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부의 대북전단 단체 설립허가 취소를 중지시켰다

박정오 큰샘 대표(오른쪽)가 7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법인에 대한 통일부의 설립 허가 취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박정오 큰샘 대표(오른쪽)가 7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법인에 대한 통일부의 설립 허가 취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법원이 대북전단 살포로 논란이 된 탈북자단체의 설립허가 취소 효력을 중지시켰다.

서울행정법원은 12일 탈북자단체 ‘큰샘’에 대한 통일부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앞서 ‘큰샘’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북한이 이들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은 이후 통일부에 의해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고, 이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통일부가 다른 북한인권·탈북자단체에 대해 벌이고 있는 사무검사 등과 관련, 정부가 북한인권단체를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통일부가 큰샘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한 처분의 효력을 중지시켰다. 이는 설립허가 취소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의 최종 판결이 나온 후 30일까지 유효하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취소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큰샘)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할 필요가 있음이 소명된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의해 설립 허가 취소된 사단법인 큰샘의 방과 후 공부방에 다니는 탈북민 자녀들과 교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법인에 대한 통일부의 설립 허가 취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나와 손팻말을 통해 공부방 폐쇄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통일부에 의해 설립 허가 취소된 사단법인 큰샘의 방과 후 공부방에 다니는 탈북민 자녀들과 교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법인에 대한 통일부의 설립 허가 취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나와 손팻말을 통해 공부방 폐쇄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또한 법원은 큰샘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의 취소 처분의 효력을 중지시키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심리는 같은 법원에서 13일 열린다.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까닭은?

통일부는 지난 7월 17일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통일부는 언론에 유출된 공문에서 큰샘이 △지난 4월과 5월에 전단 등의 물품을 북한으로 살포해 법인 설립목적 외의 사업을 수행했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의 위험을 초래하고 한반도에 긴장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하였으며 △법인 설립허가 취소 조건 중 하나인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통일추진 노력에 저해가 되는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는 이전에도 남북 간에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해 남북관계의 큰 현안으로 등장했다.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남북 관계의 첨예한 이슈로 다시 대두됐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남북 관계의 첨예한 이슈로 다시 대두됐다

결국 북한은 6월 16일 개성에 위치한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통일부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이 공개된 지 수시간 만에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위한 법률 정비를 계획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수사를 경찰에 의뢰하고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통일부의 조치가 북한인권단체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을 우려한다. 반면 대북전단 살포가 주로 이뤄지는 한국 북부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남북간 긴장이 주민 안전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한다.

한국 국민의 여론은 주민의 안전을 보다 중요시하는 편이지만, 표현의 자유 억압을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통일부 사무검사 진행 상황은

통일부는 대북전단 사건 이후 통일부 산하 등록법인 일부에 대해 사무검사에 착수했다. 단체의 정관에 맞춰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지와 운영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통일부 소관 비영리법인 433개 중 최근 3년간 법인 운영상황을 토대로 109개 법인을 사무검사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비영리 민간단체는 180개 전부를 점검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사무검사에는 회계감사도 포함된다고 밝혔으나, 운영상의 문제가 발견됐을 경우 고발 조치 등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통일부가 다수의 소관 비영리법인에 대해 사무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가 김기현 국회의원(미래통합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20년까지 통일부의 사무검사를 받은 단체는 4개에 불과했다.

국내외 반응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통일부의 사무검사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한국 정부에 통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통일부의 사무검사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한국 정부에 통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외의 인권단체들은 통일부의 사무검사가 북한인권단체와 탈북자 단체들의 활동을 억압하고, 이들 단체에게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협조하고 순응할 것을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 대표들은 지난 11일 ‘정부의 북한인권·탈북민단체 탄압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통일부의 사무검사 계획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7월 31일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단체들을 협박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통일부의 사무검사는 정치적 결정이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한국 정부에 통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국의 북한인권운동가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는 12일 백악관 전직 관료 13명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인권단체들을 위협하고 괴롭히는 정책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