하 의원은 말했다.

이러한 권한 위임의 배경에 대해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높아진 통치 스트레스를 줄이고 ▲위임받은 쪽에게 정책의 책임을 돌려 정책 실패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하 의원은 말했다.

김정은에게 건강상 문제가 있는가?

전날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브리핑 내용이 속보로 전해진 후,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정보위 여야 간사들은 김 위원장에게 건강상 문제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출처상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현재 통치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4월에도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 행사에 불참하면서 일부 언론들에서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에도 신변이상설이 제기된 바 있다

사진 출처, KCNA

사진 설명,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에도 신변이상설이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전문가들은 국정원의 분석 내용을 두고 김정은 위원상의 신변 이상설과 연관시키는 것을 경계했다. 그보다는 안팎으로 어려운 국정 상황을 극복하고 기존의 당정 운영방식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북한의 리더십 변화가 북한이 당면한 국정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지, ‘최고지도자’로서 김정은의 지위에 영향이 있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BBC 코리아에 “(북한) 외부적인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 나오면서 권력을, 통치를 보다 공고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분산 정책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임통치’라는 표현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위임통치라는 것은 김정은 본인이 (건강 이상 등의 문제로) 권력에서 물러난 다음에 누군가에게 물려준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국회 정보위의 여야 간사들도 북한이 ‘위임통치’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으며 국정원에서 만든 용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변화가 ‘위임통치’라기보다는, 김정일 시절의 ‘유일지도체계’를 김일성 시절의 당정 운영방식을 참고해 ‘집단적 협의체계’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한다.

정 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4년 자신의 후계 구도를 설정하면서 모든 보고를 후계자 1인에게 집중하는 유일지도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오면서 당정 운영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정 소장은 지적한다. 그 증표로 정 소장은 당 정치국, 정무국회의나 당 중앙위 전원회의, 당대회가 김정일 시대와 달리 정상적으로 개최 운영되는 것을 거론했다.

한 예로 현재 진행 중인 노동당 7차 당대회는 1980년 이후 36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김정일이 1993년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2011년 12월 17일 사망하기까지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