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트럼프, 시진핑에 재선 도와달라 간청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폭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발간 예정인 자신의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운영 방법에 대해 놀랄 만큼 무지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책 발간을 막으려고 노력 중이다.

출판 금지 가능할까

볼튼 전 보좌관의 저서 '그것이 일어난 방:백악관 회고록'은 577쪽 분량으로 오는 6월 23일에 발간 예정이다.

그러나 17일 밤 미 법무부는 출간을 중단해달라는 긴급 명령을 법원에 요청했다.

출판사 사이먼 앤 슈스터는 성명에서 "오늘밤 정부가 제기한 소송은 경박하고 정략적 동기가 있는 헛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책 수십만 부가 이미 전 세계에 배포됐기에, 이 금지령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그는 법을 어겼다"며 "이는 고도의 기밀 정보인데, 볼턴은 승인을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볼턴)는 가망이 없었던 인간"이라며 "난 그에게 기회를 줬다"고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외교정책 매파에 속하며 2018년 4월 백악관에 입성했다가 이듬해 9월 국가안보보좌관직을 그만두기로 했다며 자리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과 의견이 심하게 맞지 않아 그를 해임했다고 했다.

Presentational grey line
Analysis box by Anthony Zurcher, North America reporter

BBC 분석

앤서니 저커 북미 기자

존 볼턴이 자신의 새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다소 친숙하게 느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보좌관이나 익명의 현직 보좌관이 '통치 세부 내용에 관심이 없고, 외교 정책 기본 지식이 없는 듯한 대통령' 관련 일화를 내놓은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약 3년 반 동안 백악관에는 내부 권력 다툼과 뒷담화가 난무한다는 등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볼턴의 책은 이를 넘어선다. 그는 책에서 국내 및 개인적 정치 의제를 진전시키려고 외교 정책을 조종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폭넓게 그려냈다.

이 책은 지난 1월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를 상대로 낸 탄핵 사건의 핵심이기도 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원조를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자신의 정적인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의 거래가 재선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에게 우호적인 전 세계 독재자들을 돕기 위해 반복적으로 개입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볼턴의 행보에 대해 공화당은 불만을 품은 전직 직원이 책을 팔려고 애쓰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볼턴이 트럼프 탄핵 심판 과정에서 이 내용을 증언해야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Presentational grey line

볼턴이 주장하는 트럼프-시진핑의 회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에서 오간 내용을 도마에 올렸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저서 발췌문을 통해 "시진핑은 중국을 비판하는 미국 세력들이 신 냉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시 주석의 발언이 민주당 반대파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놀랍게도, 다가오는 미 대선으로 화제를 전환하며 중국 경제력을 넌지시 꺼내며 '내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의 콩과 밀 구매 확대가 선거 결과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무역 협상에서 농산물에 대한 논의를 우선시하기로 합의하자, 트럼프는 그를 "중국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라고 격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7일 저녁 "재선 관련 발언은 절대 없었다"라며 볼턴 보좌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오사카 G20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오사카 G20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볼턴 전 보좌관의 폭로 내용에는 중국 신장 지역 수용소 건설 관련 대화도 있다.

G20 정상회담 개막 만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용소 건설이 "매우 옳은 일이기 때문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은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인 등 소수민족을 징벌과 세뇌 목적으로 수용소에 구금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위구르인 대책을 두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신장 무슬림 탄압 책임이 있는 중국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승인하는 법률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번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라이벌로 꼽히는 민주당 조 바이든은 이 책을 두고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울 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에 대한 신성한 의무를 위반하는 일"이라고 성명을 냈다.

볼턴이 말하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탄핵 심문 관련해 우크라이나 외에 정치적 간섭을 받는 다른 사례를 조사했다면 올해 다른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해 비리 수사 압력을 넣으며 군사 원조를 보류한 혐의로 탄핵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했는데, 지난 2월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2주간의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재판에는 증인이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청문회 증언을 거부해 민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볼턴 전 보좌관은 대통령의 행동이 탄핵감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논의하지 않았다.

그의 저서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폭로가 담겨 있다.

'아, 핵보유국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핵보유국임을 몰랐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8년 테레사 메이 총리와의 회담 당시, 영국 관리가 자국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 영국이 핵보유국이냐"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볼턴은 "농담으로 의도된 말이 아니었다"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 켈리 전 비서실장에게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인지 물어본 적도 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멋진 일'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침공은 멋진 일"이라며 "이 나라는 정말로 미국의 일부"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공격에 대해선 열성적이진 않았다.

아프간 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조지 부시라는 멍청한 사람이 한 짓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19년 5월 트럼프와의 전화통화에서 "소련식 프로파간다를 멋지게 과시했다"라고 묘사했다.

푸틴이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의원을 201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비유하면서 트럼프를 크게 설득했다는 것이다.

푸틴의 목표는 자신의 편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방어하는 것었는데, 이게 통했다는 얘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좌파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낙인찍고 제재에 나섰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권좌에 남아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1일 전문이 방영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나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듯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긴 좋지 않은 곳'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들이 사적으론 대통령을 폄하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입성했을 당시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이 자신에게 경고성 메시지도 남겼다고 한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나가고 싶어하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알게 되겠지만 이곳은 일하기 좋지 않은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을 때의 일화도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 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그(트럼프 대통령)는 완전 거짓말쟁이"라는 쪽지를 남겼다고 한다.

볼턴은 종종 트럼프 충성파로 묘사되는 폼페이오 장관이 대통령을 위해 일하며 좌절감에 혐오감을 느끼며 사임도 고려했던 참모들 가운데 하나였다고 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뒤에서 음모들을 감시했고, 거대한 연방 정부는 물론이고 백악관을 어떻게 운영하는 할지 매우 무지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처형 당해야 한다'

볼턴 보좌관의 저서 발췌록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뉴저지에서 열린 회의에서 기자들이 뉴스의 출처를 공개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람들(기자들)은 처형돼야 한다. 그들은 쓰레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